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DOS용 게임...옹기종기 가족이 같이 '접대게임' 인기몰이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심슨 가족’이라는 만화를 필자 역시 굉장히 좋아하지만, 사실 필자가 ‘심슨 가족’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만화가 아니라 게임이었다.
원래 군대에서 청소 시간이 되면 신나는 음악이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청소를 하기도 하는데, ‘SES’나 ‘핑클’은 이미 걸그룹의 대표였다. 그녀들의 노래 말고도 다른 내무실은 그 당시 인기절정이었던 ‘샤크라’ 또는 ‘클레오’, ‘서클’, ‘티티마’의 노래를 많이 틀었다.
21세기로 넘어와서 ‘파파야’의 ‘아잉~’ 하는 ‘내 얘기를 들어봐’ 노래를 많이 틀었는데, 유독 필자의 내무실만 ‘심슨 패밀리’를 보면서 청소를 해야 했다. 최고 짬이었던 말년 병장이 이 만화의 열혈 마니아였던 것이다. 참고로 그 당시에 필자는 ‘파파야’도 굉장히 좋아했고, ‘티티마’의 ‘Wanna be loved’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다. 당연히 필자가 말년병장이던 시절에 필자의 내무실에서는 청소시간 노래가 ‘파파야’나 ‘티티마’ 노래였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미안했다 후임들아.. 귀에 피딱지가 앉도록 들었겠지).
‘심슨’은 워낙 유명한 만화라서 필자가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심슨’은 이미 게임으로도 여러 개의 게임이 나왔다. 그 중에서 필자가 즐겨 하던 게임은 PC-DOS용 게임이었다. 이 게임을 즐겨 한 이유는 그 당시에 흔하지 않게 4인용이나 지원하던 게임이었다. 물론 4명이 한 컴퓨터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게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게임이 출시된 1991년이던 그 당시 모니터는 거의 14인치가 표준이었고 키보드 하나로는 4명이 손가락을 다 올려놓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주로 2인으로 많이 했었는데, 그 당시 PC게임에서는 2인용 게임도 사실 많지 않았던 시절이다 보니 명절이나 제사 때 사촌 동생들이 집에 오면 딱히 접대 할 게임이 없어서 이 게임을 많이 하곤 했었다. 그런 의미로 이 게임은 ‘파티게임’ 또는 ‘접대게임’으로 장르를 구분해도 될 듯하다(그런데 PC-DOS용도 동시에 4인용이 됐었던가? 4명까지 해본 적이 없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 이질적인 그래픽의 게임
이 게임은 동네 오락실에도 잠깐 등장했는데, 필자의 동네 오락실에서는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사라져서 굉장히 아쉬웠던 게임이다. 하지만, 바로 DOS용 게임으로 나와서 한 동안 근처에 살던 사촌 동생을 불러다 매일 같이 ‘심슨’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주로 아들 ‘바트심슨’을 골랐다.
더군다나 그 당시에는 한국에 ‘심슨’ 만화가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잔잔하기는 해도 ‘심슨’만의 재미를 느낄 수가 있는데, 필자는 게임으로 먼저 ‘심슨’을 알게 되고, 원작 만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 과한 폭력이 없는 순수한 게임
특이한 점은 이 게임의 장르가 아케이드(액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폭력적인 부분은 별로 없었는데, 아마도 ‘가족’을 주제로 한 게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게임의 핵심 스토리는 오프닝 장면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어찌하다 보니 보석을 입에 물게 된 젖먹이 아기 ‘매기(Maggie)’가 악당들에게 납치되고 ‘심슨’의 가족 4명 아버지(Homer), 어머니(Marge), 아들(Bart), 딸(Lisa)이 막내둥이 아기(Maggie)를 구출하러 가는 내용이다(그런데 왜 할아버지는 선택이 안 되게 만들었지?).
원작 만화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했는지 각자의 공격이나 주무기 또한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데, 문제아 아들 ‘바트심슨’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엄마는 진공 청소기로 악당을 두들기는 등 각각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 용량 대비 최고의 성능
필자의 까다로운 기준으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의 장점을 꼽자면 뭐니뭐니해도 2MB정도밖에 안 하는 비교적 적은 용량으로 가족 게임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적은 용량으로 하드 구석 어딘가에 넣어두고 방문객들을 꽤 오랜 시간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임으로 그 당시에 이 게임 외에는 별로 대접할 만한 PC 게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문객들의 연령이 필자보다도 한참 어린 사촌 동생들이다 보니 이 보다 더한 내용의 과격한 게임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도 했다. 이 게임을 하고 나서 방문객들이 돌아가면 다시 원래 하던 과격한 게임을 하곤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혼자 하면 재미없었던 게임도 친구나 동생들과 같이 하면 꽤 재미있는 게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기는 해도 게임을 통해서나마 서로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목표를 향해 서로 돕는 과정 중에 싹트는 마음, 그것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 필자의 잡소리
이 게임을 생각하면 궁금한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이 게임을 같이 하던 코흘리개 막내 동생은 20년 전에 이 게임을 같이 하면서 웃다가 의자 뒤로 넘어지던 그 때 그 시절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그리고.. 20년이 지나 그 놈은 군대에 가서 저녁 청소 시간에 무슨 노래를 틀어놓고 청소를 했을까?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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