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영화와 닮아가는 게임의 흥행공식

온게임 게임의 흥행이 점점 영화와 닮아가고 있다. 게임도 영화와 같이 제작사가 있고. 유통사가 있다. 제작사를 개발사라고 하고 유통사를 퍼블리싱업체라고 한다. 물론 둘을 다 겸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 퍼블리싱 업체도 있다.

흥행으로만 보면 웰메이드 작품이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외의 작품이 초대박을 낳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영화 <왕의 남자>나 <웰컴투 동막골>처럼 게임에서도 <카트라이더>나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이 깜짝 빅히트의 주인공들이다.

이에 비해 영화로 치면 100억 이상 투자한 블록버스터급 <제라> <썬>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 빅3이 기대에 한참 못미쳐 안타깝게 했다.

그러다보니 게임도 흥행 여부를 쉽사리 점치기가 어렵다. 제작비나 그래픽. 작품성 등도 기준이 모호해졌다. 여전히 ‘잘 만든 게임은 통한다’는 게 시장의 진리지만. 유저들의 기호·트렌드를 쉽게 점칠 수가 없다.

소프트맥스에서 만들고 CJ인터넷에서 유통하는 <건담>의 인기와 함께 <쿵파>를 둘러싼 후일담이 모처럼 게임업계에 화제를 만들고 있다. 엔도어즈가 개발한 3D 3등신 대전 액션게임 <쿵파>가 한국 최고의 캐주얼 게임사인 넥슨과 퍼블리싱 계약을 했다.

엔도어즈는 그동안 <거상> <군주> 등을 개발. 자체 퍼블리싱까지 해 짭짤한 수익을 내왔다. 그런데 자체 유통 능력이 충분한데도 넥슨과 국내 판권 계약을 했으니 뭔가 뒷거래가 있는 모양이라는 말이 오갔다.

이에 대해 엔도어즈의 설명은 단순 명확하다. “엔도어즈는 RPG 위주로 제작. 퍼블리싱해왔다. 넥슨은 캐주얼 게임의 퍼블리싱 능력이 탁월한 회사다. 더 잘 할 수 있는 회사를 택한 것”이라는 것.

그러지 않아도 <쿵파>는 웰메이드 게임으로 소문이 자자해 수많은 업체의 사장들이 판권을 따내기 위해 러브콜을 해온 터라 의구심도 뒤따랐다. 하지만 주로 윗선에서 이루어진 타업체완 달리 넥슨의 경우 조직 아래로부터 <쿵파>의 퍼블리싱 의견이 제안돼. 허들시스템(사업 검토의 단계)의 꼼꼼한 분석을 통해 제안서가 위로 올라왔다고 한다. 역시 마케팅과 흥행의 귀재라 불리는 넥슨답다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서 더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넥슨 측이 제시한 계약서엔 ‘퀄리티’ 조항이 있다. 더 나은 게임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재투자를 요구하고. 계약 기간에서 그만큼 빼주겠다는 것. 시간에 쫓기고 돈이 부족한 개발사 측에서는 늦어질수록 불리할 법도 하다.

하지만 엔도어측은 ‘명품을 빚기 위해 흠결 있는 도자기는 과감히 깨겠다’는 넥슨의 프로정신에 되레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쿵파>는 캐주얼 게임 사상 최고액으로 넥슨에게 국내판권이 돌아갔다.

흥행 여부는 전적으로 유저들의 몫이겠지만. 영화를 닮아가는 게임판의 새 짝짓기 모델이 새 흥행공식으로 등장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간스포츠 2006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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