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게임과 한국의 중년세대

한 사회의 허리를 이루는 중견 세대를 일컫는 말로 3549세대가 있다. 35세에서 49세를 가리키는데 이들은 ‘충전없이 방전만 하는 세대’라고도 불린다. 설레는 꿈보다는 의무감 하나로 살아가고. 나가고 싶지 않은데도 뒤에서 등 떼밀려 무대로 나온 사람에 곧잘 비유한다.

10년을 넘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초기 1724세대에서 이제 30대 중반까지 연령대가 확대되었다. 30대 중반이 게임이라는 새로운 놀이 레저 피라미드의 최상층부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자라나는 세대의 기호와 취미. 감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며 성장했다. 성공한 게임회사의 CEO도 대개는 30대 초·중반이다.

중견세대인 3549는 특히 게임에 관해서는 아래 세대와 연대감도 이해능력도 없는 무관심층으로 이해된다. 마치 전혀 다른 종족처럼 서로 대화가 안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3549세대도 게임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행성 PC방의 주고객이 그들이라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세대를 달리 하지만 유사한(?) 새 놀이 레저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행성 PC방의 레이싱 경마나 바다이야기·황금성 등이 게임 형태를 띠었지만 도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따져보면 그들은 그들 세대만의 골프장·포커판에서의 돈내기를 통해 이미 도박성 오락에 익숙하다. 어느 판사의 ‘골프장의 돈내기는 도박이 아니다’라는 판결이 있긴 하지만. 노래방에서까지 점수로 돈을 거는 세태를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온라인 웹보드 게임에도 골프·포커·고스톱 등이 있다보니 사행성 PC방이 마치 온라인 게임으로 오해하기 딱 알맞게 되어 있다. 더구나 사행성 PC방은 LCD모니터에 첨단 그래픽. 온라인 게임의 웹보드 방식 등을 그대로 채용했다. 온라인 게임도 1조원대 이른다는 아이템 현금거래가 엄연히 존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우리 사회엔 전혀 다른 두 개가 하나로 오인되고. 또한 즐기는 세대와 내용이 다르면서도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마치 기성세대 언어와 ‘외계어’ 같은 젊은 세대 은어를 퀴즈를 통해 알아보는 ‘세대공감형’ TV프로 ‘올드 앤 뉴’처럼 숨길 것 없이 터놓고 이해를 도모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모처럼 정부당국이 사행성 PC방과 현금거래에 대해 강력한 근절의지를 밝혔다.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게임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용두사미로 끝내서는 안되겠다. 중년세대의 방전된 기를 충전하고 세대 공감을 위한 사회적 대안까지 마련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200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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