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조영거 ‘검과 방패’


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32 조영거 ‘검과 방패’

검이 만들어진 것은 석기시대로 추정된다. 청동기 시대에 들어서야 제대로 된 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검은 대부분의 문명에서 가장 기본적인 군용 무기로 사용되어 왔다. 모든 무기 중에 인간을 공격하기에 매우 적합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검은 사냥보다는 부와 권력을 둘러싼 경쟁에서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 출처 = http://pursuinghistory.blogspot.kr
방패 역시 청동기 시대 때부터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갑옷보다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방어력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늘 인기가 있었다. 방패는 검보다도 더욱 더 사냥과는 거리가 먼 무기이다. 돌진해오는 코뿔소나 호랑이를 방패로 막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검과 방패는 한마디로 전쟁을 위한 무기다. 한정된 자원을 갖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경쟁자를 이기고 승리를 거두기 위한 도구이자 상징이다. 현대에 와서도 검과 방패는 그 상징성으로 여전히 언어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상대의 방패를 피해 검으로 공격한다 - 반대로 상대의 검을 방패로 막아낸다 - 라는 것은 기본적인 전술이다.

현대에 와서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장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자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한다. 인디게임 시장도 다르지 않다. 내가 만든 인디게임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자를 이겨야 한다. 검과 방패가 필요하다. 나는 검과 방패가 있는가?

▲ 출처 = http://www.butthan.net/gallery_grandmasteryuree.html
인디게임 시장에는 많은 인디개발자들이 존재한다. 개발자도 다양하고 게임들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전장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하게 넓은 콜로세움 안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떼로 들어와 있는 꼴이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검과 방패는 필수다. 맨손으로 무기를 가진 자와 싸울 수는 없듯이 아무런 무기를 갖추지 못한 인디게임은 다른 게임을 돋보이게 하는데 사용될 뿐이다.

검은 자신의 장점을 강화시켜 줄 수 있는 도구다. 만약 내가 독특하고 뛰어난 그래픽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을 장점으로 삼아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그런 능력을 버려두고 텍스트 게임을 만들어서야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물고기보고 나무를 오르게 하는 꼴이다. 만들고 있는 게임이 내 능력을 잘 살리고 있는가? 내 능력은 무엇인가? 내 능력에 못미치거나 혹은 감당이 안되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만큼은 확실히 다른 게임보다 뛰어난가?

검을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날을 갈아둬야 하듯이 자신의 장점도 날을 갈아둬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모든 부분에 집중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검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만큼은 그 어떤 게임과도 붙어도 이길 수 있을 만큼 갈아둬야 한다. 인디게임이라서 오히려 주의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내 게임은 이런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카로움이 필요하다. 고기잡는 그물의 코를 뀌어 그물을 잡아당길 수 있게 한 동아줄이 ‘벼리’다. 다름아닌 꼭 갖고 가져야 할 ‘자신’의 검이자 방패다.

▲ 출처= http://texpatfaith.com/2012/07/19/the-struggle-to-find-strength-in-weakness/double-edged-sword/
반면 방패는 자신의 약점을 보충해 줄 수 있는 도구이다. 인디게임 개발의 약점은 대부분 돈과 사람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높은 품질, 풍부한 콘텐츠 그리고 충분한 마케팅은 인디게임에는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 같다. 좋은 소식은 인디게임 시장은 대부분의 경쟁자들이 같은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괜찮은 품질, 콘텐츠, 마케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돈과 사람을 아껴야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돈과 사람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충분한 크기의 방패가 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통념과는 달리 방패를 들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맞붙었을 때 되려 방패를 들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다. 자신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 수 있다. 검이 날카롭기만 하고 사용할 수 없어서야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취미로 만드는 게임에 검과 방패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게이머들에게 기억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모든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목표일 것이다. 인생은 짧다. 단 하나의 게임을 만들더라도 끝까지 살아남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검과 방패를 잘 챙기자.

한경닷컴 게임톡 조영거 객원기자 jo@novn.co

■ 조영거는?
2007년 넥슨에서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업계에 뛰어들었다. 2009년부터 스마트폰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1인개발 인디게임인 'RPG Snake'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후 넥슨 공동개발 프로젝트인 '버블파이터 어드벤처'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오고 있다.

2013년부터 새롭게 설립한 모바일 게임 개발사 노븐(NOVN)으로 차세대 소셜 게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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