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어느 카페에 있는데, 손님 중의 여자 한 명이 다가왔다. 여자는 피카소에게 종이를 내밀며 “여기에 간단하게 그림 하나 그려주세요. 제가 충분히 사례는 할 게요”라고 말을 하며 부탁을 했다.

피카소는 여자의 말이 떨어지기도 채 1분도 안되어 순식간에 그림을 그렸다. 여자는 피카소에게 달러 100달러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피카소는 돈을 다시 돌려주며 우리 돈으로 3000만원 정도를 요구했다.

여자는 놀라며 “아니 피카소 씨, 당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려놓고 너무 터무니없는 거 아니세요?” 이렇게 묻자 피카소가 웃으며 이렇게 이해를 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그리는 데 50년이 걸렸습니다. 결코 비싼 거 아닙니다.” 물론 피카소의 유머가 묻어있는 일화다.

거절?...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그래도 그 순간만 내뱉으면 나중이 편하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안되었다.

얼마 전에 재능기부가 들어왔다. 거절을 했다. 그려져 있는 그림을 준다면 다르지만 없는 그림을 요구하는 사람에 맞춰 새로운 작업을 해야 한다. 

그 시간을 내서 작업을 해야만 하고 허락을 했을 때 알게 모를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아야 할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상하고 준비해야 할 작품까지 피해가 가는 경우도 많았다. 언젠가 그려준다고 술자리에서 허락하고 한 달 내내 고민하다가 내 돈을 주고 아는 선배 만화가에게 부탁해서 마무리를 한 적도 있다. 정신적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술가들끼리도 절대 서로 작품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을 때 구입하거나 양해를 구하고 서로의 작품을 교환할 뿐이다. 

몇 달전 가수 형님이 친한 지인 때문에 어떤 자리에 가서 할 수없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주인이 차비하라는 듯 기름값을 줬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뢰한 행동이다. 

오히려 내가 화가 나서 "앞으로 그런 자리 가지 마시라"고 성질을 부렸다. 왜 한국 사람들은 예술가들이 하는 걸 쉽다고 생각할까? 

재능을 기부하는 건 부탁이 아니라 예술가들 스스로 마음의 결정을 해야 기부가 될 수있다.

“도자기 하나 만들어 줘! 그림 하나 그려줘! 노래 한 곡 해봐!” 스쿠루지가 가진 고약하고 무지하며 인색한 습관이다. “술 한 잔 살게 해줘” 노동과 다를 게 없는 게 예술과 인생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