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8. 장석규 ‘생태계 다양성 확보’

[한경닷컴 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 열정사랑방’ 8. 장석규

한경닷컴 게임톡이 ‘인디 열정사랑방’을 열었다. 창간 2주년을 맞아 예고한대로 당대 내로라하는 개발 독립을 꿈꾸는 재야 개발자 고수가 칼럼진과 기획진을 구성했다.

필진은 김성완 부산게임아카데미 교수를 비롯한 박선용 인디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표,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GameAde 운영자, 국내 최초로 인디개발자 총회와 지스타 인디게임전시회를 개회한 이득우씨, ‘별바람’으로 유명한 김광삼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다. 그 여덟째는 장석규 대표가 ‘게임 생태계 다양성을 허하라’를 집필해주었다. [편집자 주]

초창기 게임, 개발자의 흥미-재미 유저 열광
어느새 돈이 안되는 게임 죄악시 종의 획일화

지구에는 다양한 종의 생물들이 공존한다. 단순한 구조의 박테리아에서부터 인간까지 4억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종을 번식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게임도 역사적으로 보면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한 게임으로 시작했다. ‘퐁(pong)’, ‘스페이스 워(space war)’와 같이 흑백의 화면에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게임들이 생겨난 후 보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RPG, FPS 등의 다양한 게임이 등장했다.

'퐁'과 '콜오브듀티'
게임의 발전 역사도 생물들의 종의 진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처음은 매우 미약한 시작이었으나 그 발전되는 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런데 그러한 종들이 획일화된 진화만을 추구했다면 지금과 같은 다양한 종들이 번영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이 의문은 똑같이 게임에도 적용이 된다.

초창기 게임들은 상업성이 배제된 오로지 개발자의 ‘흥미’ 또는 ‘재미’에 의해 개발되곤 했다. 그것이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놀이로 받아들인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에 열광하였다. 그러다 보니 게임은 자연스럽게 ‘돈’이 되었다.

그런데 게임은 언제부터인가 돈이 되는 산업으로 성장하여 돈의 논리에 의해 개발되는 게임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어느샌가 돈이 되지 않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죄악시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돈이 되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종의 획일화된 진화만을 추구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만큼 게임산업 전체의 생태계를 두고 보면 더 이상 진화는 하지 않고 멸종의 단계로 밟아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협을 느낀다.

가까운 예로 지금의 한국의 소셜게임 열풍, for 카카오 게임들을 보면 모든 게임이 랭킹 경쟁, 친구 초대(이게 진정한 소셜인지는 모르겠지만…)의 틀 안에 퍼즐, 달리기, 슈팅게임의 한정되어 비슷비슷한 게임들이 양산되고 있다. 다시 14년 전 2000년대로 돌아가보면 모든 게임에 online을 붙여서 나오는 온라인게임들이 범람하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항상 게임의 발전과정을 보면 유행을 선도하는 리딩 게임의 등장 후 수많은 아류작들이 범람하면서 산업은 고점을 찍고 썰물 빠지듯이 경쟁력 없는 게임들은 자연스레 퇴출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돈’만을 우선시 하는 환경이 가져오는 게임 생태계 멸종의 해결책은 없을까?

소니, 인디개발자 참여 적극 지원 선두 탈환
애플, 앱스토어 모바일 유례없는 생태계 탄생

인디게임은 항상 시작하려는 시장에 먼저 투입되어 새로운 시도의 게임들로 그 시장 생태계를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하는 선도자 역할을 한다.

1994년 처음으로 게임산업에 뛰어든 소니는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lay Station)을 발표하면서 경쟁 기종인 세가의 새턴에 비해 보다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알렸다. 그리고 소규모 인디개발사의 참여를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당시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의 게임들이 초창기에 대거 등장하며 비디오 게임 시장의 선두를 탈환하게 되는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

2008년. 애플은 앱스토어를 탄생시키면서 게임업계에 유례없는 생태계를 선보였다. 이후 전세계의 수많은 인디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키워나가며 시장을 흔들었다. 비디오, PC 게임이 대부분이었던 메인프레임을 모바일로 가져왔고 돈 냄새를 맡은 대기업들의 참여로 확실한 주류시장으로 성장하였다.

진화의 전체 과정에서 보면 분명 인디개발자들은 ‘돌연변이(mutant)’이다.

인디개발자들은 우선 “돈이 되는 게임”을 우선시 하지 않는다. 각자(또는 팀)의 개발 취향과 역량에 맞게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생존이 목표이기 때문에 대규모의 팀을 꾸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출시 일정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나 퍼블리셔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오로지 ‘재미’와 ‘흥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장인정신이 깃든 게임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같은 취향을 가진 소규모 유저들이 열광하는 다양한 시도의 게임들이 출시되곤 한다. 즉 다양성 확보의 주된 영양분이다.

반대로 상업적인 게임들의 최고의 목표는 ‘돈’이다. 어떤 게임이 완성도가 높으니, 스토리가 좋으니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하루 매출이 얼마, 최고 매출이 몇 위에만 관심이 간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게임이 크게 성공했다 하면 우르르 몰려와 그것과 비슷한 게임들이 양산된다. 다양한 시도는 돈의 논리에 의해 과감히 묵살된다. 즉 획일화된 종으로의 진화를 종용한다.

이와 다르게 해외의 인디 게임 개발은 상대적으로 더욱 더 활성화되고 있다. 새롭게 출시하는 차세대게임기들은 언제나 인디개발팀 지원책을 발표하고 그들에게 환심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많은 게임엔진 개발사들도 많은 인디개발팀을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인디개발팀의 자신들의 엔진으로 게임을 만들어 주길 원한다. 그만큼 인디개발의 활성이 게임플랫폼 성공의 지름길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행정과 심의 칼날-KAKAO에 대한 심각한 피로감
한국 인디게임 멸종 수준...인디가 다양성 발판되길

반면에 한국의 인디게임은 거의 멸종 수준이다. PC 플랫폼을 할 때부터 간간이 있었던 인디개발사는 비상식적인 게임행정과 심의의 칼날에 멸종되었고 그나마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와 같은 오픈마켓 덕분에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제 그마저도 대기업의 마케팅 횡포로 인해 소규모로 시작하려는 인디개발자, 스타트업의 생태계도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은 분명 존재하는 게 맞다. 하지만 무분별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지구상의 많은 종들의 생물이 멸종해 갔듯이 단지 돈이 되는 게임만을 최고로 치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인디개발자들의 돌연변이 DNA는 지금도 한국에서 멸종하게 될 것이다.

게임생태계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인디게임과 상업적인 게임의 적당한 비율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인 게임들이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장르, 게임방식 등이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업계전체로 흘러 들어가면 분명 업계 전체의 생태계에 큰 진화의 발판이 될것이라 믿고 있다.

수많은 for 카카오 게임들.사 진출처: 구글플레이 5월 1일 최고매출화면
확실히 지금 한국의 게임유저들는 “for KAKAO”라는 문구에 심각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만의 왕국이 언제까지 지속될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경닷컴 게임톡 장석규 객원기자 k2ever@naver.com


■ 장석규는?

도톰치게임즈 대표로 2000년도부터 온라인게임 개발에 참여해서 대부분 게임기획자 생활을 했다. 2009년부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여 iOS 앱스토어에 ‘리버스 오브 포춘’을 출시했다.

최근 ‘소서리스 오브 포춘’까지 총 5개의 게임을 만들며 포춘시리즈라는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는 1인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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