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 창립연도-잡스 ‘타임’ 표지모델...닌텐도는 위기 딛고 훨훨

1회 쓰고 폐지당할 것 같은 [게임별곡]이 어느새 82회차를 맞이하였다. 꾸역꾸역 쓰다 보니 건성으로 얘기했던 100회 특집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꼭 책으로 엮어서 팔아보자..).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82회차는 숫자에 의미를 붙여보기로 하였다. 이른바 ‘1982년 비디오 게임 특집!’ 시간이다.

일단 1982년 하면 지금 전세계 게임업계 중 제일 큰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EA (Electronic Arts)’의 설립년도이다. 2013년 정보에 의하면 계열사 포함 종업원이 9370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의 웬만한 읍 단위 사람들이 전부 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같다. 참고로 2014년 1월 통계 기준으로 전북 무주군 무주읍은 9595명에 401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세대당 3인 가족 구성으로 친다면 거의 3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EA’라는 회사 하나에 얽혀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가 좋아하는 비행 시뮬레이션 명가 ‘마이크로프로즈(Microprose)’ 회사도 역시 설립 년도가 1982년이다. 그 밖에도 의외로 1982년에 설립된 회사들이 많은데 그 해에 뭔가 운수가 좋은 해였나 보다. ‘루카스아츠 (LucasArts)’ 역시 설립년도가 1982년이다.

[1982년 설립]
이외에도 1982년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사실 1982년은 비디오 게임 업계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한참 신나게 달리면서 재미 좀 볼까? 하고 있는 단계였다. 1982년이라는 시대는 그에 앞서 한참 이전에 1세대 비디오 게임기인 원조 ‘아타리’의 ‘퐁’ 게임이 1972년에 출시 된지도 10년이나 지났을 무렵이고 각 가정에서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물론 미국 이야기지만..). 오래 전의 1980년대 미국 영화를 보면 집 안에서 청소년들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언제까지고 승승장구하면서 잘 나갈 줄 알았던 비디오 게임 세상은.. 1982년부터 슬슬 새로운 변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좋지 않은 모습으로)

■ 1982년의 게임 세상

[1978년부터 1981년까지의 게임들]
유식한 말로 ‘게임 센터’, 보통은 ‘오락실’ 정도로 알려져 있는 곳. 비디오 게임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뭐라고 불렀을지 궁금하다. 필자가 본 어떤 영화에서는 ‘Family Entertainment Center’라는 간판을 달고 있던데, 미 전역으로 통용되는 명칭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미국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1982년이 되기 전까지 출시된 게임들을 보면 비교적 간단한 슈팅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와 같은 역사적인 게임부터 단순한 모양으로 누구나 한눈에 캐릭터를 알아 볼 수 있는 ‘팩맨(PAC-MAN)’과 ‘랠리-X(Rally-X)’와 같은 게임들이 이미 세상에 선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닌텐도’를 있게 할 수 있었던 ‘동키콩’ 게임 역시 1981년 출시작이다.  

[The ad that only ran once: May 1982]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부분 서서 하는 게임기 형태였다는 것이다. 1985년을 이후로 오락실이라는 곳이 슬슬 등장하여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전국 동네 골목마다 ‘지능계발연구센터’가 건립될 때쯤에는 모두 앉아서 하는 게임기의 형태로 보급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고, 좌식문화와 입식문화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다.

1982년에는 곧 다가올 1983년부터 시작된 게임 업계의 악몽과도 같은 ‘아타리 쇼크’라는 괴물이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하던 시기였다. 당시 게임에 대한 명확한 규제나 기준도 없이 ‘(쓰레기)범람’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온갖 질 낮은 게임 소프트웨어들이 시장에 쏟아졌고 결국 ‘아타리 쇼크’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글은 이전 [게임별곡] 23편에서도 다룬 적이 있고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조금만 검색해봐도 내용을 찾아 볼 수 있으니 아직 모르는 분들은 시간 날 때 한 번쯤 정독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NES’ -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이렇게 멸망 직전까지 갔던 게임업계는 익히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1985년에 닌텐도의‘NES’가 출시될 때까지 끝없는 침체기에 접어든다. 그때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몇 년이나 지나서 ‘닌텐도’가 미국에 ‘NES’를 제품을 출시할 때도 본질이 게임기임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게임기’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고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라는 뜻의‘NES’라는 이름으로 출시해야만 했었다. 이미 ‘게임’이라는 단어에 멸망의 직전까지 경험한 미국 전역의 소매상들이 ‘게임’이라는 제품 자체를 자신들의 매장에 진열하기를 꺼려했다. 결국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 하고.. 게임기를 게임기라 부르지 못하고 ‘Entertainment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고 나서야 매장에 진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 일본 자국에서도 ‘게임기’라는 이름 대신에 ‘가족용 컴퓨터(Family Computer)’라는 뜻의 ‘패미콤(Famicom,FC)’ 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그 뒤로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여 지금의 비디오 게임기 시장이 형성되었다. 역사는 뒤돌아보면 일련의 사이클로 이루어지던데, 이제 흥했으니 다시 망할 차례인가 싶기도 해서 내심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안되기를 바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 1982년의 애플(Apple)
게임과는 살짝 다른 얘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때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으니 관련 업계 종사자로 억지로 카테고리에 넣어본다면, ‘애플(Apple)’ 얘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982년의 ‘타임(TIME)’지에는 ‘스티브 잡스’가 표지모델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때쯤의 ‘애플’은 그보다 앞서 훨씬 이전인 1977년 1월 3일에 주식을 상장하고 한참 승승장구하며 잘 나갈 때이다. 물론 잡스 형 역시 기고만장(죄송)해서 콧대 높은 줄 모르고 세상천지를 다 품은 것처럼 살다가 그 이듬해인 1983년에 ‘리사’를 출시하면서 점점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여 1985년 드디어 스스로 만든 회사에서 해고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였다.

[1982년도 ‘TIME’]출처 :http://content.time.com/
그 뒤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그의 생애를 한 편의 기사로 쓰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젊은 시절에 한때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던 스티브 잡스에 대한 얘기를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필자가 아니어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글을 써놔서 굳이 필자까지 하나 더 추가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애플 ‘리사(Lisa)’ 출시 광고. 출처 : Computer History Museum.
‘애플’에서 출시했었던 리사(Lisa)라는 컴퓨터는 ‘맥(Mac)’과는 배다른 동생 같은 존재로 역사적으로는 ‘애플에서 개발한 최초의 GUI를 채용한 개인용 컴퓨터’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컴퓨터의 이름 리사는 스티브 잡스의 딸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사는 기대와는 달리 호환성 문제와 그 당시 가격으로도 1만 달러나 되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10년이 넘도록 총 판매량이 10만대 정도였다. 1989년, 결국 자금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지금까지 제작된 리사 컴퓨터 전부를 미국 유타 주의 매립지에 매장하였다(지금 가면 채굴할 수 있으려나?).

결국 ‘매킨토시’ 시리즈에 밀려 땅에 묻히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긴 했지만, 필자는 스티브 잡스의 리사 프로젝트에는 애틋한 부성애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스티브 잡스에 의해 세상에 태어나게 된 두 종류의 리사. 끝까지 자신의 딸이 아니라 우기면서 법정공방까지 가서야 2년의 싸움 끝에 자신의 딸로 받아들이게 된 실존 인물 ‘리사 브레넌 잡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마도 같은 이름의 컴퓨터 리사 프로젝트가 성공했더라면, 그는 딸 리사와도 화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필자의 잡소리
글 한편으로 1982년의 세상 모습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82라는 숫자에서 필자는 간단한 게임 이야기와 한 명의 위대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무려 30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라는 사실에 그 기나긴 역사를 주변인으로나마 지켜보면서 함께 하고 살아 온 세월이 무상하기만 하다. 또한, 그와는 다르게 앞으로 30년 동안 펼쳐질 게임 세상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참, 그러고 보니 ‘디그더그’나 ‘너구리’ 같은 게임도 1982년에 출시된 게임들이다. 새벽에 글을 쓰자니 출출하여 같은 이름의 라면을 끓이고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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