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젠 본업 개발 컴백...“게임잡지 도서관 설립 꿈” 무럭무럭

키 183cm, 몸무게는 0.1톤(110kg). 오영욱, 그는 혈통으로 보면 게임업계 ‘거인족 계보’에 속한다. ‘포코팡’의 트리노드 김준수 대표나 ‘헬로 히어로’ 핀콘의 유충길 대표, ‘오디션’의 전찬홍 YD온라인 홍보가 대표적이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페이스북에서였다. 그리고 지난해 9월 KGC에서 강연장에서 처음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왕년 씨름왕처럼 육중한 몸집에 ‘아기 미소’를 가진 그에게 가까스로 칼럼 청탁에 성공했다. 드디어 9월 17일 한경닷컴 게임톡 칼럼 ‘오영욱 TOC까놓고’가 연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1년, 그는 날카롭고 ‘논쟁적’이었다. 따뜻하고 더없이 부드러웠다. 개발자이면서 필력을 갖춘 이가 적은 게임업계에 그의 칼럼은 한여름 소낙비이자, 선방의 ‘죽비소리’였다.

사계(斯界: 해당 분야)에 많은 게임 칼럼이 있지만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에 위한, 개발자의 칼럼’으로 그의 글은 주목을 받았다. 1년간 칼럼을 집필하고 “다시 온전히 개발자로 돌아온” 그를 서울 홍대 앞 게임사 ‘노븐’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그는 3인 개발사에서 기술이사였다.

■ “가명은 있었지만 기명칼럼은 처음...글도 책임 있다”
그가 게임톡에 첫 연재한 칼럼의 주제는 KGC 발표에 대한 내용이었다. 스스로 “자료 정리에 집착하는 보존주의자”라는 그가 세션 주제로 ‘한국 게임의 역사-한국 게임사 42년 온라인 게임사 20년’을 내세웠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게임 자료'는 게임 잡지다. “게임의 역사를 2007년부터 1월부터 정리해오고 있다. 벌써 7년 정도다. 그런데 기록이 남은 것이 게임 잡지뿐이다. 그래서 디지털화를 위해 스캔하고 정리 중이다. 분량이 3테라가 된다. 지금 스캔을 뜬 것도 있다. 옮기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칼럼 집필은 처음일까. 그는 “네오플에서 개발 중 가명으로 한 게임전문지에 연재를 한 적이 있다. 기명 칼럼은 이번이 처음인데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마인크래프트'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다’라는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인디게임’에 대한 글은 파문이 컸다. ‘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하려면 게임제작업으로 국가에 등록해야 한다. 개인은 안되구요’라는 지적은 다시 몇 달후 다른 칼럼에서 언급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격주마다 목요일에 연재된 ‘오영욱 TOC까놓고’는 “남이 안 다룬 것, 말하고 싶은 것을 다루고 싶었다. 가령 색맹-색약이 있는 장애인 유저, 남녀평등, 열악한 개발 환경, 게임규제-만화 화형식 떠오르는 이유, 지스타 보이콧 제안하는 이유 등이 산업논리가 놓친 것을 이슈화하고 싶었다”.

물론 그는 과정에서 글에 대한 새삼스러운 책임감을 느꼈다. 또한 ‘블로그’스러웠던 문체도 서간문에서 기사체로 바꾸었다. 대학 시절 판타지소설을 ‘끄적거린’ 그가 칼럼니스트로 재탄생된 것.

■ 현재 신분은 3명뿐인 게임사 ‘노븐’ 개발이사
그의 현재 직업은 게임사 ‘노븐’의 개발이사다. 직원이 3명인 회사에는 조영거 대표이사-김동현 창조이사와 함께 3인 이사체제다. 셋이 점심을 먹어도 ‘단체 회식’이다.

노븐은 첫 게임 ‘타임라인 던전’을 개발 중이다. 타임라인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서 유저 자신 및 친구들의 글을 모아서 보여주는 부분이다.

오영욱 이사는 “노븐은 지난해 8월 26일 창업했다. 저는 올해 5월 제가 합류했다. 게임 ‘타임라인 던전’은 12월 연말에 iOS 한국 마켓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노븐의 3인방. 오영욱-김동현 이사-조영거 대표(뒤에서 앞으로)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 오 이사가 게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릴 적부터 재믹스와 IBM-PC부터다. 하지만 이제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그의 프로필을 보면 개발경력도 녹록지 않다.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1년 칼럼 연재 ‘글쓰기 RPG’를 마치고 이제 게임 개발에 집중할 시기”라며 옥동자 탄생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칼럼에서 그는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소속은 세 번 바뀌었고, 송사가 한 번, 딸도 얻었다. 조금 쉬면서 본업인 개발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썼다.

공교롭게 올해 1월 그에게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 ‘복둥이’로 태어났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딸 자랑이 넘친다.

■ 개발자로 ‘글쓰기’ 인연 각별 “게임잡지 도서관 설립 꿈”
그는 개발자지만 글쓰기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8년간 게임 개발 외에 게임 기획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다. 그리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그의 ‘필생의 업’도 게임과 관련이 깊다. 다름 아닌 게임 잡지를 정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디지털 게임잡지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좋은 글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좋은 인터뷰를 모아주는 그런 공간 말이다. ‘왜 게임 업계에는 개론서가 없는가?’는 의문에서 ‘한국 게임의 역사’가 탄생되듯이 말이다.

그는 “한국 게임사의 역사를 정리하고 싶었다. 2007년 1월 시작해 7년간 계속 정리 중"이라며 웃었다. 가령 인기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는 스팀 게임 이슈에 대해 “CD게임”으로 말한다. 그는 “제가 알고 있는 패키지 게임을 지숙은 CD게임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게임을 하면서 문화로 보고 궁금해 한다. 고전 게임의 역사, 게임 레벨-무기의 탄생 등도 연구하고 싶다.

■ “피구왕 통키와 ‘메이플스토리’ 세대의 게임 문화 궁금해 ”
‘딸바보’인 오영욱씨는 게임문화에 대해 관심이 깊다. 가령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즐긴 ‘메이플가족’은 지금 논란에 휩싸인 ‘셧다운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말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피구왕 통키’와 ‘메이플 스토리’가 있다. 이 둘은 아이들을 대표하는 문화 코드다. 그런데 이것을 즐긴 당사자들은 셧다운제나 규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게임에 대한 자료를 집적해 좋은 글을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도록 ‘도서관’을 설립하는 꿈을 가진 이색 글쟁이인 이 개발자는 게임업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는 누구일까. “‘리니지’ 이후 현재도 개발하고, 대외활동을 활발하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존경한다.”

홍대 정문을 바라보고 오른쪽 골목 안에 있는 게임사 ‘노븐’을 빠져나오면서 “게이머나 개발자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알려져야 할 것 같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는 그가 한경닷컴 게임톡 창간 2주년 축하글의 한 대목이 걸렸다.

현재 개발하는 게임을 멋지게 완성하고 출시한 이후 게임톡, 아니라 어디라도 그의 ‘논쟁적이지만 부드러운’ 맛깔나는 글이 보고 싶어졌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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