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소프트,‘폭스레인저’와 함께 슈팅게임 전성기 이끌어 21세기 부활?
‘그날이 오면’ 시리즈를 개발한 회사는 ‘미리내소프트’라는 회사인데, 처음 회사 이름을 들었을 때 ‘뭘 미리내라는 거지? 선불방식인가?’ 하는 썰렁한 농담도 하고 그랬는데, 사실 ‘미리내’라는 단어는 아끼고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순 우리말 중에 하나다. ‘미리내’라는 말은 ‘은하수(銀河水)’라는 뜻이다.‘NC SOFT’가 ‘우주정복’의 꿈을 갖고 있는데, 사실 그 이전에 ‘미리내소프트’라는 회사가 우주를 꿈꾸는 이름으로 세상에 존재했다.
‘그날이 오면’이라는 게임은 시리즈 3편부터 PC로 등장해서 처음 게임을 PC게임으로 접한 유저는 어리둥절할 수도 있었다. ‘아니 1, 2편 어디 가고 3부터 나와?’ 이런 얘기도 종종 했는데, 사실 이 게임은 이 전에 1, 2편이 이미 개발 됐던 적이 있었다. 1, 2편은 모두 ‘MSX’ 기종을 플랫폼으로 개발이 진행됐는데, 1편은 개발 도중 취소되고 대중에게 공개된 버전은 시리즈 2편이 시작이다. 2편 역시 한국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시리즈 게임 중에 첫 출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2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기록도 함께 갖고 있다.
처음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타이틀을 제외한 게임 내 모든 텍스트는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의도한 성과에는 미치지 못 했던 듯 하고 일본에만 소량 수출되었다. 그 시절에 이미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둔 개발을 진행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다.
■ 한국 슈팅 게임의 전성기
특히 게임 BGM은 그 당시 PC환경의 기준을 감안한다면 훌륭한 퀄리티의 음악들이어서 필자의 친구 중에는 ‘그날이 오면’ 게임의 음악만 따로 녹음해서 카세트 플레이어로 듣고 다니던 친구도 있을 정도였다.
‘그날이 오면 3’ 게임이 출시되던 시기에는 이미 ‘소프트액션’이라는 회사에서 ‘폭스레인저’라는 게임으로 한국 슈팅 게임의 선두주자로 앞서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 당시 PC 게임에서는 할 만한 슈팅 게임들이 많이 없던 편이었는데, 슈팅 게임이 그것도 국산 게임으로 등장하여 많은 애국 게이머들의 심금을 자극하였다.
참고로 ‘네이버 지식백과’에 보면 아래와 같은 글이 있는데,
‘아울러 1992년에 <폭스레인저>를 출시해 높은 인기를 끌었던 미리내소프트웨어는 1993년 3월에 슈팅게임 <그날이 오면 3: Dragon Force>1)를 출시해 또 다시 대 히트를 기록하며 게이머들에게 자사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네이버 지식백과] 국산 게임의 대약진과 해외 최신 게임의 활발한 유입(한국 게임의 역사, 북코리아)‘
여기서 말하는 ‘폭스레인저’라는 게임의 개발사는 ‘소프트액션’이다. ‘그날이 오면’ 시리즈의 개발사 ‘미리내소프트’와는 경영진들끼리 서로 친인척 관계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두 회사는 엄연히 다른 회사다. 1990년에 설립된 ‘소프트액션’은 ‘폭스레인저’ 게임 외에도 외전 격인 ‘박스 레인저’와 함께 ‘랑그릿사’ 등의 일본 게임들의 컨버팅 작업을 하기도 했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아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만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 21세기 다시 부활하다.
‘그날이 오면’시리즈 3편의 성공 이후 계속해서 4편과 5편을 출시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등장한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게임의 출시 이후 국산 게임 시장은 슈팅 게임에서 ‘RPG’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 버리게 된다. 그 당시 국산 RPG는 별로 비중 있는 취급을 받기 힘들었는데, 아마추어 수준에서 내놓은 작품들이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라는 게임은 ‘일본 게임인가?’ 할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으로 많은 게이머들을 사로잡았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추정치에 의하면 대략 10만 장 정도 판매 됐다고 하니 국산 패키지 게임 중에 몇 안 되는 대박난 게임이다.
그런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미리내소프트’ 역시 ‘RPG’ 게임 개발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게임이 될 줄이야.
치명적인 버그 때문에 망한 게임들도 있지만, 이 게임은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게임의 유통을 맡았던 ‘코가’라는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미리내소프트’마저 연쇄 부도가 나는 사태에 이르게 한 치명적인 게임이다.
게임 내적으로는 회사 재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개발하다 보니 10여명의 개발진이 9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개발하여 여러모로 아쉬움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판매량은 꽤 됐었다고 한다. 1997년에 출시하여 ‘미리내소프트’의 마지막 게임으로 알려진 ‘네크론’을 출시하던 당시에는 한국사에서 중요한 시대적인 배경(‘IMF’)도 회사의 어려운 경영상태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20세기에 ‘미리내소프트’라는 회사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름은 ‘미리내소프트’에서 ‘미리내게임즈’로 변경되었는데, 현재 ‘미리내소프트’라는 이름의 회사가 존재한다. 이 두 회사가 같은 회사인지, 이름을 뺏겨서 ‘미리내게임즈’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인지 잘 모르겠다(아시는 분은 제보 좀 부탁 드립니다).
■ 필자의 잡소리
한때 국산 게임의 명가(名家)로 거듭나며 비슷한 시기에 같이 활동하던 ‘소프트액션’, ‘패밀리 프로덕션’, ‘막고야’ 등과 함께 국산 게임 개발을 이끄는 4대 천왕으로 군림한 적도 있었지만, 강산이 2번 변하는 동안 그 당시에 활동하던 회사들도 역사와 함께 사라졌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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