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41. 김광삼 ‘인디게임 개발자 데뷔’

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41. 김광삼 ‘인디게임 개발자 데뷔’

필자는 한국에서는 꽤 오래된 고참 게임 개발자로서, 대부분의 업계가 그러하듯 초창기에 데뷔한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는 선점 효과를 어느 정도 누렸다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초창기에는 알려진 정보와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기에, 시행착오를 거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올릴 수밖에 없지만 그러므로 얻을 수 있는 초기 개척자의 지위는 후대에는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생각해본다. "만약 내가 지금 인디 게임 개발자로 데뷔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분명히 초창기 필자가 데뷔했던 시절 같은 무주공산이 펼쳐진 개척 시대도 아니며, 경쟁할 상대들은 비슷한 규모의 소규모 개발사들이 아닌 으리으리한 간판을 내건 거대한 공룡들이 사방에 즐비하다.

과연 이 시대에 내가 다시 시작한다면 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먼저 이 고민을 해 보기 전에 전제해야 할 사항은 ‘개발력’에 대한 부분은 명확히 해두자. 근본적으로 ‘일류급 개발력’이나 ‘압도적인 개성’ 최소한 둘 중 하나가 없다면 무리다.(일류급 개발력이 있더라도 개성이 전혀 없다면 역시 인디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럴 실력이 있으면 왜 인디개발을 하느냐”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인디에 맞지 않는다. 인디 개발자는 오로지 자신의 역량 하나 믿고 저 공룡들이랑 맞짱 뜨는 작고 민첩한 포유류이다. 경쟁에서 이길 능력 없이 인디개발에 도전한다면 그건 그냥 ‘취미’ 혹은 ‘아마추어’ 개발일 뿐이다.

즉, 실력과 독특함 등의 자신을 어필할 능력은 충분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현재의 게임업계의 상황에서 어떻게 인디로서 시작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일단 한국 게임업계의 흐름도 항상 시시각각으로 변하지만, 이는 보다 큰 틀인 세계 게임업계의 흐름에도 영향을 받는다. 또한 인디 개발자에겐 국내 시장은 충분한 시장 규모를 주지 못하는 만큼, 세계 무대를 노릴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글로벌 게임업계의 큰 흐름은 알고 있어야 한다.

필자의 관점에서 보는 지금 2015년의 기류는 인디씬에겐 그리 나쁘지 않다. 대규모 마케팅이 주도해서 끌고 가던 모바일 마켓의 흐름은 어느 정도 기류가 바뀌고 있으며,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시점에 인디가 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날지 모른다. 즉, 2014년에 인디로 데뷔하는 것보단 2015년이 유리해 보인다. 즉, 시점은 좋은 편이다.

2.
그렇다면 뭘로 시작할 것인가?

기본적으론 ‘고정팬층’을 확보하고 ‘인지도’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매주  게임들이 나오며, 누구라도 들어봄직한 회사의 게임들도 마찬가지로 계속 새로 등장한다.

유저들이 쉽게 접할수 있는 유명회사의 게임이 아닌 숨어있는 당신의 게임을 굳이 찾아서 플레이할만한 이유를 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먹고 살기 위한 수익모델에 신경을 써 봤자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필자라면 일단 ‘무료’ 혹은 ‘사실상 무료’로 게임을 내놓는 걸로 데뷔할 거다. 특히나 플레이를 해 보는 유저가 감탄할만 한 것을 계속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습작 삼아 만든 안 팔릴 물건을 무료로 내면 안된다. 인상적인 것을 무료로 내야 한다).

그걸 유료 게임, 혹은 부분유료로 냈다면 얼마나 벌 수 있을텐데 아깝다고 느껴지는가?

다시 생각해보자. 인지도가 전무한 상태에서의 그럴싸한 수익을 내는 것은 꽤 운이 좋지 않은 한 쉽지 않다. 특히 수익 모델 자체가 안그래도 낮은 접근성을 더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좋지 않다.

차라리 인지도를 쌓을만한 소품 게임을 무료로 발표하며 인지도와 팬덤을 쌓는게 유리한데, 유저들에게 각인될만한 작품을 냈다면 유저들은 차기작에도 관심을 가질 확률이 올라가며, 이러한 차기작 역시 자신의 팬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면 이는 고정팬덤이 되어 당신을 지켜준다.

게임개발자, 그 중 특히 인디개발자는 팬들과의 파트너쉽으로서 유지되고 존재하게 된다. 팬들을 ‘캐쉬카우’ 같은 관점에서 봐서는 곤란하다(그리고 그 시점에서 팬들은 당신에게 등을 돌릴 거다).

즉,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 받으며 발전적인 관계로써 서로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발자로서 성장해 가는 것과 더 많은 팬을 얻는 것, 당신이 먹고 살 수 있느냐는 결국 팬덤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자신의 개성을 어필하며 자신의 파트너로서의 팬들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첫번째 발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인지도란 이 시점에서 팬이 될수도 있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을 알리고, 자신과 잘 맞을만한 팬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간판을 세우고 관심을 끌기 위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게임을 통해서도 쌓아올릴 수 있으나 게임 외적인 노력도 병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예를 들어 현 인디개발자중 ‘도톰치’님 같은 경우가 이러한 노력을 잘 하고 있는 예이다. 인지도는 한번 쌓이고 팬덤이 생기면 이후부턴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일단 팬들을 얻었다면 그 다음은 팬들(유저층 혹은 지지자들)과의 관계를 정립해가야 한다. 어떤 식으로 팬들과 소통할 것인가? 그리고 내가 의도한 바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어찌보면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딱히 정해진 정답은 없다. 말하자면 이는 자신만의 팬덤의 스타일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거다. 유저들과 매우 가까운 개발자도 있을 수 있으며 고고한 척 거리를 두는 개발자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스타일과 소통 경로는 가지고 있는 게 좋다. 이를 통해 공개적으로 불특정한 유저들에게 비난받고 상처받는 게 두려운가? 사실 많은 개발자들은 결국 그 상처가 쌓이고 쌓이다보면 커뮤니티를 피하게 되곤 한다.

필자 역시 자신의 게임에 대한 평을 읽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애써 피하는 것은 이런 이유인데, 이것은 좋은 방향은 아니다. 필자 역시 눈을 돌려 도망치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게임을 부당하게 비난한다면 당신의 팬들이 함께 싸워줄 거다. 정말 무섭고 아픈 것은 당신의 팬덤에게 외면 받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당신의 팬들 만큼은 당신 최후의 보루이며 절대 팬들을 배신해서는 안된다.

잊지 말자. 팬들은 당신의 파트너이자 전부이다. 우리 개발자들.. 특히 인디 개발자들은 "팬들과 서로를 찾는 것으로 시작"하고, "팬들과 서로 신뢰를 쌓아가며 발전"하며 "서로를 통하여 완성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대박을 치고 어떻게 투자를 받고 어떻게 엑시트하냐고? 그런 생각을 할 거면 스타트업 등의 다른 바닥으로 가시라. 인디게임씬은 그런 세계가 아니다. 우리에겐 팬들이 전부다.

한경닷컴 게임톡 김광삼 객원기자 bram@ck.ac.kr

■ ‘별바람’ 김광삼은?

1983년 초등학교 4학년에 게임개발을 시작하여 1991년 ‘호랑이의 분노’로 데뷔, ‘호랑이의 분노2’, ‘푸른매’, ‘그녀의 기사단’, ‘혈십자’ 등을 개발하며 한국 ‘인디 게임계’의 슈퍼스타 중 한 명이다.

의대 출신으로 의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인디 게임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하이텔 게임제작 동호회 대표시삽, (사)한국게임개발자협회 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별바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40대 현역 인디 게임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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