[박명기 기자의 e스팟] ‘겜심’ 있는 곳에 젊은 표 있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무협지에나 나올 것 같은, 상상을 뛰어넘는 후보 난립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사다.
 
후보가 누구고 또 최종 승자는 누가 되느냐와는 상관없이 많은 아쉬움이 있다. 정책 대결이 실종되었다는 것, 특히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게임 산업과 e스포츠 등 미래형 문화 콘텐트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 게임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5년 5조원대를 넘어섰다. 국민 총생산의 1%에 근접하고 있다. 이 특이한 시장은 바로 젊은이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성장해 왔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라는 흥행 아이콘이 존재하는 e스포츠의 경우 두 개의 게임 TV 채널이 존재하고 12개 프로팀이 존재한다. 또한 굴지의 은행에서 스폰서를 할 만큼 많이 컸다.
 
온라인 게임 또한 한국의 자존심을 살려 나가고 있다. 세계 최초 온라인 게임이라는 '바람의 나라'가 탄생 10년을 넘어섰고, '리니지'·'카트라이더' 등의 장수 게임도 즐비하다. 엔씨소프트는 2001년 리니지로 벤처 기업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제조업에서 이 같은 수익을 올리려면 무려 2~4조의 매출을 내야 한다. 게임은 2000억원의 매출이면 10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나는 투자 대비 효과가 높은 산업군이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트와 게임은 미래 산업의 중요한 축이다. 또한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개의 꽃을 피우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탯줄이기도 하다. 그런데 각 후보는 과연 이에 대한 분명한 정책을 제시했을까, 그리고 내놨다면 내용은 무엇일까.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몇 년 전 부산 광안리에서 벌어진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의 관객이 10만 명을 넘은 바 있다. 최근 뜨고 있는 게임인 '서든 어택'은 매달 250만 명의 유저가 찾아 즐긴다. 그중 상당수가 20대 이상이다. 20대 이상이라면 적어도 한 표를 가진 유권자다. 한 표 한 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때 경우에 따라서는 '겜심'이 선거판을 쥐락펴락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각 후보 캠프에 "게임·문화 정책 브레인이 없다"라고 의구심을 나타낸다. 각 주자들의 정책이 더욱 분명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e스포츠 쪽에서는 이미 체육 종목으로 선정한 중국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글로벌 리그로 꽃을 피울 수 있는 지원을 기대한다. 온라인 게임 쪽에서는 '바다이야기' 이후 허덕대고 있는 게임 산업이 이제 PC방 규제로 이어져 침체의 길을 걸을까 걱정이 적지 않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각 후보들은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와 디지털 문화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말로만 번지르르하게 "문화 콘텐트가 21세기 미래 신성장 산업이자 한국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하지 말고 제대로 된 정책을 보여야 한다. 아니 정책이 없으면 비전이라도 제시하길 기대한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겜심을 잡아야 젊은 층의 표심을 얻는다는 말을 실감할 때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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