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31. 전재우 ‘가상현실’

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31. 전재우 ‘가상현실’

최근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VR)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적 정의는 ‘이용자가 현실과 같은 3차원 상황 속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투구형(head-mounted) 고글(goggle)과 망으로 연결된 의상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전자적인 환경 시뮬레이션’(Coates, 1992)이다.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와 다르게 머리에 고글처럼 장비를 착용하여 실제와 가까운 입체감과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실제 움직임이 가상공간에 반영되는 오큘러스사에서 개발한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은 머리에 장착하는 장비들이 있다.

지난달 삼성-오큘러스와 파트너십 ‘기어 VR’ 발표
지난달 삼성이 오큘러스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만든 기어 VR을 발표했다. 동시에 다수의 대형 협력사들이 기어VR 관련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VR 장비에 기동성과 사용자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바일 기기는 기본적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보급되는 기기다. 여기에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기존의 모바일 마켓을 통해 콘텐츠의 유통경로까지 확보되는 것이기에 진정 VR콘텐츠 및 플랫폼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다.

▲ 사진 출처=http://cphoto.asiae.co.kr/listimglink/6/2014090709070202560_1.jpg
*기어 VR: 삼성 갤럭시 노트4를 머리에 장착하는 고글에 끼우고 경험하는 VR 장비.

지난해에는 오큘러스사의 주최로 세계 VR 게임잼이 열리기도 했다. 이후 수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VR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미 다수의 인디팀들은 VR게임을 개발하거나 VR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VRwiki(http://vrwiki.wikispaces.com/VR+Jam+2013)에 접속하면 당시 VR Jam 때 출품된 모든 게임을 확인할 수 있다.

▲ superhot 스크린샷
▲ http://gamingbolt.com
인디게임 ‘Super Hot’과 ‘Hawken’은 개발 초기부터 VR 모드 지원을 약속했다. 

■ “아직 수익 발생 시장 없지만...게임-영화-모바일 확장세”
VR은 아직 명확한 수익이 발생하는 시장은 없다. 대부분이 취미와 흥미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개발되고 있는 게임들의 VR모드 지원은 사실 홍보의 목적이 크다. 특히 V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여러 미디어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동시에 앞으로 생겨날 새로운 시장에 대한 선점을 위함이다.

대부분 사용화된 현재의 VR 콘텐츠들은 기존 게임, 영화, 관람, 모바일 산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VR은 기기, 시장, 콘텐츠도 완전히 독립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본다.

나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디게임을 개발할 때 VR의 특징을 고민해보고 VR 맞는 접근방식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해보자.

우선 VR 게임을 만들기 위한 패키지는 오큐러스사 홈페이지(oculus.com)에서 제공하고 설명도 자세히 되어 있어 누구나 손쉽게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럼 평면을 보는 '시청'이 아닌 '체험'으로서 VR을 바라보고 게임 콘텐츠를 개발할 때 유용한 몇 가지 고민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기존 게임들의 화면 효과가 유용할까? 대부분의 기존 게임 화면 효과들은 VR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흔히 대부분의 3D 게임에서 사용되는 DOF(Depth of Field, 거리에 따른 초점 효과)는 VR에서는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모니터 상에서 DOF 효과는 크게 이질감 없이 사실감 있는 거리감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는 '모니터'에서 출력되어 촬영된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효과다. 머리에 쓰고 보는 VR 경험의 경우 촬영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는 경험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로 우리는 볼 때 초점 밖의 거리에 따른 흐릿함을 볼 수가 없다. 그것은 카메라로 찍을 때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VR 환경에서 효과를 사용할 때 시야의 답답함을 느끼고 더 나아가서는 VR 경험이 평면으로 느껴지게 할 수도 있다.

DOF효과▲ 출처= http://www.mtbs3d.com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여러 게임에서 부드러운 화면을 연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카메라 모션 블러(Motion Blur, 카메라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영상을 흐릿하게 하여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주는 효과), 화면 왜곡 효과(화면이 굴곡되게 표현하는 효과), 화면에 먼지가 붙은 효과등도 별로 좋지 못한 효과라 볼 수 있다. 
http://pixelsmashers.com 카메라 모션 블러 효과

결국 실제로 본다는 것은 우리가 맨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존 3D 게임의 화면 효과들은 영화가 카메라로 촬영되는 방식, 기법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에 VR 경험에는 큰 불편함을 줄 수 있다(물론 지금의 VR 장비들도 머리의 움직임을 측정할 뿐 실제 망막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다).

■ VR, 1인칭 시야와 움직임 ‘심각한 멀미’ 발생
시야와 움직임에 대한 강제 이벤트는? 연출이 멋진 최신 1인칭 게임들에서 스토리 전달을 위해 컷 씬이 시작되면 1인칭의 플레이어 시야와 움직임을 강제한다. 즉, 미리 짜인 동선대로 시야, 위치가 움직인다. 그러나 VR에서는 심각한 멀미를 발생시킨다.

플레이어의 시야와 움직이는 동선이 다를 경우 인지부조화(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름)로 멀미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존 컷 씬이 영화적 기법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면 VR 게임은 나름의 연출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예로 플레이어의 시야에 맞추어 동적으로 진행되는 컷 씬이라든지, 혹은 환경을 이용하여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즉,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VR에서 시야는 성역으로 강제하지 말고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평면적인 UI(User Interface)가 VR에 적합할까? 컨셉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깊이가 있는 홀로그램 형태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면적인 정보가 화면에 많은 비율을 차지하면 할수록 입체감은 덜해지고 VR 경험은 엉망이 될 것이다. 

▲ UI 지옥 http://s207.photobucket.com/

반면 게임 '데드 스페이스'에서처럼 게임 공간 안에 있는 정보 형태라면 크게 이질감 없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기존 게임의 일부 기법이 VR에서도 여전히 유용하다. 

▲ http://forum.unity3d.com

결론적으로 모든 정보는 게임 속 '공간' 안에 존재하는 형태가 가장 좋다.

▲ halo에서의 남은 총알 표시
굳이 일인칭 경험만이 적합할까? 대부분 VR 하면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 개체가 경험하는 것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일인칭 시점의 관찰자 경험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오히려 이런 관찰자 시점으로 접근하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평면에서의 다양한 게임 형태도 시점을 VR로만 전환해도 그 '공간감'을 이용한 더욱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추가 할 수 있다. 평면 모니터에서의 2D, 3D 차이가 아닌 정말 느껴지는 3D 깊이감 말이다.

■ 손에 잡고 있는 조이스틱.....적합한 입력장치는 ?
볼 수 없기 때문에 손에 잡고 있는 조이스틱이 그나마 대중성 있는 VR 입력장치다. 그러나 결국에 최종 상용으로 출시될 VR장비들은 현실상 내 손이 가상현실 속에서 똑같이 존재하도록 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재는 여러 개발자들이 레이저사의 히드라, 립모션 같은 입력기기를 접목하여 손의 움직임을 감지, 그대로 가상현실에 반영하는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실험되고 있지만, 각 제조사 달라 결국 대중화를 위해서는 디스플레이와, 입력장치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큘러스사의 공식 가이드에서는 가능하면 사용자의 몸과 팔을 똑같이 가상현실 공간상에 구현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것이 가상현실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현실감을 더욱 강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가 입력장치 없이 시야로만 모든 상호작용을 하는 형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미 여러 VR 장비들은 머리의 움직임과 위치를 측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의 움직임, 혹은 쳐다보는 것으로 입력을 처리하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

■ VR에 적합한 게임 플레이란 ?
오큘러스와 연동하여 몸의 움직임(점프, 앉기), 걷기, 달리기 등을 감지하는 버툭스 옴니(Virtuix Omni)라는 장비가 있다. 몸의 움직임을 VR 반영해주기 때문에 멀미를 크게 줄여주고 강화된 현실감을 제공한다.

한번은 멀티플레이로 일인칭 슈팅게임을 마우스, 모니터로 하는 사용자와 오큘러스와 옴니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 간에 대결이 있었는데, 결과는 당연히 키보드, 마우스 사용자의 절대적 우승이었다. 사실감 높을수록 그 경험에 대한 피로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VR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에 대한 제약이 있다. 기본적으로 심한 상하 움직임에는 멀미 발생하는 현상이 있다(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방향). 많은 상하 움직임과 공간전환이 존재하는 게임들을 생각해보면 플레이가 불가능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이런 부분들이다. VR이 더욱 확장되고 새로운 게임플레이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한편으로는 피로도와 멀미로 인해 오히려 게임 경험을 제약하는 부분이 많다.

어쩌면 현실과 비슷한 육체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혹은 제한된 경험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또는 대부분의 게임이 공간상에서 플레이어의 위치 이동을 기본으로 하는 것과 달리 '보는것'에 중점을 맞춘 게임플레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어디를 봐야하는지, 어떻게 봐야하는지, 혹은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에 관한 플레이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한편, AR(증강현실)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기어 VR의 경우 모바일 폰을 장착하기 때문에 모바일 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AR의 경우 현실공간을 배경으로 해서 멀미의 문제가 해결된다.

(오큘러스 리프트에 AR 접목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AR): 가상 현실(VR)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 3D 카메라를 장착한 오큘러스 DK1
현재 VR장비에서 상영될 영화(360도 카메라로 촬영)를 만들고 있는 감독들도 기존에 하지 않았던 고민을 하고 있다. 기존 영화에서는 연출 의도에 맞는 화면만을 촬영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관객이 영화 공간 속에서 360도로 보고 싶은 곳을 볼 수 있게 하는 게임과 비슷한 상호작용이 들어가게 되자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 http://rack.1.mshcdn.com/
마찬가지로 게임 개발자들도 기존의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VR 콘텐츠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 VR로 상영되는 영화의 360도 촬영 카메라

이제 영화 제작자나 게임 제작자나, 혹은 이밖에 다른 모든 콘텐츠 제작자라면 지금껏 고민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해 생각해야 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몇년 뒤에는 VR 관련 전문직종이 생기게 될 것이다. 또한, 영화와 게임이 융합된 새로운 콘텐츠 영역이 형성될지도 모른다.

여러분들도 이제 나름의 고민을 시작해보기 바란다.

끝으로 필자가 교육, 심사에 참여한 전주대 VR Jam Korea라는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VR 게임 "Statue!"(유닛 프로젝트 한달 팀) 소개하고자 한다.

(동영상 첨부: http://www.youtube.com/watch?v=lbpw0qHQ1w4)

이 팀은 특이하게 게임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직장인들로 구성된 팀으로 통역 일을 했던 반도체 기술자가 기획 총괄을 했고, 공기 청정기 회사에 근무하는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고, 현재 공익으로 근무 중이고 유니티 배운지 한 달된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맡았고 성우지망생이 목소리를 담당하는 등 평범하지만 다양한 사회인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3일에 걸친 총 10시간의 VR 개발 사전 교육을 받은 게 전부였지만, 한 달 만에 이 정도의 게임을 만들어 내어 느낀 점이 많았다(유니티짱, 아이에루짱, 쿼리짱 일본산 무료 캐릭터가 등장한다).

현재 이 팀은 이 게임을 조금 더 개발하여 전주 한옥마을에 전시될 예정이며 상용화도 고려하고 있다.

공포테마도 있다.

사전 교육의 내용은 기존 게임 개발자라면 별도로 배울 내용이 없는 유니티상에서의 개발 준비, 실습 몇 가지, 그리고 오큘러스 리프트 장비의 구조, 원리가 전부였다.

어떻게 시작할 줄 모르지만, 아이디어를 가진 수많은 사람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 이들에게 기술과 정보, 관점을 공유한다면 굉장한 가능성이 나올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아이디어가 없어서, 열정이 없어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단지 동기를 유발하고 어떻게 시작하는지 알려주는 사람과 환경이 없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이 신기한 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들은 기존 개발자들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평범한 여러 사람에게서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경닷컴 게임톡 전재우 객원기자 im.jay.jeon@gmail.com

전재우는?
1인 개발로 시작. 기획자와 프로그래머로 여러 스타트업을 거친 후, 깨달음이 있어 다시 독고다이로 돌아왔다.

비밀조직이된 인디게임개발자 모임 게임에이드(GameAde) 운영자의 운영진으로 활동중. 각종 인디게임 관련 행사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활동, 현재 암암리에 자신의 게임을 개발하며 게임개발 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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