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기자의 e스팟] 한국의 체면문화와 게임 명품족

한국인의 체면중시 문화는 유별나다. 자신이 듣는 것도 아닌데 오직 전화를 거는 상대방을 위해 컬러링에 적지않은 돈을 투자한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바꿔치운다.

현실 사회 속에서 구치·샤넬·베르사체·알마니 등만을 사는 소비 명품족처럼 이에 비견할 만한 신세대 ‘온라인 명품족’이 있다. 이들은 현실의 명품족 못잖은 돈 씀씀이로 적게는 수만원.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펑펑 쓰며 다른 유저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 실력이 아니라 비싼 아이템을 구입해 등급을 올리고. 치장하며 뻐긴다.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돈쓰는 경쟁이 주가 되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부르고 있다.

이들의 주 활동무대는 소위 ‘부분 유료화’게임이다. 매달 일정액을 내는 정액제 게임보다는 기본적인 플레이를 무료로 지원하면서 장비나 소모품 등을 유료로 판매하는 곳이다. 그들은 비싼 신발에 더 멋진 유니폼을 입고 능력치를 키워 실력이 있는 척 잰다. 또 비싼 카트를 구입해 연습용을 타고 있는 라이더를 조롱한다. 총쏘는 게임에서는 한방이 통하는 샷건을 장착.

무기의 위력을 한껏 과시한다. 싼 유니폼이나 무기를 장착한 유저는 게임에 끼워주지 않거나 방에서 추방해버리기는 것도 예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사들도 아이템 판매가 주수입원으로 통한다. 게임사들의 상술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아이템에 자유롭게 능력치를 붙일 수 있게 만들거나 랭킹 순위를 매겨놓아 경쟁을 자극한다. 몇몇 게임에서는 랭킹 시스템을 도입해 유저간의 경쟁을 최대한 부추기면서 캐시 아이템을 사도록 유도한다.

남보다 더 빨리 단계를 뛰어넘고 싶은 욕심. 멋진 옷이나 아이템을 갖추고 남한테 자랑하고 싶은 욕망 등이 이런 상술에 편승한다. 돈도 없고 오로지 실력으로 등급하는 순진한 게이머는 절로 분통이 터진다.

대작게임인 MMORPG도 예외는 아니다. 승패의 개념이 크지 않아 승부욕을 자극하는 캐주얼 게임의 판매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빨리 레벨을 올리고 싶은 욕심’이 함정이다. 사냥 속도를 올려주는 다양한 아이템이 캐시로 제공된다. 심지어는 돈을 낸 사람만 즐기는 유료사냥터까지 등장했다.

바로 여기서 아이템 거래라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평생 무료·공짜 게임의 미끼를 통한 교묘한 아이템 판매의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유저들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이런 현상이 자기 현시욕에 휘둘리는 우리의 체면문화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끔 소름이 끼쳐온다.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200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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