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게임 속 결혼은 미친 짓이다?

한때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같은 이름의 소설과 영화 때문이었다. 사실 이 영화나 소설의 내용은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조건으로 결혼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이란 문제로 멀어지는 것에 대한 역설쯤 됐다.
 
온라인 게임 속에서도 '미친 짓 같은' 결혼이 존재한다. 여러 게임이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서 결혼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절차는 현실과 흡사하다.

약혼 반지를 만들고, 결혼할 상대 남(여)이 같은 곳에 있으면 약혼 반지를 클릭해 사랑하는 상대방의 이름을 쓰고, 상대방이 승낙하면 약혼이 된다. 결혼식 예약과 함께 청첩장 30장을 돌리고, 입장식도 치른다. 사진을 찍고 웨딩 갤러리에 등록한다.
 
결혼하면 아이디 앞에 '누구누구의 부인(남편)'이라는 타이틀을 단다. 결혼한 배우자와 일정 시간 함께 있을 때 체력치 등의 보너스를 받는다. 현실에서처럼 게임 속에서도 남성 유저들이 여성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각종 아이템과 장비를 선물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어떤 게임은 결혼을 하면 신혼 여행지도 갈 수 있고 부부끼리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입양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아무리 즐기기 위한 것이고, 현실감을 주기 위해서라지만 결혼과 함께 이혼이 존재한다는 게 찜찜하다. 초등학생도 즐기는 게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혼도 합의 이혼과 강제 이혼이 있다. 이혼을 신청하면 화해(?)의 기간 4일을 주기도 한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의 이혼율은 2005년 40.7%로 세계 상위권이다. 만약 어떤 유저가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 속에서 수도 없이 결혼하고 이혼한다고 가정해 본다면 소름이 돋을 일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렇게 십여 년 살다가 막상 결혼을 하고 부부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게임하듯 쉽게 이혼을 택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게임 내 한 초등학생 유저는 자신과 이혼한 다른 유저의 '현실의 집'에 나타나 협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결혼과 이혼은 중국에서도 화제를 낳았다. 지난 4월 중국에서는 한 달 내 7회 이혼을 한 온라인 게임 내 결혼 열풍이 보도된 바 있다. 내용은 이렇다.

결혼한 지 3년 된 직장인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게임 도중 만난 다른 여자와 온라인 게임 내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실제 아내는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남편은 심지어 한 달 동안 7회 결혼하고 7회 이혼했으며, 지금은 또 다음번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단다.
 
게임을 더욱 현실감 있게 하기 위한 것이고, 전체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지만 결혼은 결혼이다. 게임 속 이 같은 경험이 현실 생활로 이어져 결혼관의 왜곡을 가져오고 이혼을 쉽게 생각하게 될까 두렵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 9.13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