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며 주변에 재산이 있든 없든 자주 전화로 안부를 묻는 사람이 많을수록 덜 외로워진다고 한다.
아무도 전화를 안 해주는 건 타인들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고 자신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최근에 술자리에서 자주 나오는 대화 중에 사람들과의 친밀도에 대한 주제가 많았다.
같은 건물에 살거나 지척에 거리를 두고 있는 형제라도 진정한 관심이 없다면 자주 연락을 안 하게 된다.
반대로 지구 반대편 외국에 사는 친구라도 문자나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면 자신에게 지속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저 ‘아는 사람’일 뿐이고 더 이상의 인간관계는 아니다. 30년을 알고 있는 지인과 우연히 다른 사람과 통화 중에 바꿔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A: 넌 전화도 안 하느냐?
B: 내가 계속했는데 왜 내가 계속 전화해야 해?
A: 나는 원래 그러잖아.
B: 그럼 그렇게 계속 살다가...
이렇게 그와는 6년 전 마지막 전화가 되었다. 물론 그 이후 단 한 번도 나에게 전화는 오지 않았다.
30년 전부터 내가 항상 전화했지만 그가 먼저 전화나 안부를 물은 적이 없어 오래 전 나 스스로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다시 생각을 해보면 안부 전화는 부모님께서 가장 많이 하셨다. 자식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배우자를 선택해 연애하면서 사소한 것까지 챙겨주는 세심한 사람들이 나중에 서로 사랑하며 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아는 사람’과 ‘형제 같은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아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면 혼자만의 쓸쓸한 장례식을 준비할 것이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보다 자신에게 안부를 전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나는 게 삶에서 덜 외로워지는 방법이다.
관심을 갖더라도 아부나 필요에 의한 관심이 아닌 진정한 사람과 사람에 의한 사랑의 관심이 중요하다.
관심도 주고받는 재물과 같다. 내가 아무리 관심을 둬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더는 줄 필요도 없고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면 그만큼 되돌려줘야 유지가 된다.
한쪽만의 짝사랑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 ‘아는 사람’만 많으면 외로운 섬에서 지나가는 배를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 아는 사람 많다.” 태산을 가져도 사과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게 인간관계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