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가치 있는 관계를 맺은 사람

 

“너 나 알아?” 살면서 누구나 이런 말을 한두 번 정도 주거나 받았을 것이다. 

상대방을 알거나 모르고의 차이는 그 사람을 얼마나 알고 많이 담고 있냐는 말이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의 습관, 습성, 가족관계, 좋아하는 것, 못하는 것, 심지어 그 사람이 못 먹는 음식까지 많이 알수록 그 사람과의 지내는 기간 동안 쌓아온 정분(情分)더 깊어지는 것이다. 

“쉽게 헤어진다”는 것에 사람들은 “아쉬움도 없다”라고 말할 때가 많다. 즉 담아놓은 정분이 없으니 빈 봉지 버리듯 큰 미련이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결혼해서 헤어지기 전 부부싸움에서도 “당신 나 알아?” “나를 알기나 하면서 그런 말을 해?”라는 대사가 많은데 결국 서로를 몰라서 헤어진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누구를 소개받을 때 그 소개를 해준 대상이 얼마나 친분이 있는지? 비즈니스나 어떤 사적인 부탁이 이루어질 때도 사람들은 중복 체크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친해진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을 같이 한 친구 중에 가장 친한 친구는 가족처럼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편하다.

30년을 알고 지내던 후배가 있었다. 나는 그 후배의 이름과 부인 그리고 그에게 아들이 하나 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다. 당연히 그와의 거리는 여전히 30년 전 그대로 거리를 두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인연이라는 끈이 얇아져 끊어졌다.

자신을 드러내고 약간씩 화투패를 보여주듯 그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이라도 보여주며 다가갈 때 사람들은 서로 담는다는 걸 알 수있다.

20년 후배, 30년 선배 등등 많이 지내온 세월 속에 간혹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나 걔 잘 몰라” “그 선배? 별로 안 친해” 빈 주머니에 서로 담은 술병밖에 남은 게 없다.

전화번호에 수천 명의 사람들을 살펴보니 그냥 이름과 명함, 하고 있는 직업 등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

이렇듯 관계가 많다고 좋은 건 아니며, 산속에서 홀로 사는 사람들보다 크게 더 나을 게 없다. 오랜 세월 속에 자신을 알고 있는 형제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가치 있는 관계를 맺은 사람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