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투표 독려 인터뷰] ‘대리의 전설’ 그린릿 도전, 커플의 깨볶는 게임개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많은 솔로들은 썸을 타며 그린라이트(호감신호)가 켜지길 기다렸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다정하게 손을 잡고 형형색색 트리에 켜진 불빛들을 구경하며 따뜻한 겨울을 꿈꾸는 것.

12월 11일,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조금은 다른 그린라이트를 꿈꾸는 커플을 만났다. 두 손을 꼭 잡고 카페로 걸어들어오며 시작부터 기자의 어그로(위협수준)를 잔뜩 높인 박성필-최신애 신혼부부 개발단 ‘1506호’이다.

1506호는 최근 2D 도트 그래픽의 플랫포머 장르 게임인 ‘대리의 전설’을 스팀 플랫폼에 올려 ‘그린라이트’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스팀 그린라이트란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평가하는 것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스팀 플랫폼에 올라갈 수 있다.

벌써 결혼 2년차지만 “법적으로 7년까지 신혼부부입니다”라며 깨를 볶아 기자를 부러움에 현기증나게 만든 1506호와 함께, 달달한 부부 게임 개발단에 대한 자랑부터 스팀 그린라이트 도전기까지 이야기해보았다.

■ ‘대리의 전설: 뜻밖의 대박’, 그리고 본격 고생길의 시작

1506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폰 어플 개발자였던 박성필 대표는 누나의 소개로 최신애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로 만났지만, 결국 ‘하라는 코딩은 안하고(...)’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게임을 틈틈이 만들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게임쪽에 올인한 것은 아니었다. 반도체 회사를 4년간 다니던 박성필 대표는 여행을 하기 위해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둔다.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퇴직금을 모두 탕진하며 럭셔리하게 놀고 있는 대담한 이들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마켓에 올려놓은 두 사람의 첫 게임 ‘대리의 전설’이 앱스토어 메인에 올라가고, 베스트 게임으로 뽑힌 것. 그 어렵다는 미국에서 쭉 순위가 올라갔다. 박 대표는 “신기했다. 그런데 여행중이라 버그 리포트를 하나도 수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순위가 다시 뚝 떨어졌고, 다시는 올라오지 못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패기의 신혼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응원에 힘입어 한국 마켓에도 출시하게 되었고, 유저들의 뜨거운 호응과 함께 상까지 탔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톡 플랫폼에도 올라가게 되었다. 박 대표는 이 때를 회상하며, “카카오톡에 내는 순간 떼돈을 벌 줄 알았다. 카카오톡에서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저런 제의가 들어왔다”며 본격적인 고생기(?)를 전했다.

중국 쪽에서 안드로이드로 출시해보자고 말하고, 소니에서도 PSP 게임으로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했다. 당장은 빚만 늘어날 뿐 수익이 없었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오겠어’라는 마음에 당차게 도전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에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계약 조건을 갑자기 바꿔버리거나, 법인이 아니라 진행이 어려워지는 등 다양한 이유로 시간만 지나갔다.

박 대표는 “희망이 보여서 끌고 갔는데, 성과 없이 7월까지 갔다. 다행히 NPC에 들어가게 되었고, 한 퍼블리셔에서는 ‘대리의 전설2’에 서버를 붙여서 출시하자는 얘기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래서 서버 개발자를 뽑고, 준비를 하면서 출시가 늦어졌다. 어려운 시기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스팀 그린라이트에 ‘Legend Dary’라는 이름으로 도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 “‘시간’과 ‘생존’의 장애물만 이겨내면, 둘이서 알콩달콩 개발하고 싶다.”

최근의 대세는 누가 뭐래도 모바일이다.

그런데 ‘대리의 전설’은 왜 모바일로 출시했다가 거꾸로 스팀에 도전하게 된 것일까? 박 대표는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하면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된다. 아직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중은 아니다. 투표(http://steamcommunity.com/sharedfiles/filedetails/?id=349921624)를 독려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대리의 전설’에는 새로운 조작 방식 등 혁신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뻔하지만 확실하게 재미있는 게임이다. 슈퍼마리오 같이 오락실에서 즐겼던 플랫포머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그래서 조작방식이 모바일에서는 오히려 불편한 편이다. 출시 때부터 PC 시장 진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스팀 그린라이트 도전에 성공한 사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최근엔 인디 게임개발 스튜디오 핸드메이드 게임의 차기작 ‘룸즈: 불가능한 퍼즐’과 파이드 파이퍼스의 ‘아미 앤 스트레티지’, 터틀크림의 ‘6180 the moon’이 통과한 전례가 있다.

현재 ‘대리의 전설’의 반응이 어떤지 묻자, “그린릿(스팀 그린라이트 통과)은 투표에서 YES를 많이 받아야 가능한데, 스팀 자체가 게임 마니아가 많은 플랫폼이라 정말 박하다. 100위권 통계를 보니 YES는 평균 53%이며, 1만표 단위다. ‘대리의 전설’은 600표를 조금 넘게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그린릿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 있다면, 당연 ‘시간’과 ‘생존’이다.

“언제 통과될지 모른다. 그린라이트 사이트에는 후보작들이 순서대로 나열되는데, 최신순서로만 배열된다. 링크를 통해서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노출이 자연적으로 되지 않아 품을 팔아야한다. 그래서 처음에만 YES가 높이 올라갔다가,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확 떨어진다. 인디게임의 숙제는 항상 생존이다. 생존만 가능하다면 둘이 알콩달콩 계속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

하지만 1506호에는 ‘대리의 전설’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속작 ‘대리의 전설2’도 있고, ‘두둥실 내새끼’를 출시해 순위를 쭉쭉 올라가고 있다. 박성필 대표는 “‘대리의 전설2’ 출시가 늦어지다보니 힘들어서 분위기 전환 겸 조그만 게임을 만든게 ‘두둥실 내새끼’인데, 호응이 너무 좋아 혼란스러울 정도다. 어쨌든 ‘대리의 전설2’ 개발이 완료되면 스팀 도전을 할 예정이다”고 확고하게 말했다.

■ “아내가 상상하면, 난 그것을 만들어주면 된다!”

한결같이 인터뷰 내내 다정한 1506호의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난 기자는 ‘둘이 하루종일 붙어있는데, 부부싸움은 안하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둘은 서로를 보고 활짝 웃어 기자를 불안하게 만들곤, 박성필 대표가 대답을 이어갔다.

그는 “부부개발자들을 만나면 많이 싸운다고 한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로서의 의견충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각과 다른 그림이 나오면, 그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니 무작정 버리는게 아니라 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과 달라졌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게임이다. 그래서 어느순간 아내가 기획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아내가 상상하면, 난 그것을 만들어주면 된다”고 대답했다.

이쯤되니 부러움 때문에 멘탈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신애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신혼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성적인 여자의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이에 최 대표는 “호주 여행을 다녀와서 회사에 취직할 기회가 있었다. 상당히 좋은 곳이었는데, 남편에게 물어보니 게임을 만드는 것이 재밌고 좋지만, 돈을 벌어야 하니 면접을 보러간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냥 회사 다니지 말고, 같이 게임을 만들자고 했다”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정말이지 이 신혼부부 개발팀에게 졌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나중에 기자도 남편과 함께 알콩달콩 게임을 만들며 살고싶다고 희망사항을 전하자, 박성필 대표는 미래의 남편(?)에게 팁을 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부부개발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의견차이 때문에 못하는 분들이 많다. 부부 개발자는 한 팀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의 의견인데, 작은 것은 수용할 수 있다. 어느쪽으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더 재밌는 것 같다. ‘내 생각대로 안나오는게 맞아’라고 인정하게 되면 더 재밌게 오래 개발할 수 있을 것.”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