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미드 열풍과 석호필, 그리고 한국 게임

한국에서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거세다. 그 뇌관을 건드린 건 온몸에 교도소 설계도 문신을 하고 일부러 강도짓을 한 뒤 형이 있는 교도소로 들어가 형을 탈출시키는 동생 이야기인 '프리즌 브레이크'다.

극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윈드워스 밀러 분)는 '석호필'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붙었다.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로만 만나던 프리즌 브레이크는 이제 주말이면 공중파 TV로 만나고 있다.
 
미드 열풍을 주도한 건 젊은 층이다. 그들의 촉수는 케이블 방송·인터넷 다운로드 등을 통한 새 문화에 환호했다. '섹스 앤 더 시티'·'CSI'·'프리즌 브레이크' 등의 공중파 방영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미드 중 '프렌즈' 같은 시트콤은 래프 트랙(laugh track)이라고 해서 관객의 웃음소리를 틀어 준다. 극적 요소를 보다 강조하기 위한 가짜 웃음소리다. 한국 게임 정책을 보다 보면 이 가짜 웃음소리가 절로 떠오른다. 다른 점은 미드에서와는 달리 극적 요소가 없고 왠지 웃음을 남발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우선 게임 관련 정부 예산은 몇 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6년 문화 산업의 총 규모 12조원 중에 게임이 6조원 가까이 차지해 50%를 육박한다. 그런데도 문화부 전체 예산인 1조 4250억원 중 게임 예산은 156억 2400만원으로 고작 1.09%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경우 새 게임진흥법에 따라 2008년 6월부터는 일체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올해 39억원을 지원받고 내년 6월까지 22억원을 지원받는다. 2008년 6월부터는 지원받지 못하는 금액만큼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 심의 기관이 이제 영업까지 하라는 꼴이다. e스포츠 분야도 다르지 않다. 광주·대구·서울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대규모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지만 정부 예산은 겨우 1억원 내외다.
 
한국 게임업계가 이렇게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는 사이 해외 온라인 게임사들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블리자드가 내세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이미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앞섰다. 미국·일본 등 많은 게임사들이 온라인 쪽으로 눈을 돌리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2년 내에 선두인 한국 게임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드 열풍의 진짜 원인은 뭘까. 진짜라고 믿도록 능청스럽게 시청자들을 속여 넘기는 리얼리티 구사 능력과 탄탄한 짜임새다. 야구로 치면 공격·수비·주루의 튼실한 균형이다.
 
그런데 한국 게임업계는 이러한 균형감을 갖추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대접마저 소홀하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예산과 국가적 체계를 갖추고 육성하지 않는다면 게임 산업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처럼 도태될 수 있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입에 발린 게임 산업에 대한 애드벌룬이나 가짜 웃음소리 남발보다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확고한 지원이 절실하다.

박명기 기자 2007년 6월 21일자 일간스포츠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