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성공학]크로스파이어 중국 성공의 비결 분석해보니....

지난 9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크로스파이어' 동접자 400만 돌파 소식이 전해졌다.  텐센트 펑루 부총재는 “이런 엄청난 성과 뒤에는 한국쪽 개발사 스마일게이트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스마일게이트와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게임  '크로스파이어' 가 중국시장 석권의 대업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서비스된 게임 중 이만한 게임도 없다.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은 단순히 한국 게임의 해외성공 사례로 치환시키기엔 부족하다. 좌절을 극복하고 국내도 아닌 외국서 정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을 되새겨 볼 의미가 있다.

▲ 중국 동시접속자 400만명의 기록을 세운 '크로스파이어', 단일 게임으로는 최고의 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지금이야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게임이지만 5년 전 '크로스파이어'의 시작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처음 오픈할 당시, 국내는 FPS의 황금기였다.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팽팽히 맞서던 시절, 수많은 FPS들이 ‘대박’이라는 신기루를 쫓아 개발되고 있었다. 당시 FPS는 한국 게임시장의 주류였다. 국내 PC방에선 '스타크래프트'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FPS의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경쟁도 그만큼 치열했다. 웬만큼 유명세를 타지 않은 게임들은 명함도 못 내밀 만큼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다. '크로스파이어'도 그 중 하나였다. 원래 '크로스파이어'는 ‘해드샷 온라인’이란 게임으로 서비스됐다. 그러다 네오위즈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으면서 ‘크로스파이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당시 네오위즈게임즈는 ‘스페셜포스’ 재계약건으로 드래곤플라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매출이 가장 높은 게임이라 네오위즈 입장에선 재계약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했다. 당시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네오위즈가 ‘스페셜포스’ 재계약 실패를 대비해 ‘크로스파이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았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최고 퍼블리셔 네오위즈 소속이었지만 실상은 네오위즈의 메인 타이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중에도 신작 FPS들을 물밀 듯 쏟아져 나왔다. 잘못하면 경쟁에 밀려 그저 그런 게임으로 사라질 위기였다.

▲ '크로스파이어'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중국땅을 밟았다

'크로스파이어 힘의 근원은 ‘절박함’
스마일게이트는 절박했다.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위기를 넘길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위기감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한 계기가 됐다. 그들은 게임하나 가지고 거의 맨주먹으로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높은 몸값 받고 무난히 해외 진출하는 대작들과는 가는 길이 달랐다. 베이징 공황에서 그들을 맞아준 사람들은 네오위즈 쪽에서 소개시켜 준 중국 파트너사 ‘텐센트’였다.  

세간에는 '크로스파이어' 성공요인이 순전히 텐센트 때문이라고 속단하지만, 그것은 너무 안일한 분석이다. 텐센트는 중국 포털 사이트 큐큐닷컴을 서비스하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이다. 스마일게이트와  텐센트가 손잡은 건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다. 이들은 덩치는 달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텐센트 입장에선 이용자수는 증가하는데, 서비스할 적당한 게임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게임은 그저 보기 좋은 떡일 뿐이었다. 정착 본토의 중국 유저를 사로잡을 2%의 매력이 없었다. 그런 텐센트의 눈에 ‘크로스파이어’가 들어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텐센트는 수많은 한국의 인기작들을 물리고 '크로스파이어'에 선택했다. 그것도 자신들의 주력 타이틀로 삼아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진출은 이렇게 극적으로 성사됐다.

기자는 둘의 만남을 보면서 중국인 특유의 비즈니스 감각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중국 비즈니스의 원류는 2000년 전 진나라의 제상 ‘여불위’다. 그는 타국에 볼모로 잡혀와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진나라 왕자를 선택해 과감히 투자했다. 

그 왕자가 중국최초의 통일군주 진시황제다.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투자하는 여불위의 안목은 지금까지 중국 비즈니스의 모델이 되고 있다. 어쩌면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에서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통할 만한 무엇인가를 발견했을 것이다. 여불위가 시황제에게서 어떠한 가능성을 보았듯이 말이다.

 

▲ 지난 9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크로스파이어' 중국유저 간담회. 유저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즉시 수용하면서도 게임의 핵심적인 원칙은 양보하지 않는다

격동의 중국시장, 무한경쟁의 한 가운데로
텐센트를 여불위로 비유했다면, 당시 중국게임시장은 춘추전국시대와 같다. 자국게임이 강세인 한국,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세계 여러 나라의 온라인게임들이 들어와 각축을 펼치는 곳이다. 당시 중국게임시장의 판세를 잠깐 살펴보자.

중국에 온라인게임을 전파한 나라는 한국이다.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2’가 최초로 동시 접속자 50만을 돌파하면서 중국게임 시장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미르의 전설2’를 서비스한 ‘샨다’는 이후로 중국 게임시장의 거물급 게임사로 군림했다.  

‘미르의 전설2’ 이후로 패권을 잡은 게임은 중국 토종게임 ‘몽환서유’다. 넷이즈가 만든 몽환서유는 고전 ‘서유기’를 소재로 중국 유저들을 사로잡았다. 몽환서유는 2000년대 중반 중국 게임시장의 패권을 쥐었다. 그러다 '몽환서유'의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났다. 전 세계 MMORPG 신드롬을 일으킨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가 상륙한 것이다. 와우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방대한 콘텐츠로 중국 유저들을 단순에 휘어잡았다. 와우를 들여온 '더나인'이 한때 시장의 주인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고난도 적잖았다. 잘나가던 와우는 확장팩 심의를 받지 못해 서비스가 지연되더니 인기가 한풀 꺾였다. 여기에 서비스 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다. ‘미르의 전설2’는 샨다가 비슷한 표절게임을 만들면서 한중 게임사간의 법정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3대 게임으로 불리던 ‘미르의 전설2’, ‘몽환서유’, ‘와우’가 시들해지면서, 2008년 중국시장은 새로운 패권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온’, ‘던전앤파이터’, ‘카운트스트라이크 온라인’ 등 국내 흥행작들도 속속 기회의 땅 중국으로 향했다. 이런 상황에서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 텐센트 펑루 부총재와 스마일게이트 장인아 이사. 양사의 만남은 중국 게임시장에 새로운 역사가 썼다

중국 유저를 움직인 결정적 한방!
필자는 '크로스파이어' 기사를 쓰다가 이 지점에서 글이 막혔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 만한 게임은 많다. 그런데 뭐가 달라서 3억 중국 유저들이 이렇게 열광할까. 텐센트와의 협조? 완벽한 현지화? 쉬운 게임성? 이런 막연한 단어로는 설명하기가 부족하다.

이 게임이 중국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결정적 ‘한방’은 무엇일까? 노트북을 접고 즉시 스마일게이트를 찾아가 장인아 PD를 만났다. 그는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서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중국을 수없이 왕래하며 게임의 틀을 잡았다. 그와의 대화에서 결정적 한방의 실마리를 찾았다.

처음 목표는 중국 동접자 40만 정도였단다. 그러나 '크로스파이어'의 초기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시장의 반응도 그저 그랬다. 왜 안될까. 그들은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얻은 답은 게임의 ‘리듬’이다.

장인아 PD는 게임의 속도를 리듬감으로 표현했다. “중국 유저는 한국보다 더 빠르고 경쾌한 게임을 원하더군요. 마치 리듬게임을 하듯 말이죠. 그런데 한국 사람에게 맞는 리듬을 중국에 내놓으니 통할 리가 없죠. 사소한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한 요소죠” 장 PD는 리듬게임을 하듯 왁자지껄 떠들며 흥겨워하는 중국유저의 모습을 보고 ‘바로 이거구나!’라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그는 게임의 속도와 템포를 개선했다. 예를 들어 부활 타이밍 같은 것이다. 한국은 캐릭터가 적의 총에 맞아 죽은 후 부활하려면 몇 초 기다려야 하는데, 중국에선 죽자마자 바로 일어나게 만들었다. 중국 유저는 그 몇 초의 시간도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한국에서 ‘발라드’로 연주했던 콘텐츠를 중국에선 빠른 템포의 댄스곡으로 바꾼 것이다.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도 리듬을 탔다. “중국은 아무리 많은 콘텐츠를 업데이트 해도 15일이면 다 소모되죠. 그래서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를 15일로 잡고, 유저의 입에서 불평이 안나오도록 두 달만 버티자는 목표를 세웠죠. 이렇게 업데이트의 리듬감을 찾으면서 게임의 볼륨을 키워 나갔죠”

"텐센트, 회의실 좀 비워달라!"
서비스 속도도 대폭 개선됐다. 게임에서 생기는 버그와 오류는 그날 바로 해결했다. 그럴수록 스마일게이트 개발자들이 중국에 왕래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중국에서 발생한 문제를 한국에 전달하고, 고쳐서 다시 중국버전에 적용시키면 때는 이미 늦는다. 그들은 업무 프로세스를 최대한 줄여 시간을 아꼈다. 아예 현지에 사무실을 차리고 속도와의 전쟁을 치렀다. 장인아 PD는 중국사무실을 차린 계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원래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업무를 보려고 했었죠. 그런데 한번은 중국쪽 피드백이 워낙 많아서 도저히 제시간에 돌아갈 수 없겠더라고요. 호텔에서 일할 상황은 아니고, 마땅한 업무공간도 없고, 그래서 텐센트에 회의실 하나 비워달라고 했죠. 그때부터 개발자들이 텐센트 회의실에 작업실을 꾸려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갑자기 자기네 회의실 차지 해버린 우리를 보고 황당해 하는 텐센트 직원들도 있었죠.(웃음)”

개발자들의 중국비자가 만료 되서 한국에 가서 다시 받아서 오는 일도 빈번했다. 또, 전문적인 통역이 없어서 텐센트 직원과의 의사소통에 애를 먹었다고도 한다. 이렇게 일년을 고생한 끝에 유저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2009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접속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당초 목표의 두 배가 넘는 성과다. 100만을 찍고 나니 동접자 그래프는 급상승했다.

 

▲ 넥슨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카스 좀비모드는 초창기 '크로스파이어'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라이벌 등장 ‘좀비’ VS '나노'
성공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라이벌의 등장으로 또 한번 발목이 잡혔다. '크로스파이어'의 최대 라이벌은 ‘카운터스트라이크’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카스가 아니라 ‘좀비’다. 카스는 원래 '크로스파이어' 이전부터 중화권 지역에서 인기를 끈 FPS다.

넥슨이 온라인환경에 최적화 시킨 ‘카스 온라인’을 내놓으면서 '크로스파이어'와 맞대결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카스 온라인'은 치명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한국시장을 휩쓴 ‘좀비모드’가 그것이다. 좀비모드는 중국에 선보이자마자 동접자 50만 명을 끌어올렸다.

사실 좀비모드는 넥슨이 심혈을 기해 만든 걸작 '맵'이다. 밀리터리 게임에 좀비를 등장시킨다는 설정 자체가 뒤통수를 후려칠 ‘발상의 전환’이다. '크로스파이어'가 견제하기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회사는 비상이 걸렸다. ‘좀비모드’를 막을 강력한 신규맵이 필요했다. 여기저기서 쫓기듯이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러나 스마일게이트는 성급하게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 ‘맵’에 관한 스마일게이트의 완벽주의는 거의 편집증에 가깝다. 절대 시간에 쫓겨 대충 내놓는 일이 없다.

장인아 PD의 설명이다. “'크로스파이어'의 맵은 수백 수천번의 시뮬레이팅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맵 설계자는 유저들의 동선까지 미리 파악해 예상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실제로 테스터가 기획자의 예상대로 100%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맵이라 해도 통과시키지 않죠.” 이렇게 해서 내놓은 맵이 ‘나노모드’다. 사실 '크로스파이어'의 대박은 '나노모드'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노모드’는 돌연변이와 인간의 대결을 소재로한 SF배경의 모드다. 나노모드는 중국유저들을 단번에 홀릭상태로 빠뜨렸다. 2010년 9월엔 동시접속자 200만 명을 달성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동접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다음해 2011년에는 다시 300만 명을 돌파해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2012년 9월엔 역사상 첫 400만 기록을 돌파했다.

 

▲ 장인아 PD는 '크로스파이어' 400만 돌파는 시작일뿐이라고 말한다. 스마일게이트는 그 이상의 목표를 예측하고 있다

예측이 통할 때, 성공이 보인다

'크로스파이어' 성공의 일등공신은 지금까지 인터뷰를 했던 장인아 PD다. 그는 개발자 사이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여걸’로 통한다. 한국과 중국을 수없이 넘나들면서도 늘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성위주고 힘든 개발환경이 여성이 감수하기엔 벅찰 법한데도 그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열정으로 일을 추진했다. 중국 동접자 400만 신화도 그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그는 철저한 원칙론자다. 중국 유저와의 대화에서도 늘 원칙을 따진다. 장 PD는 “현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줘서는 않된다”며 “게임의 핵심과 운영의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접속자 400만 명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500만, 600만 천 만 명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확신했다.

“중국에 처음 서비스 할 때는 동접자 30만 명이 끝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100만 명이 들어왔습니다. 그 뒤로 예측불허의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엔가 우리의 예측대로 유저들이 착착 움직여 주는게 보였습니다. 그때 성공에 대한 확신을 얻었죠. 이제는 '크로스파이어'가 어디까지 발전 가능한지 예측됩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차곡차곡 밟아나가는 것이죠.”  

앞으로 성공을 이어갈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중국은 지역마다 인터넷 환경에 따라 5가지 급수로 나뉩니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1급지로 분류되고, 변방으로 갈수록 급수가 낮아지죠. '크로스파이어' 유저는 대부분 1, 2급 지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게임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3, 4, 5급 지에 사는 유저가 아직 더 많습니다. 이들이 다 '크로스파이어'의 잠재고객인데 이정도로 만족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한경닷컴 게임톡 이덕규 기자 ldkg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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