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1. 김성완 교수

[한경닷컴 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1. 김성완 교수

드디어 한경닷컴 게임톡 ‘인디 열정사랑방’이 열렸다. 창간 2주년을 맞아 예고한대로 당대 내로라하는 개발 독립을 꿈꾸는 재야 개발자 고수가 칼럼진과 기획진을 구성했다.

필진은 김성완 부산게임아카데미 교수를 비롯한 박선용 인디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표,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GameAde 운영자, 국내 최초로 인디개발자 총회와 지스타 인디게임전시회를 개회한 이득우씨, ‘별바람’으로 유명한 김광삼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다. 그 첫회는 김성완 교수가 인디 게임의 A~Z 가이드를 맡았다. [편집자 주]

▲ 인디케이드=http://www.indiecade.com/images/2013/east/ic_east2.jpg
■ 과연 인디 게임의 정의는 뭐냐?
인디 게임에 대해 말하면서 인디 게임의 정의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아직까지도 인디 게임에 대한 정의가 그리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디 게임을 단순히 아마추어 게임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고, 실상 인디 게임을 개발한다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그 의미가 온전하게 통일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동안 인디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바를 기초로 부족하지만 인디 게임에 대한 정의를 한번 정리하고자 한다. 물론 이런 정의가 사전적인 권위를 가지는 정의는 결코 아니다.

인디 게임의 인디라는 말은 독립을 뜻하는 말로 여기서 독립의 의미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인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독립은 창작의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인디 게임은 자본의 간섭을 벗어나 창작의 자유를 누리려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창작의 자유라는 말이 반드시 예술적 작가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디 게임은 대개 참신하거나 예술적이기를 요구받는다.

이런 정의로만 보면 사실 인디 게임은 아마추어 게임과 딱히 구분이 가지 않다. 아마추어 게임이 일이 아닌 취미로 만들어지는 게임을 의미한다면 창작의 자유를 누린다는 측면에서는 인디 게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마추어 게임은 프로가 되려는 취업 준비생이 만든 견습 게임일 수도 있다. 이런 취업 준비생의 견습용 게임은 인디 게임이라고 하기는 조금 곤란하다.

그래서 인디 게임과 아마추어 게임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같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 인디 게임은 누가 만드나?
인디 게임은 기본적으로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게임 개발을 취미로 삼는 이가 만들 수도 있고,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 만들 수도 있다. 이미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프로 게임 개발자가 개인적인 시간에 만들 수도 있다. 아예 인디 게임 개발을 전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전업 인디 게임 개발자도 애시당초 게임 회사에 취업한 적이 없이 인디 게임만을 개발한 경우도 있다.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 나와서 인디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누구라도 독립적인 창작 욕구를 주체할 수 없다면 인디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다.

▲ 지스타2013 인디게임쇼케이스 부스
■ 인디 게임은 비상업적인 게임인가?
인디 게임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인디 게임은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는 비상업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대가없이 무료로 배포되는 게임으로 아는 것이다.

인디 게임은 통상 예술성을 추구하고 상업성을 추구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건 게임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비상업적이란 것이지 무료로 배포하는 게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인디 게임들도 엄연히 하나의 상품으로서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게임이 될 수 있다. 물론 개발자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무료로 배포될 수는 있다.

인디 게임 개발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게임으로 대박나서 부자가 될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돈은 벌어야 한다. 그러기에 인디 게임 개발을 전업으로 하는 경우는 반드시 게임으로 돈을 벌어야 하고, 전업이 아니라 해도 게임 개발에 자신의 시간을 투여하는 만큼 손실되는 기회 비용을 인디 게임을 통해서 벌 수 있어야 한다.

■ 인디 게임의 개발 자금은 어떻게 확보하는가?
인디 게임도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출시해서 판매하면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버는 것은 게임이 완성되어서 출시된 후에나 일어나는 일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에는 한 푼도 벌지 못한다. 그렇다면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 필요한 돈은 어떻게 마련할까요?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자본이다. 자신의 통장에 저축된 돈이 제법 있다면 그 돈이 개발비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 계좌의 주인이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자기 자본으로 동원할 수 있는 개발비는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대개의 인디 게임들은 상업적인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임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자본을 넘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그러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통상 상업 자본밖에 없다. 대개 이런 개발자금은 게임 퍼블리셔나 벤처 캐피털이 투자 등의 형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본은 간섭을 배제하기 힘든 자본이다. 그래서 그동안의 인디 게임은 자기 자본으로 개발이 가능한 규모의 게임으로 제한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자금 확보 방법이 등장하면서 인디 게임들의 개발 자금 확보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킥스타터닷컴(KickStarter.com)이 이런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제공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소액의 금액을 후원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방식은 투자 개념의 펀딩과는 달리 투자 원금은 물론 거기에 이익까지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없다. 대신 후원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소정의 선물이나 완성된 게임을 제공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게임의 내용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간섭을 할 수는 없다.

한국에도 최근에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통해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게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필자의 경우도 지난해에 출시한 인디 게임의 개발 자금 일부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한 경험이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겠다.

■ 2005년부터 세게 분 해외의 인디 게임 붐
인디 게임은 사실 최근에 새로 생겨난 게임이 아니라 예전부터 항상 있어왔다. 1990년대초 PC게임들이 등장하던 초창기에는 인디 게임들의 위상이 제법 높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시스템의 발달과 함께 게임 개발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인디 게임들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러다가 인디 게임이 상업적인 주류 게임 못지않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은 얼추 2005년경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인디 게임의 붐이 일어난 이유는 이 시기에 퍼블리셔 없이도 게임을 배포할 수 있는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팀 등의 디지털 배포 서비스의 활성화, 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 유니티를 비롯한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게임 개발툴이 등장한 것 등을 그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현재는 인디 게임 성공의 신화가 되어버린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하여 상업적으로도 엄청나게 성공하는 인디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인디 게임이 활성화되어서 인디 게임 전문 전시회가 새롭게 열리기도 한다. E3, 도쿄게임쇼, 게임스컴 등 기존의 대규모 게임 전시회에도 인디 게임을 위한 자리가 특별히 마련되고 있다.

최근에 차세대 콘솔 게임기를 선보인 소니, MS 등도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최근에는 거품을 걱정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 보스턴 인디게임 페스티벌=http://bostonfig.com/bostonfig2012photos1/
■ 한국 인디 게임 씬, 페이스북 모임 ‘인디라!’ 1300명
해외의 대단한 인디 게임 붐에 비하면 국내의 인디 게임 씬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하지만 처음으로 스팀을 통해 인디 게임을 출시한 터틀크림, 처음으로 인디 게임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시킨 파이드 파이퍼즈 등의 개척자적인 인디 게임 스튜디오들의 노력이 있었다. 게임에이드(GameAde) 같은 작지만 끈끈한 인디 게임 개발자 모임도 있다.

2012년 말에 시작된 페이스북의 좀 더 개방적인 인디게임개발자 그룹인 ‘인디라!’를 통해서 한내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조금씩 모이게 되었다. 최근에는 회원수가 1000명을 돌파해 현재 1300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인디개발자서밋’이라는 첫 인디게임 개발자 총회와 인디 게임잼 행사인 인디게임위켄드도 열렸다. 한국 최대의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에서도 작지만 인디 게임 전시 부스는 물론 인디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조그만 축제도 열었다.

올해에는 이런 바탕에서 한국 인디 게임 씬이 더 활성화 되고, 인디 게임 개발자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모두가 주목하고 감동하는 인디 게임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인디 게임은 왜 필요한가?
해외에서 인디 게임 붐이 일어난 이유는 단지 외적인 환경이 인디 게임에 유리한 유통이나 개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게임 산업은 컴퓨터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 점점 그 개발 규모를 키우고 게임의 외적인 품질을 극한까지 끌어 올려 왔다. 그러면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GTA’ 같은 게임은 사실적인 표현과 함께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엄청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면에서 외적인 화려함이 없이도 게임의 본질을 만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목마름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유저들도 비록 규모는 AAA게임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대신 참신한 예술성과 재미성을 갖춘 인디 게임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규모를 키우며 점점 공룡이 되어가는 게임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는 게 결국은 인디 게임들인 셈이다.

결코 인디 게임들이 AAA게임들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에 의해서 주도되는 시장에서 자본의 눈치를 보며 만든 게임들만 있는 시장보다는 자본의 간섭에서 독립하여 자유로운 창작의 욕구를 담아낸 인디 게임들이 함께 공존하는 시장이 훨씬 건강한 법이다.

그러기에 소니나 MS같은 세계 게임 시장의 거인들도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꺼이 나서고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김성완 기자 idgmatrix@gmail.com


■ 김성완 교수는?
부산게임아카데미(동의대학교 게임공학과) 교수로 한국 게임개발자 1세대다. 미리내소프트웨어에서 PC 패키지 게임을 개발했다. 대표작으로는 ‘풀메탈자켓’이 있다. PC 패키지 게임이 저물고 한국 게임 시장이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고도성장하던 초기에는 오즈인터미디어에서 3D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 카페나인의 차기 버전 개발에 잠시 참여했다.

그 후 게임 개발 교육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게임 개발자 지망생들을 가르치면서 소프트웨어 3D 렌더러 g-matrix3D를 개발하여 오픈 소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부산게임아카데미에서 게임 개발 인력 양성에 힘쓰는 한편 인디게임개발자로 나서며 페이스북에서 인디게임 개발자 그룹 '인디라!'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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