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 아이폰에 두 손 두 발 다 든 슈퍼마리오  

▲ 슈퍼마리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캐릭터로 '슈퍼마리오'가 있다. 빨간 모자에 멜빵바지, 콧수염 을 한 이탈리아 배관공 이름이다. 슈퍼마리오는 1985년 탄생해 그동안 2억개 이상의 비디오게임을 판매한 일본 게임사 닌텐도의 대표 게임 캐릭터다.

닌텐도는 슈퍼마리오를 앞세워 한때 게임계의 천하무적이었다. 일본 주가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고, 창업주는 일본 프로야구 천재 타자 이치로를 스카우트한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마리너스'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어린이날이면 대표 선물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가 판쓸이를 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 화투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한 닌텐도는 장난감과 트럼프에 이어 1980년대 가정용 게임기 패미콤을 통한 슈퍼마리오로 비디오 게임업계를 평정했다. 이어 2004년 휴대폰 게임기 닌텐도DS 시리즈 선풍, 동작인식 게임기 Wii로 전세계 게임업계를 쥐락펴락했다.

그런데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등장해 '영원히 해가 지지 않을 게임제국' 닌텐도의 태양을 가리기 시작했다. 닌텐도는 스마트폰의 공습 앞에 대비할 틈조차 얻지 못했다. 주력 제품 닌텐도DS와 Wii의 매출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닌텐도는 올해 들어 30년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닌텐도의 실적 또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27일 공개한 닌텐도의 상반기 실적은 702억엔의 순익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약 200억엔 순손실을 예측했다.

닌텐도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과의 전쟁에서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똑같이 휴대용이라는 점과 스마트폰이 대체제가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다. 스마트폰의 뛰어난 그래픽, 대형 저장공간, 카메라 탑재, 인터넷은 물론 게임, 검색, SNS까지 되는 멀티플한 기능과 효용성은 이미 닌텐도DS를 저만치 밀어냈다.

최근 영국의 한 매체는 게임업계 종사자 1000명을 대상으로 '비디오게임 산업에 영향을 준 인물과 제품'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1위는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이었다. 모바일 게임산업과 게임기 산업에 아이폰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방증하는 자료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의 '포브스' 지는 "스마트폰의 용도 중 게임기로서의 역할이 가장 크다"며 "전세계를 강타한 애플 앱스토어의 유료 애플리케이션 중 게임의 비중이 전체의 55%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애플사는 한국에서 아이폰 게임 카테고리의 빗장을 풀었다. 애플 아이폰 앱 스토어에 올리는 게임에 대해 한국정부가 시대착오적 사전 심의의 칼을 들이대 열기를 거부했던 그 카테고리다. 글로벌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한국 게임등급위는 최근에야 사후 심의로 바꾸었다. 지난 7일 방한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안드로이드폰에도 한국에서 곧 게임 카테고리를 열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바꾼 세상은 프로스포츠 분야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한국의 온라인 게임사인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것처럼, 지난달 28일 일본에서는 스마트폰 플랫폼의 모바일 게임사 DeNA가 프로야구단 요코하마 베어스타스를 인수했다.

이 정도면 아이폰을 앞세운 스마트폰의 게임업계, 아닌 글로벌 시장의 대공습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바람의 속도로 밀고 들어온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기세 앞에 두 손 두 발 다 든 슈퍼마리오의 모습이 떠오른다.

'미키마우스' '포켓몬스터' '심스'와 함께 지구촌의 가장 사랑받는 최강 캐릭터였던 슈퍼마리오의 항복 선언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너무도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는 것과 "작은 발전을 거대한 발전으로 바꾼" 잡스의 IT 혁명의 일부라는 것이 놀랍다. 슈퍼마리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든 하늘의 잡스에게 이렇게 물을 것 같다. "잡스, 도대체 당신이 세상에 무슨 일을 하고나 갔나 알기나 아시오?"

 

일간경기 20111111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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