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부모보다 더 친한 인터넷 일촌

한국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인터넷 인구를 갖고 있다. 월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도 세 번째다.

최근 미국의 인터넷 기업인 콤스코어 월드메트릭스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인구는 2464만여명, 방문자별 월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은 47.2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인터넷 강국인 한국 인터넷 세대의 인간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마침 가정의 달을 맞아 커뮤니티 사이트 아우닷컴에서 회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가 눈길을 끈다.

설문 응답자의 235명(39%)은 "실제 부모, 자식간보다 인터넷 일촌이 친숙하다"고 대답했다. 인터넷 일촌이란 미니홈피 등을 통해 표현되는 사이버상의 친한 인간 관계를 부르는 말이다.

하루 중 부모님과 나누는 대화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10분 미만`이 전체 응답자의 52%였다. 이에 반해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관리를 위해 하루 `10분 이상`을 쓴다는 답이 65%나 돼 대조를 보였다.

부모님과 나누는 주요 대화로는 "밥 먹었어요", "다녀왔습니다" 등 일상적인 말이 대부분(71%)이었다. 대신 자신의 고민을 나눈다거나 시사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대답은 각각 10% 미만에 불과했다.

이처럼 인터넷 세대는 부모와의 대화보다는 사이버 일촌과의 교류를 더 즐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홀로 미니홈피 관리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공력을 쏟는다. 그러다보니 가족간의 단절도 심해져 간다.

같은 시대에 살지만 `말`이 달라 부모과 자식의 생각이 서로 통하지 않는 `세대별 동상이몽`도 늘어간다. `지르다`와 `신(神)`이 결합한 단어로 물건을 충동구매할 때 쓰이는 `지름신이 강림한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 말은 10대 청소년은 즐겨 사용하지만, 성인 10명 중 9명은 모르는 인터넷 시대 유행어 중 하나다.

제프 딕슨의 시 <우리시대의 역설>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이 시는 처음 인터넷에 올려진 뒤 많은 사람들이 한 줄씩 보태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정말 역설적이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지만 가족(Family)이란 단어의 어원이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각 단어의 첫 글자를 합성한 것이란 그럴 듯한 해석을 본 적이 있다.

5월에는 인터넷보다는 어머니, 아버지 등 언제나 정다운 이름들인 가족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바쳐보는 그런 달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200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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