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재청 장영기 전문위원-권정현 라이엇게임즈 이사 대담

“폭염 속 아시아 출장 온 미국 본사 브랜든 벡 CEO가 일정을 바꿔 한국문화재 지킴이 행사에 참가해 놀랐다.”

장영기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몇 번이나 “라이엇게임즈의 한국문화재 사랑은 진정성이 있다”이라는 말을 했다. 권정현 라이엇 게임즈 이사는 “지난해 9월 회사 설립할 때 약속한 것 실행한 것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장영기 문화재청 전문위원(왼쪽)과 권정현 라이엇게임즈 이사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6월 26일 문화재청(문화재청장 김찬)과 한국문화유산 후원에 총 5억원 지원 협약을 맺었다. 회사 출범할 때 자사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한국형 챔피언 ‘아리’의 초기(6개월) 판매금액 전액을 문화재기금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대기업들도 선뜻 할 수 없는 이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의기투합한 야전 사령관이 장영기 전문위원과 권정현 이사다. 두 사람을 서울 신사동 라이엇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나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를 들어봤다.

■ “솔직히 초기 게임사에 외국계 문화지킴이 우려”
문화재청은 2005년부터 민간이 한 문화재에 한 사람이 동참하는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운동을 국가 차원으로 확대했다. 가족과 공공기관 등을 지정해 매년 1만 5000명이 참가하는데 특히 가족이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올해 “문화재와 동떨어질 것 같은” 게임사가 '한 문화재 한 지킴이’에 동참했다. 장영기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처음 라이엇게임즈 권정현 이사의 제안을 받고, 문화재청 내에서도 게임에 대한 사회편견이 있고 외국계라서 당황했다. 솔직히 단순한 홍보전략이라고 의심했다”고 말했다.

한국형 게임 캐릭터 '아리'
이유는 그뿐이 아니다. 한국 기업도 기부나 사회봉사도 문화재 복원기금을 기부하는 경우는 드물다. 장 위원은 “특히 게임사가 한국문화재 복원에 지원한 경우도 최초여서 과연 게임과 문화재를 연결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소회했다.

회사와 문화재청의 다리를 역할을 한 권 이사는 “장 위원님에게 먼저 ‘구미호 전설’을 모티브로 한 한국형 챔피언(캐릭터) ‘아리’를 소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LOL 한국 서비스를 하며 한국적인 미를 살리는데 초점을 두고 한복으로 디자인했다”며 “한국 문화유산은 훌륭한 인류의 유산이다.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과 함께 소중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적으로 접근하자 술술 풀렸다. 문화재청에서도 안티가 사라졌다. 라이엇게임즈가 현지에 진출하면서 현지 정서에 부합하는 캐릭터를 만든 사례는, 중국의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웅 ‘오공’과 한국의 구미호 전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아리’뿐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 게임사도 정부도 ‘고객 중심’ 찰떡궁합 호흡
당시 회고한 장영기 문화위원은 “협약 사전 스크린을 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두 가지를 찾아냈다”고 소개했다.

장영기 문화재청 전문위원
그는 “우선 라이엇게임즈가 지난해 9월 라이엇 게임즈아시아 공식 출범 당시, 한국형 챔피언 ‘아리’의 초기(6개월) 판매금액 전액을 한국 문화재 복원에 기부하겠다는 공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그리고 게임사도 정부도 사용자(국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한다. 특히 게임은 젊은이들이 많이 즐긴다. 그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 마인드는 창업자인 브랜든 벡 CEO의 철학하고도 맞았다. 어린 시절 LA의 한인 타운에 있는 PC방을 즐겨 찾았다. 그리고 순두부찌개도 즐겼던 그는 심지어 그곳에서 ‘LOL’ 게임 개발 및 비즈니스에 대한 구상을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브랜든 벡 CEO가 참가한 문화재 지킴이.
권 이사는 “라이엇 게임즈 브랜든 벡 CEO는 한국을 좋아하는 지한파다. ‘플레이어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회사가 되겠다’는 고객 중심 철학을 지닌 그는 ‘LOL이 성공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이 높은 한국 e스포츠 팬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6월 문화재청과 문화재청 유물 보존처리에 총 5억원 지원 협약에 브랜든 벡 CEO는 오진호 라이엇게임즈 아시아 대표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적으로 수호천사로 나섰다. 7월 라이엇 게임즈아시아의 임직원들이 경복궁 청정 활동에 나섰던 날도 브랜든 대표가 아시아 출장 중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직접 한국을 방문, 이들을 독려할 정도다.

■ 김찬 문화재청의 협약 감사 트위터 화제
한국형 캐릭터 ‘아리’가 처음으로 장 문화위원을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문화부 문화콘텐츠실장을 역임한 김찬 문화재청장은 ‘문화재 유물 보존처리에 총 5억원 지원 협약’이라는 결실로 맺은 라이엇게임즈의 문화 마인드에 대해 ‘진정성’에 대해 감동했다.

김찬 문화재청 트위터 캡처.
김찬 청장은 협약식 날 트위터에 “문화유산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콘텐츠개발의 밑거름,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라이엇게임즈와의 한문화재 한지킴이 협약, 참여 감사합니다”라고 올렸다. 수많은 트위티리안은 “라이엇게임즈의 문화재청 기부는 그야말로 신(神)의 한 수” “‘게임사 중에서) 라이엇게임즈만큼 효과적인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등 수백 건의 칭찬릴레이 리트윗을 해 화제가 되었다.

트위트리안의 김찬 문화재청 리트윗.
협약 이후 4개월, 이제 문화재청 안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된 조선왕조의 왕실유물 복원(향후 2년)과 편의시설 기부 등은 ‘특별한, 우수한 케이스’로 입길을 타고 있다. 특히 라이엇게임즈가 청소년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해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장영기 문화위원은 “문화재청 직원들은 처음에는 게임도 모르고, 어떤 외국사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9월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광장에서 열란 섬머 리그 결승에 직접 가서 관람을 보고 와서 얘기해주니 ‘게임을 잘못 알았다’ ‘젊은이들의 생동감과 참여 열기에 놀랐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 장기적 프로젝트 “청소년과 문화재 가교 역할”
장영기 문화위원과 권정현 이사는 문화재 복원 지원을 ‘단발적인 이벤트성 활동’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의기투합’을 했다. 그래서 고궁문화재를 보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서로 지속적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장 위원은 “6월 협약 준비하면서 게임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청소년들에게 문화재를 다가갈 수 있는 가교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게임이 청소년들의 커뮤니케이션 매체라는 것이었다”며 “동네문화재를 찾아가고 훼손을 막는 것을 참여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권정현 라이엇게임즈 이사.
권 이사는 “문화재 복원 지원은 단발적인 이벤트성 활동이 아니다. 한국 문화유산은 전세계인이 함께 관심 갖고 보호할 만한 훌륭한 인류의 유산이다. LOL를 즐기는 청소년 플레이어 등에게 한국 문화의 소중함과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에 알리는 방법을 장기적으로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가령 문화재 환수 등 구입하려고 해도 자금이 없는 경우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준비 중이다. 체계화하고 장기적인 컨셉으로 차별화할 생각이다.

플레이어 역사 교육 체험 프로그램 장면.
권 이사는 “문화재 복원지원과 봉사활동, 국립 고궁박물관과 함께 ‘플레이어 역사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유저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많아 뿌듯하다. 여섯 살 먹은 아들과 청소년 문화체험 교육에 직접 참가해 역사 설명을 듣다보니 경복궁이 그냥 경복궁이 아니었다”며 월 1회 프로게이머와 청소년의 문화재 교육을 지원 결정을 평가했다.

■ 글로벌 e스포츠 최고게임 ‘LOL’ 팬심 사로잡았다
지난해 라이엇게임즈의 ‘LOL’가 등장하면서 한국은 물론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 세계 145개국에서 함께 즐기는 이 게임은 가입자수가 1년 만에 7000만 명으로 2배로 껑충 올랐다.

롤드컵 결승전 장면.
지난달 13일 LA에 열린 시즌2 월드 챔피언십(우승 상금 10억원)은 월드컵에 버금가는 세계대회라는 의미로 ‘롤드컵’이라는 별칭을 불리며 온라인과 TV로 순 시청자가 828만2000여명에 달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9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12월부터 ‘LOL’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3개월도 안돼 외산 게임으로 6년만에 1위에 올랐다. 최근 17주 연속 1위를 지키며 최근 점유율이 최초 30.22%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권 이사는 ‘스타크래프트’ 쌈장 이기석을 좋아 게임에 입문해 EA코리아-블리자드코리아를 거쳐왔다. 그는 “롤드컵 현장에서 팀명 연호하는 응원전을 보며 마치 눈감으면 월드컵과 똑같았다. 현장에서 제가 게임을 문화 아이콘으로 만드는데 조그마나 역할을 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게임업계 최초 문화재청 유물 보존처리 등 문화재 지원에 총 5억원 약속을 지킨 것도 떠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앞에서 열린 섬머리그 결승전.
그 모습을 보며 장 위원은 “게임도 1등을 하고, 한국 문화재 복원 공헌에 1등하는 외국사가 있다는 것이 본받을 만하다”며 덕담을 건넸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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