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2. 장석규

[한경닷컴 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2. 장석규

드디어 한경닷컴 게임톡 ‘인디 열정사랑방’이 열렸다. 창간 2주년을 맞아 예고한대로 당대 내로라하는 개발 독립을 꿈꾸는 재야 개발자 고수가 칼럼진과 기획진을 구성했다.

필진은 김성완 부산게임아카데미 교수를 비롯한 박선용 인디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표,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GameAde 운영자, 국내 최초로 인디개발자 총회와 지스타 인디게임전시회를 개회한 이득우씨, ‘별바람’으로 유명한 김광삼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다. 그 두 번째는 장석규씨가 인디 개발자 자기 브랜드 만들기를 집필해줬습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규모가 큰 MMORPG(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를 만들든지,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든지 그 일을 재밌게 즐기면서 하는 개발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임회사에서 10년 넘게 게임을 개발하면서 게임개발이 즐겁다고 느꼈던 기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시간은 인내의 연속이었다. 저 멀리 결승점이 있다고만 듣고 달리는 막연한 마라톤과 같았다. “누구를 위하여 게임을 만드나?”라는 생각을 뇌리에서 떨칠 수 없었다. 나 자신을 위해? 유저들을 위해? 사장님을 위해?

그런 의미로 인디개발자는 게임개발에 있어서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적어도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은 충분히 즐거울 수 있으니깐. 전세계 인구 중에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 개발자는 0.01%도 안된다.

자 그럼 이런저런 환경을 정리하고 이제부터 게임개발의 축복과도 같은 인디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어떤 게임을 만들까?”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평소에 자신이 즐겨하던 게임의 장르에 도전해볼까?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베트남 1인 개발자로 전세계 1위, 1000만다운로드를 기록한 ‘플래피(Flappy)’ 류의 미니게임을 만들어 볼까? 아니면 가장 쉬워보이는 퍼즐?

이런 유행타는 게임들은 이제 막 게임개발을 시작하는 신입이나 일인개발을 시작하려는 개발자들에게 유용할지 모른다. 그런 게임들을 개발하고 우여곡절 끝에 게임을 출시하면 처절하고 냉정한 시장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그 냉정한 시장을 보고 나서 ‘이미 레드오션이야’ 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인디개발을 시작하는 개발자들에게 필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라”라고 추천한다. 즉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브랜드화시키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성공한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들은 어떠한 게임이 유행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카피게임이 아니었다. 애초에 시장에 없었던 그들만의 브랜드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되고 유행이 되어 시장을 선도하게 되고 그것을 카피한 게임들이 여기저기서 출시되곤 한다.

그동안 출시한 포춘시리즈의 타이틀 모음.
필자는 2009년부터 ‘~ 오브 포춘’이라는 타이틀로 지금까지 총 5개의 게임을 만들었다. 포춘크로니클에피소드(Fortune Chronicle Episode)라는 거창한 문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상 뭔가 있어 보이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이 원동력이 되어서 포춘대륙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체계화시켜서 세계관이라는 명목으로 별 거 없어 보이는 게임 내 시스템에도 그럴싸하게 네이밍을 붙였다.

게임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할지도 모를 행위들에 이야기를 붙이고 그것으로 유저들에게 감동을 주고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을 하나 만들어도 그럴싸한 세계관을 붙여서 브랜드화 시키길 추천한다. 비록 그게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하고 공부하려고 만드는 게임이라도 말이다.

브랜드화된 게임은 런칭할 때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원래 첫게임이나 두번째 출시하는 게임들은 완성도나 재미면에서 많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리즈화해 출시되는 게임들은 전작들의 단점들을 극복한 채 출시되기 마련인데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 후속작이 나오면 초기 전작들이 다시 재조명을 받을 수 있다. 즉 마케팅 면에서 굉장한 호재가 된다.

둘째로 다음에는 뭘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줄게 된다. 전혀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니 전작의 리소스의 코드를 참고해서 보다 수월하게 차기작을 개발할 수 있다. 개발기간도 상당히 줄어든다.

세번째로 인디개발자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해준다. 필자의 경우 도톰치=포춘시리즈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게임과 개발자가 동시에 유저들에게 각인되는 효과를 경험했다. 게임개발자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게임을 발표할 수 있는 개발자가 얼마나 될까?(미야모토 시게루의 ‘슈퍼마리오’, 코지마 히데오의 ‘메탈기어 솔리드’ 등을 생각해보자.)

게임개발은 게임이 완성되기 전까지 매우 고되고 외로운 작업들의 연속이다. 그게 인디개발이라고 하면 그 고통이 더욱 가중된다. 그렇게 힘든 인디개발에 있어서 게임의 브랜드화는 일종의 무한 연료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사리 자신만의 브랜드를 잘 만들어 첫 스타트를 멋지게 잘 끊어 놓으면 그 뒤는 순조롭게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포춘시리즈의 아이콘 모음. 각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의 얼굴로 아이콘을 만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렇게 게임을 혼자서 만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마도 포춘 시리즈를 만들지 않고 단편적인 게임들을 만들어 왔다면 도중에 그만 뒀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게임을 출시하면 포춘시리즈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환호해 주고 그 반응들이 신기하고 고마워서 지금까지 인디개발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 같다.

인디 개발자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인디개발자들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이제 막 인디 개발을 시작하려는 개발자들에게 “브랜드화 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한경닷컴 게임톡 장석규 기자 k2ever@naver.com

■ 장석규는?

도톰치게임즈 대표로 2000년도부터 온라인게임 개발에 참여해서 대부분 게임기획자 생활을 했다. 2009년부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여 iOS 앱스토어에 ‘리버스 오브 포춘’을 출시했다.

최근 ‘소서리스 오브 포춘’까지 총 5개의 게임을 만들며 포춘시리즈라는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는 1인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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