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7. 김성완 ‘십시일반 대중후원’

[한경닷컴 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 열정사랑방’ 7. 김성완

드디어 한경닷컴 게임톡 ‘인디 열정사랑방’이 열렸다. 창간 2주년을 맞아 예고한대로 당대 내로라하는 개발 독립을 꿈꾸는 재야 개발자 고수가 칼럼진과 기획진을 구성했다.

필진은 김성완 부산게임아카데미 교수를 비롯한 박선용 인디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표,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GameAde 운영자, 국내 최초로 인디개발자 총회와 지스타 인디게임전시회를 개회한 이득우씨, ‘별바람’으로 유명한 김광삼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다. 그 일곱째는 김성완 교수가 ‘인디 게임과 크라우드펀딩’을 집필해주었다. [편집자 주]

인디 게임 개발자들 중에는 ‘마인크래프트’처럼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설사 결과적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그건 나중 일이다. 개발에 착수해서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디 개발자의 개인 주머니를 털어서 마련되는 자기 자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디 게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자본의 투자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인디 게임에 광명처럼 나타난 것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다.

이제는 한국에도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 아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필자가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려고 하던 2013년 초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클라우드 펀딩으로 잘못 적는 경우도 많았다.

통상적인 의미의 펀딩은 이익을 기대하고 투자되는 자금을 의미한다. 보통 다수의 투자자에 의해서 모아진 자금이 투자 전문가에 의해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 투자되고 성공하면 투자자에게 원금와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다.

■ 크라우드 펀딩,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탠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이런 통상적인 펀딩과는 다르다. 크라우드 펀딩은 이익을 기대하는 투자가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分量)이 된다)의 소액으로 상업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크라우드 펀딩을 굳이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대중 후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은 인디 영화나 인디 게임처럼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을 추구하는 인디 작품이나 상업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공익적인 프로젝트나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기술 제품등을 주로 후원하게 된다. 최근 페이스북에 인수되어서 화제가 되었던 오큘러스의 경우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연구개발비를 마련했다.

그러기에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이들을 투자자라 하지 않고 후원자라고 한다. 이런 후원자들에게는 투자 수익 대신에 소정의 선물이나 향후 출시될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먼저 입수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거나 한다. 이러한 특전은 현물이 아니라 제품의 크레딧에 후원자의 이름이 새겨지거나 후원자를 제품 안에 등장시키는 식이 될 수도 있다.

■ 킥스타터가 가장 유명, 한국서는 ‘아미 앤 스트레테지’ 첫 성공
세계 최초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2008년 1월 시작한 인디고고(IndieGoGo.com)이다. 가장 유명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2009년 4월 시작한 미국의 킥스타터(Kickstarter.com)이다. 킥스타터의 경우 2013년 초 집계로 게임 분야 누적 펀딩 액수가 1억 달러(약 1000억원)를 돌파했다. 킥스타터를 통한 인디 게임들의 펀딩 성공은 2012년부터 급격히 증가했고 현재 인디 게임들의 중요한 개발 자금 확보원이 되었다.

킥스타터 https://www.kickstarter.com/discover/categories/games
2012년 말에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필자도 킥스타터에 관한 소식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도 이런 크라우드 펀딩이 가능한지는 알지 못했다. 혹시 나중에라도 이런 펀딩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검색해보았다. 그 규모는 킥스타터에 비해 아주 작았지만 몇 개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있는 게 확인되었다. 그 중에서 굿펀딩과 텀블벅을 찜해 놓았다.

한국에서 인디 게임의 크라우드 펀딩 첫 성공 사례는 2012년 11월에 텀블벅에서 펀딩을 시작한 파이드 파이퍼즈의 PC용 인디 게임 ‘아미 앤 스트레테지’다. 당시로 보면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 최고 금액인 1900여만원을 달성하며 큰 주목을 받았었다.

■ 필자도 모바일 최초 ‘와들와들 펭귄즈’ 펀딩 
필자가 막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크라우드 펀딩이 생소했던 시기로 이런 크라우드 펀딩의 첫 성공 사례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이에 힘입어 과감하게 개발 중인 인디 게임 ‘와들와들 펭귄즈’의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의 성공사례는 전혀 없었기에 어느 정도 모험이기도 했다. 다행히 펀딩에 성공해서 나름 모바일 게임의 크라우드 펀딩 첫 성공 사례라는 족적은 남겼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필자의 인디 게임은 800여만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텀블벅의 비디오 게임 카데코리에서 펀딩 금액 순위로 ‘아미 앤 스트레테지’에 이어 2위에 자리해 있지만 필요한 개발비의 일부만을 마련한 것이다. 수억원 규모의 펀딩 성공 프로젝트도 흔하게 있는 해외의 킥스타터 같은 곳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에 불과했다.

■ 한국 사이트 중 가장 활성화된 곳은 텀블벅 
현재 한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중에서 게임 분야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텀블벅이다. 텀블벅이 딱히 게임에 유리한 조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첫 성공 사례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말에 펀딩에 성공한 ‘삼한제국기’의 경우는 다른 곳에서 연거푸 2번이나 펀딩에 실패했다가 텀블벅에서 마침내 성공한 사례다.

필자의 인디 게임을 비롯하여 한국의 인디 게임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 금액이 크지 않기에 충분한 개발 자금의 확보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해외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해외의 경우 2009년에 시작한 킥스타터가 2012년에 이르러 게임 분야의 펀딩 금액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비추어 볼 때 한국의 경우도 무르익을 시간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인디 게임의 활성화에는 크라우드 펀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게임 전문을 표방하는 크라우드 펀딩 텐스푼이 생긴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아무튼 이런 노력들이 결실로 이어져 한국에서도 인디 게임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충분한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한경닷컴 김성완 객원기자 idgmatrix@gmail.com
  

■ 김성완 교수는?
부산게임아카데미(동의대학교 게임공학과) 교수로 한국 게임개발자 1세대다. 미리내소프트웨어에서 PC 패키지 게임을 개발했다. 대표작으로는 ‘풀메탈자켓’이 있다. PC 패키지 게임이 저물고 한국 게임 시장이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고도성장하던 초기에는 오즈인터미디어에서 3D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 카페나인의 차기 버전 개발에 잠시 참여했다.

그 후 게임 개발 교육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게임 개발자 지망생들을 가르치면서 소프트웨어 3D 렌더러 g-matrix3D를 개발하여 오픈 소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부산게임아카데미에서 게임 개발 인력 양성에 힘쓰는 한편 인디게임개발자로 나서며 페이스북에서 인디게임 개발자 그룹 '인디라!'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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