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음악이 게임을 춤추게 한다

게임이 음악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음악은 게임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를 개발한 게임 개발자 빌 로퍼는 뮤지션이라고 할 정도로 음악과 관련이 깊습니다. 실용 음악을 전공한 그는 외주 음악 작업을 하다가 블리자드에 특채됐습니다.

블리자드에 입사한 그는 처음에는 게임 사운드를 맡았습니다. 각종 제안을 많이 하는 그에게 회사는 싹수가 보인다며 기획 PD 일을 맡겼습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를 개발, 대박을 냄으로써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존 레이너, 디아블로2에서는 주인공 디아블로의 목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이달 중 비공개 서비스에 들어가는 자신의 차기 개발작 '헬게이트 런던'에서도 마을 상점 주인의 목소리로 등장합니다. 영화로 치면 그는 항상 자기 개발작에 '목소리 카메오'로 출연하는 셈입니다.

그는 또한 1994년 결성된 '폭시 보가즈'라는 아이리시 포크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습니다. 이 밴드는 그가 블리자드 시절 프로듀싱한 '워크래프트2(1995)'의 배경 음악 작업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빌 로퍼뿐이 아닙니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사장은 지난달 3일 애너하임에서 열린 자사의 게임 축제인 블리즈컨에서 직접 기타를 치며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만렙(최고 레벨)인 70레벨 클럽 중에서 뽑힌 멤버들이지요.

한국의 게임도 음악가들과 찰떡궁합입니다. 다음달 말 비공개 서비스를 앞둔 엔씨의 '아이온' 배경 음악에는 '동양의 야니'로 불리는 재일교포 출신의 세계적 음악가 양방언이 참여했습니다.

엔씨는 이미 '리니지2'와 '길드워'의 배경 음악을 각각 게임 음악의 거장인 빌 브라운과 제러미 소울에게 맡긴 바 있습니다.

웹젠의 '썬'은 영화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의 주제가를 작곡한 하워드 쇼어가, IMC의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비트 매니아'란 음악 게임의 대부분을 작곡한 일본 뮤지션 구보타 오사무와 영화 '말아톤'의 음악 감독 김준성이 콤비를 이뤄 배경 음악을 맡았습니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2' 배경 음악엔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등의 음악을 작곡한 일본 작곡가 간노 요코가 참여했죠.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게임 음악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비·세븐·별 등의 음악을 담당한 바 있는 인기 작곡가 방시혁은 액토즈의 '라테일'의 주제곡과 엔씨의 '리니지2'를 론칭하며 게임-음악 공동 마케팅을 진두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최첨단 IT 산업 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하다 할 수 있는 게임 산업에 음악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마케팅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들도 음악을 더 이상 양념이 아닌 메인 메뉴로 대접하고 있습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듯 음악이 게임을 춤추게 하고 있습니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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