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지 비행 시뮬레이션’ 재미는 ‘쏠쏠’...게임별곡 팬들 요청 추억사냥 새록

[게임별곡]을 쓰면서 몇몇 분들이 격려의 메일을 보내주셨다. 필자 나름대로는 이것을 ‘팬레터’라고 부른다. 최근 팬레터를 보내주신 분은 ‘글러브 프로덕션’의 최상원 감독인데, 자신이 오래 전에 즐겼던 게임 중에 몇 가지를 언급하면서 사진까지 보내주었다.

▲ 출격 준비!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팬들의 요청작(?) ‘스트라이크 코맨더’편을 다루기로 했다. 안 그래도 필자 역시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마니아이다 보니 언젠가는 했어야 했을 일이다. 다만, 이 게임을 ‘비행 시뮬레이션’의 범주에 넣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출시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스트라이크 코맨더’는 이미 ‘팰콘 3.0’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다. 순수한 의미에서 ‘시뮬레이션’이라는 분야에 포함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노바로직’의 ‘코만치’ 정도로 ‘3D 슈팅’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본격적인 시뮬레이션 기능보다는 게임 스토리 진행 자체에 중점을 둔 ‘인터랙티브 무비’ 에 가까운 게임 시스템이나 제작사였던 ‘오리진’에서 늘 얘기하던 ‘우리는 세계를 창조한다(We create World!)’ 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스토리에 몰입하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멋진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이미 다른 ‘코맨더’ 시리즈였던 ‘윙코맨더’에서 보여줬던 그들의 게임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 역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일 것이다.

■ ‘윙커맨터’ 현실로....‘MSG’ 첨가 ‘릿지 비행 시뮬’

▲ ‘윙코맨더’
기존에 출시됐었던 ‘윙코맨더’ 시리즈를 해본 분들이라면, 이 게임은 우주의 ‘윙커맨더’를 현실의 세계로 가져온 게임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사실 그 현실이라는 것도 하나의 ‘가상’화된 현실의 세계이긴 하지만 ‘스트라이크 코맨더’에서 다루고 있는 세계는 오프닝 동영상에 ‘2011AD’ 라고 쓰여진 것을 보면 서기 2011년이 배경이다.

2011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다. 최근에 출시된 게임들 중에서 이 게임과 분위기나 컨셉이 비슷한 게임이 있다면 아마도 ‘에이스 컴뱃’ 시리즈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철저한 고증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라면 이 게임은 문제투성이의 말도 안되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창공을 누비는 즐거움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인물 묘사는 좀 그랬다
이 게임에서는 정교한 비행 모델이라든가 현실에서의 물리법칙이나 에너지와 질량에 대한 정교하고 복잡한 계산 등은 기존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CPU’를 활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계산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모니터 화면에 눈으로 보여지는 시각적인 부분의 연출적인 내용으로 대신했다(물론 내부적으로는 조금이나마 계산을 하긴 했겠지만..).

이렇게 ‘스트라이크 코맨더’ 게임이 출시되면 온갖 논란에 시달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고민을 했었는지 개발자들은 이 게임이 조금이라도 ‘비행 시뮬레이션’의 구색을 갖추고 그 범주에 발을 들여놓기를 원했나 보다. 비록 그런 열망이 게임 매뉴얼에서만 구현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긴 하지만, 매뉴얼만 보자면 이 게임은 여느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과 다를 게 없었다. 정말로 화면에 보이는 저 기능들이 제대로 다 동작이나 할 것인가 의심스러운 계기판 설명부터 해서 요란한 전투 기동에 대한 내용까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는 매뉴얼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기존의 정통 비행 시뮬레이션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실제 게임을 해보면 상당 부분 간소화되어 있거나 생략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동작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동작하고 있더라도 정통 비행 시뮬레이션에 비해서는 여전히 간소화되고 또는 과장된 부분들이 대부분인데, 레이싱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릿지 레이서’를 하는 기분으로 하면 된다.

▲ ‘스트라이크 코맨더’ - 매뉴얼
기존의 정통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이제 막 비시(비행 시뮬레이션)에 입문한 초심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들은 간소화하고 실제 현실적인 세계에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조금 더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는 게임으로 이 게임이 정통 비행 시뮬레이션의 범주에 속하는가 아닌가 하는 부분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저 푸르른 창공을 누비며 분투를 다투며 쫓고 쫓기는 땀이 흐르는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주인공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느끼고 싶다면 이 게임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 비행 시뮬레이션 매뉴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투 기동에 대한 설명
요즘 행하는 말로 하자면, 정통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 약간의 ‘MSG’를 첨가한 게임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기존에 ‘팰콘 3.0’ 마니아였던 필자도 한 동안 빠져 살았던 게임으로 지지부난한 정통성 논란쯤이야 게임 한 번 해보면 간단하게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정통 마니아도 이제 막 입문한 초심자도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설정 자체가 허무맹랑하다거나 SF에 가까운 소재는 아니므로 현재 처해진 환경에 몰입한다면 영화의 주인공 같은 기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출시 연기의 연속– 컴퓨터 고사양 압박 팬들 원성 자자
이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도 많은 게임들이 출시됐지만, 기존 게임과는 달랐던 점이 ‘스트라이크 코맨더’라는 걸출한 게임이 세상에 나온다 하고 각종 언론매체에 화려하게 광고만 하고 출시연기를 거듭했던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오랜 기다림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최소사양도 ‘386’ 이상의 당시로서는 고사양을 요구했다.
▲ 사진 제공 : 최상원님
게임이 출시된 1993년에는 이미 세상에 80386, 80486 CPU 들도 존재했고 그 다음 세대인 ‘Pentium 60’도 출시된 해이지만, 그 당시 가정에 보급 된 컴퓨터는 거의 대부분 XT에서 AT(80286)으로 넘어온 정도였고, 386 컴퓨터는 그나마 좀 잘 사는 집 아이들이나 가질 수 있는 고급 기종이었다. 486 컴퓨터는 그래픽 작업이나 고사양의 전문 직종에서나 쓰는 컴퓨터로 인식되던 시절에 당당하게도 386 이상의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으로 출시된 것에 대해 오랜 기다림을 묵묵히 참고 기다려준 수많은 팬들에게 원성을 들어야만 했고,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1990년대 초반 386 PC의 가격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에 판매하고 있던 386 PC의 가격은 200만원이 훌쩍 넘는 거금의 고가 장비였고, 그나마도 램은 2MB밖에 안 됐다. ‘스트라이크 코맨더’는 4MB 이상의 메모리가 권장사양이다. 요즘 같은 ‘GB(기가바이트)’ 단위의 램을 장착하고 있는 시절에 ‘MB(메가바이트)’ 단위의 장치가 존재했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안 갈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1GB라는 용량 단위는 1024MB 단위이다. 지금 웬만한 PC에는 4GB 정도의 램이 장착되어 있는데(이것도 요즘은 8GB, 16GB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 4GB라는 용량은 4096MB 용량이며 그 당시 주변에 제일 많이 보급된 286 PC에 램이 1MB였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4096대의 PC에 장착된 램을 합친 것과도 같은 용량을 1대의 PC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온 동네 아이들의 PC에서 램을 다 뜯어 모아도 불가능..)

그 당시에도지금처럼 대기업 PC는 가격대비 효용성에 비해서 워낙 비쌌기 때문에 ‘조립형 PC’라는 이름으로 용산, 청계천 등에서 중소 업체나 개인 사업자들이 PC를 조립해서 팔기도 했었다.

▲ 1990년대 초반 486 PC의 가격
1990년대 초반에는 거의, 1000만원에 육박하는 가정용 개인 컴퓨터(PC)가 판매되고 있던 시절이었다(누가 산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야 200만원 정도만 돼도 충분히 고 사양의 3D 풀 옵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양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 200만원은 보급형 상위기종을 살 돈밖에 안 됐고, 지금 가치로만 따져도 20~25년 전의 물가를 감안한다면 1000만원이라는 돈은 엄청난 금액이다.

그런 세상에 권장 사양을 당당하게 ‘386 이상 / 램 4MB 이상’ 이라고 말하는 게임을 집 안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지 모르겠다. 그래 놓고 정작 필자는 갓 등장한 ‘펜티엄 60’을 거금 3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매한 뒤에 이 게임을 즐겼다(물론 몇 십 개월 할부로 샀었다). 그 당시 286을 쓰던 필자는 부모님께386을 사달라고 조르고 졸라 어느덧 몇 년이 지나버렸다. 몇 년이 지난 뒤 세상은 이미 벌써 486도 구식 기종이 되어버리고 486DX II라든가 DX4까지 등장하고 최신 기종인 ‘펜티엄’이 출시되는 등 자고 나면 신제품이 발표되고 출시되던 세상이었다. 1년 전에 거금을 주고 산 PC가 반값도 안 되는 것을 지켜보며 속앓이를 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 필자가 샀던 펜티엄
그 당시 필자의 동네 대리점에서 장기간 할부를 해줘서 구입이 가능했다. ‘조립형 PC’가 반 값 정도에 비슷한 성능의 컴퓨터를 살 수 있었지만, 장기간 할부를 해주지 않아서 구입할 수 없었던 것이 오래도록 후회로 남았다. 그나마 248만원이라는 가격도 좀 떨어진 가격이고 실제로 필자가 구매했던 금액은 거의 300만원 가까이 됐는데 아마도 장기 할부에 따른 이자비용이 포함됐던 것 같다(그때 ‘뉴텍 컴퓨터’도 진짜 잘 나갔는데..).

기체 묘사는 괜찮았다.
아무튼 그 시절에 ‘스트라이크 코맨더’라는 게임을 원활히 즐기기 위해서는 꽤나 고사양의 PC가 필요했고 그 당시 PC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도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즐기지는 못했고 몇 년 뒤에서야 ‘펜티엄’ 컴퓨터를 구입하고 나서 즐길 수 있었다. ‘펜티엄’ 컴퓨터를 사자마자 즐긴 ‘오리진’의 ‘스트라이크 코맨더’ 게임이다. 그런데 ‘펜티엄 60MHz’ CPU는 초기 부동소수점 연산 오류로 기존 폴리곤에 비해 500만배나 뛰어나다고 자랑한 ‘노바로직’의 ‘코만치’가 실행이 안 됐는데, 나중에 수정된 CPU로 교환 받고 나서 실행이 됐던 신기한 경험이 있다. ‘config.sys’, ‘autoexec.bat’ 파일 정도는 눈감고도 짤 수 있었고, ‘EMM386’ 이니 ‘DOS=HIGH, UMB’니 하는 옵션들이야 이미 익숙한 상태였으니 그 당시 게임이 실행 안 됐다가 실행이 됐을 때 바뀐 점은 CPU 교체 밖에 없었다(비슷한 경험 하신 분이 계실지?).

■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다

▲ 1994 - ‘PACIFIC STRIKE’
이렇게 ‘스트라이크 코맨더’를 출시하고 많은 사람들을 고 사양의 압박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나서 그 다음해에 출시한 ‘퍼시픽 스트라이크’ 또한 만만치 않은 고 사양을 요구했는데, ‘스트라이크 코맨더’가 근현대전을 다루고 있다면, ‘퍼시픽 스트라이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태평양 전쟁을 다루고 있다.

지금 보면 상당히 거친 화면이지만, 그래도 20년 전에 이 게임을 했을 때는 청량하고 맑은 태평양의 하늘이 진짜 이렇겠구나 하고 하늘을 제일 잘 묘사한 게임이었다. 필자는 이 게임의 하늘 묘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은 많이 있지만, 그 중에 필자가 최고로 꼽는 ‘AOE(Aces of the Europe)’의 시리즈인 ‘AOP(Aces of the Pacific)’과 함께 태평양 전쟁을 주제로 한 게임 중에는 ‘퍼시픽 스트라이크’ 또한 명작 게임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특집 편을 써보도록 하겠다.

‘스트라이크 코맨더’를 출시한 ‘오리진시스템즈’라는 회사는 회사 이름보다도 그들이 출시한 게임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울티마’, ‘윙코맨더’ 시리즈가 모두 이 회사의 작품이다. ‘리처드 게리엇’과 그의 형 ‘로버트 게리엇’이 세운 게임 회사로 1990년대 초반까지 PC 게임의 선도자 역할을 했다(고 사양은 나를 따르라~!). 게다가 지금의 ‘MMORPG’가 있을 수 있게 만든 ‘울티마 온라인’ 역시 이 회사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고 사양의 PC)이 필요했고, 1990년대 이 게임의 개발사인 ‘오리진 시스템즈’는 유저로 하여금 돈질하게 만드는 악마와도 같은 개발사였다. 보통 줄여서 ‘오리진’이라 부르는 이 회사는 전 세계 게이머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울티마’ 시리즈로 유명한 회사다. 이들의 이러한 세상에 보급된 PC와 타협하지 않는 고 사양을 추구하는 기질은 사실 꽤 오래 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어 1987년 ‘울티마 5’편에서는 ‘애플2(AppleII)’의 사운드카드인 ‘머킹보드’를 지원했다. 그런데, 이 ‘머킹보드’가 만만치 않은 고가의 장비였다. 확장된 사운드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이 ‘머킹보드’가 2장이 필요했다. 그 다음에 출시 된 ‘울티마 6’나 ‘윙코맨더 1’ 역시 당시로는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했고,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지불을 해야만 했다.

▲Apple II –‘Mockingboard’
‘머킹보드(Mockingboard)’라는 것은 세상에 그런 것도 있다더라 정도의 전설로만 접하고 있었고 필자도 실제로 써 본 적은 없다. 물론 주변에 갖고 있던 친구들도 없었다.

■ 필자의 잡소리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항상 최고와 최상의 것을 추구하던 그들도 1992년에 ‘EA’에 의해 인수되면서 그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다.

결정적으로 1994년 ‘윙코맨더’의 제작자였던 ‘크리스 로버츠’가 퇴사하면서 시리즈 하나가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울티마 온라인(울온)’까지 승승장구하던 ‘오리진’의 밥줄 ‘울티마’ 시리즈도 1999년 ‘울티마9’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그 책임 때문이었는지 ‘리처드 게리엇’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점차 몰락기에 접어든다(항간에는 1999년에 시리즈 9편이라고 해서 아홉수가 끼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4년 ‘EA’에 의해 ‘오리진’ 이라는 회사가 숙청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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