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햇살이 샤방샤방하다고?

봄처녀 풀옷 입고 오는 햇살이 `샤방샤방`하다.

샤방샤방하다? 기자가 이 말과 처음 만난 것은 오프라인에서였다. 같은 부서에 있는 김범석 기자가 기사 중에 몇 차례 썼다. 주위에 물어 보니 설명하기 곤란한 듯 즉답을 피하며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란다. 설명이 쉽지 않고 아직은 낯설다는 얘긴데….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이렇게 나와 있다.

`샤방샤방-채팅어 샤방:눈부심이라는 뜻. 의태어로 정말 눈에 띄게 예쁘고, 화려해서 반짝반짝이라는 의태어를 샤방이라고 함. 샤방샤방으로도 쓰인다.`

이런 `채팅용어의 오프라인 상륙 작전`에 대해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비분강개할 게 뻔하다. 하지만 `e세상`의 생활패턴이 하나의 `문명병`이 된 요즘 그걸 어찌 외면만 할 수 있을까. 뜻과 어감이 너무 좋아 20대가 주축인 한 온라인 클럽에 가 직접 샤방샤방을 써보니 놀랍게도 모르는 회원이 거의 없다.

물론 채팅용어는 아직까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서얼의 언어다.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국적 불명의 말이 모니터를 튀어나와 우리말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약어.은어.이모티콘은 분명 외계언어(?)고 훌륭한 우리말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무분별한 이중언어 때문에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통곡할 것이다 등등.

그런데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최근 중국에서도 인터넷 언어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펀쓰(紛絲)-스타 가수의 팬:영어 팬의 음역, 쿵룽(恐龍)-추녀:공룡처럼 못생김, SL(色狼)-호색한의 줄임말 등. 언론들도 가세해 국적불명 네티즌 용어가 한자 왕국의 자존심을 해친다며 떠들썩하다. 급기야 상하이시 정부가 공공 영역에서의 채팅용어 사용금지 조치를 취했다.

재미있는 건 <신화통신>이 이런 현상을 한류의 영향으로 돌렸다는 점이다. 특히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 등 한국의 인터넷 소설이 밀리언 셀러가 되었는데, 이 소설들로 인해 컴퓨터 자판 기호를 이용한 =_=, ~.~ 등 기호 용어가 범람했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 네티즌들은 이런 조치에 대해 `인터넷판 분서갱유`라며 들고 일어섰고 말이다.

그러나 채팅용어로 대표되는 네티즌 문화에 한국이나 중국 모두 너무 무지하거나 무지한 척 점잔빼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채팅용어는 적어도 그 용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선뜻 쓰지 않고, 끼리끼리의 유대감이 있어야 쓸 수 있다. 대개 있는 말을 줄인 거라서 본래 뜻을 모른다면 쓸 수도 없다. 대화보다 컴퓨터 이용이 더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줄이거나 분위기를 띄우는 말들을 찾아낸 것이다.

또 주로 10대가 개발하고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온.오프라인에서 이들 용어를 쓰는 어른들도 많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you와 are의 소리만 따 u와 r로 적는 것은 이미 고전이고, 약어.은어.암호만을 소개하는 챗 딕셔너리란 사전 웹사이트가 등장한 지 오래다.

우리 나라에서도 입사 지원서에 채팅용어나 외래어를 쓰는 사람은 감점을 당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딸은 오늘도 `아빠 언제 오삼?`이라는 전화 메시지를 보내온다. 쯧쯧.

`샤방샤방` 웃는 딸아이를 떠올리며 과연 채팅용어 사용의 전면 금지가 가능할까 생각하다가 우선 이 정도에서 멈춘다.

"딸아, 채팅용어 사용을 좀 줄이면 안되겠니?"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200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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