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이사 ‘미소문파’ 신사옥엔 개발의욕 절로 꿈틀

[게임톡] ‘웃음의 문’을 밀고 들어서자 벽도 기둥도 온통 오렌지 색이었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면 설국(雪國)이었다’라는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문장을 떠올렸다.

2002년 설립돼 올 6월 10주년을 맞은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4월 판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위치는 한창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엔씨소프트 사옥 앞 4거리의 대각선 방향. 안랩(안철수연구소)에 1개층, 그 옆에 나란히 선 쏠리드 건물 5개층에 입주한 것.

꼬까옷으로 몸 단장을 한 신사옥 건물은 아직 새 건물의 인테리어 냄새가 가시지는 않았지만 쾌적하고 편안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열 살배기 ‘미소문파(微笑門派)’ 식구들의 표정도 활기가 넘쳤다. 얼굴마다 오렌지빛 웃음이 배어 있었다.

안랩 빌딩 4층에 자리한 '크로스파이어' 스튜디오.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크로스파이어'(중국명 ‘천월화선’)가 중국에서 연 1조 매출을 이뤄내며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이사 후에 벌써 몇 가지 대사를 더 치러냈다.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글로벌 게임배급사인 지포박스를 인수했고, 에픽게임스와도 MMORPG와 FPS 두 종의 차기작을 위한 게임엔진 ‘언리얼3’를 두 개나 계약했다.

▲ 안랩(왼쪽)과 쏠리드 건물에 나뉘어 입주한 스마일게이트.
▲ 안내데스크 앞의 접견실. 스마일게이트 게임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사 후 채 한 달이 안된 터라 어쩌면 기자의 글에서도 인테리어의 잔 내음이 묻어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걸리는 사무실의 미세한 세팅과 배치에 대한 취재는 아직 태부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NHN, 엔씨소프트, 넷마블에 이은 매출 규모 6위, 순익 규모 4위권의 웅숭깊은 이 ‘미소문파’ 문하생들은 새둥지에서 철철 넘치는 개발의욕만은 숨길 수가 없었다.

■ “개발하기 좋은 환경...우수개발자 많이 왔으면”
스마일게이트가 판교로 이사한 날짜는 4.11 총선 전후다. 날짜를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닌데 오는 6월 10일 창립 10주년과 딱 맞아떨어졌다. 서울 방배동에 남은 RPG팀 2팀 150여명을 뺀, 방배동 곳곳에 흩어져있던 350여명의 직원이 한곳에 모여 ‘열 살 생일상’을 받게 됐다.

FPS 스튜디오의 창의적인 시설물.
▲ FPS 스튜디오. 시가전의 구조물을 조성해놓았다.
양동기 스마일게이트 부사장은 “사옥 이전을 통해 쾌적한 환경에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을 보니 성과도 자연히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직원들의 내부 만족도는 방배동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방배동에서는 여러 건물을 나눠쓰고 건물들이 떨어져 있다 보니, 같은 회사인데도 마치 해외 지사 같은 느낌이었다.

골프게임 '홀인원'의 조형물로 꾸민 통로.
이제는 한 건물 안에서 서로 얼굴 보며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일 처리 동선도 짧아지다보니 효율성이 높아졌다. 개인 사물함이 커졌고, 책상 사이의 공간도 여유로워졌다. FPS나 액션, RPG, 캐주얼 등 ‘특성에 맞게 꾸민 스튜디오’도 저마다 개성을 뽐낸다.

양 부사장은 “판교 신사옥은 서울 방배동에 비해 개발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과 베트남 전체 온라인게임 순위 1위, 북미 FPS 1위, 인도네시아-필리핀-러시아 FPS온라인 2위 등 전세계 동시접속자 370만명을 기록한 스마일게이트에 우수 개발자들이 많이 지원해, 스마일게이트 ‘앞으로 10년’의 주인공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창밖에서 들여다본 회의실.
■ ‘미소문파’의 상징 오렌지색은 ‘공감’
인력배치는 업무를 기준으로 층별로 나눠져 있다. 메인 사옥인 쏠리드 건물의 경우 2층에 브랜드관과 도서관, 3~4층에 개발, 5층 지원부서, 7층 카페테리아가 입주했다. 안랩 4층에는 ‘미소문파’의 최강 전력인 중국 동접 350만명을 온라인게임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크로스파이어’ 스튜디오가 자리잡았다.

쏠리드 건물 2층에는 손님맞이방과 안내데스크가 있다. 안내데스크를 둘러싸고 브랜드 전시관과 도서관이 들어섰다. 브랜드관에는 회사 설립부터 지난해 9월 중국 동시접속자 300만명 돌파까지의 연혁이 오렌지색 바탕 위에 실려 있었다. 그동안 만든 게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게임 이미지로 꾸민 접견실 앞 의자나 벽면도 오렌지색이었다.

전층을 다 돌아보는데 어디가나 오렌지색이어서 가히 ‘오렌지家’라 불러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컬러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오렌지색은 편안함 느낌 때문에 소비자가 쉽게 매장을 방문해 편히 쉴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많이 쓰인다.

▲ 어디가나 오렌지 색이 반기는 스마일게이트의 신사옥.
기자가 생각하기에 오렌지색은 가치의 공감대, 즉 공유와 인재 중심을 강조하는 스마일게이트의 가치와 일맥상통했다. 건물을 안내한 윤복근 홍보팀장은 “스마일게이트는 톱다운 방식의 독자 결정보다 내부적으로 의견을 많이 수렴해서 공유를 통한 의사 결정을 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문화가 모두 오렌지색에 다 녹아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사주인 권혁빈 대표는 대학 4학년 때 비전과 열정만으로 창업했다. 그래서인지 ‘매출 100억’이라는 돈의 숫자보다 ‘동접자 10만 명’ 같은 유저 중심적 가치, 개발 가치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고 또한 스마일게이트라는 새로운 차원문을 통하여 재미를 찾는 전세계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포부와 의지를 담았다.

카페테리아.
▲ 카페테리아의 옛날 오락기구들. 휴식시간에 직원들이 수시로 즐길 수 있다.
물론 도시 건물의 시가전을 재현해놓은 FPS개발스튜디오나 골프게임 ‘홀인원’(2010년 네오위즈와 계약)의 코스를 작게 꾸며놓은 인테리어, 벽 한 면을 실제 식물을 심어 녹색의 느낌을 나게 한 점 등 모두 오렌지만으로 채워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페테리아나 건물 복도 등 어느 동선을 따라가든지 오렌지색의 편안함을 중심으로 녹색이나 청색의 느낌이 얹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녹색 식물로 장식한 어느 벽면.
■ 개발자 업무 지원 신속하게 ‘헬프데스크’ 창구
스마일게이트 사옥에는 5층에 특이한 접수창구가 하나 있다. ‘헬프데스크’로 불리는 곳이다.

마치 동네 동사무소의 민원창구처럼 업무 직원 4명이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직원들의 전산이나 총무, 인사 관련 직원 고충과 현안을 접수받기 위해서였다.

가령 “인터넷이 안되요”라고 메일로 신청해도 되지만, 신경쓰는 것을 싫어하는 개발자들에게 오프라인으로 바로 접수하고 현장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민원실이다. 이렇게 여러 민원을 한곳에서 받아 처리해주니 개발자들은 시간도 절약하고 업무 효율도 좋아진다.

▲ 헬프데스크 창구

▲ 헬프데스크 창구.
김수지 사원은 “이전에는 인터넷이 끊기거나 복사기가 고장 나서 어려움이 발생하면 담당자를 찾아서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헬프데스크에 접수만 하면 일사천리로 해결이 되기 때문에 너무 편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주변 일보다 내가 하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

■ 출퇴근 문제 해결 위해 셔틀버스 7대 지원
스마일게이트의 업무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다. 서울 방배동에서 판교로 본사가 이사 가면서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가 바로 출-퇴근 문제.

원활한 출퇴근을 위해 회사측은 셔틀버스 7대를 운영 중이다. 인천, 은평-마포, 강서, 미아-강북, 잠실, 건대, 사당 등 노선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이원선 사원은 “집이 인천쪽이라 판교 이전 후 출퇴근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셔틀버스를 이용해 보니까 사당에 사무실이 있을 때와 출퇴근 시간은 비슷하지만 지옥 같은 대중교통에서 해방이 되었고,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독서, 어학공부 등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휴게실의 안마의자.
스튜디오 내에 카페처럼 대화와 면담을 할 수 있는 장소.
이밖에 지하 1층 헬스클럽의 무료 이용, 도서관과 카페테리아의 옛날 오락실 기기, 스튜디오 안의 카페 같은 미니 휴게실과 다다미방으로 꾸민 방 등 적재적소에 개발하기 좋은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이 깨알같이 박혀 있었다.

어느덧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국의 중견기업이자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전세계 370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스마일게이트.

홈페이지에 소개한 창업주 권혁빈 대표의 인사말처럼 “적당히 좋은 회사로 안주하지 않고, 위대한 회사로 성장”하는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20 쏠리드 스페이스가 또 어떤 여의주를 물고 올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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