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 이득우 ‘게임 엔진이란’

[한경닷컴 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 이득우

드디어 한경닷컴 게임톡 ‘인디 열정사랑방’이 열렸다. 창간 2주년을 맞아 예고한대로 당대 내로라하는 개발 독립을 꿈꾸는 재야 개발자 고수가 칼럼진과 기획진을 구성했다.

필진은 김성완 부산게임아카데미 교수를 비롯한 박선용 인디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표,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GameAde 운영자, 국내 최초로 인디개발자 총회와 지스타 인디게임전시회를 개회한 이득우씨, ‘별바람’으로 유명한 김광삼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다. 그 다섯 번째는 이득우씨가 ‘인디 개발자를 위한 게임엔진 비교’를 집필해주었다. [편집자 주]

■ 게임 엔진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즐기는 게임을 실제로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사용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지 기획하고 이를 전개하기 위해 규칙을 설계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래픽과 음악과 같은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서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소프트웨어의 체계 안에서 결합하여 완성하는 것이 게임인 것이다. 이들을 만드는 것은 각각 모두 다 다른 재능을 필요로 하며, 한 사람이 이를 모두 다 소화한다는 것은, 부단한 노력 및 장인 정신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굇수(괴수 혹은 괴물과 비슷한 뜻. 대단한 인물)’라고 한다.

게임 깎는 노인, 김광삼 교수의 원맨 개발 작품 혈십자
그렇다면 게임 엔진은 무엇인가? 게임 엔진은 게임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체계적인 소프트웨어의 기반틀(프레임웍)이다.

게임 제작은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틀에서 통합하는 작업은 고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작업을 요한다. 그래서 게임 제작에는 능력자 프로그래머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언제나 시장 수요에 비해 능력자들의 공급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를 대신해주는 게임 엔진이 등장하면서 게임 개발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이미지를 다루기 위해 포토샵을, 문서를 만들기 위해 워드를 사용하듯이, 게임 엔진도 게임을 만들기 위해 체계적으로 설계된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 스마트폰 시대, 다양한 엔진 등장 ‘인디 시장’ 활짝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게임 엔진은 대규모 회사의 전유물이었다. 게임 산업에서 대형 콘솔 타이틀 및 3D MMORPG와 같은 작품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 시대에, 게임 엔진들은 이러한 대작을 위해 설계된 소프트웨어였다. 대부분 인디들은 엄두를 낼 수 없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인디에게 적합한 새로운 큰 시장이 열리면서, 게임 엔진들도 인디 개발자들을 위해 다양해지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제는 인디 개발자들이 창작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게임 엔진을 사용한 1인 개발 성공 사례
2014년 올해까지 인디 개발자들은 게임 엔진을 사용했는가?

페이스북의 인디 게임 개발자 그룹인 인디라! 인디개발자 모임(https://www.facebook.com/groups/indiera/) 에서 이를 위한 설문 조사를 했는데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인디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게임 엔진의 비율.

■ 인디 게임을 위한 게임 엔진의 분류

필자는 이 자료와 몇 가지 기준을 토대로 게임 엔진들을 여러 성향으로 나누어 보았다.
다양한 엔진들을 분류하기에 앞서서 먼저 솎아낸 기준들은 다음과 같다.

-인디가 사용하기에 가격이 저렴해야 함.
-제품 상용화시에도 가격 정책이 바뀌지 않아야 함.
-스마트폰을 포함한 멀티 플랫폼을 지원해야 함.
-국내에 사용자 커뮤니티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함.

그리고 지면 관계상 이를 통과하고 남은 후보자들 중에 요즘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엔진을 하나만 추려내었다. 이로 인해 조금 불편하신 분이 계실 수 있는데, 이점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팔방미인 유형-2D/3D 넘나드는 ‘유니티’

2D와 3D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게임 엔진 유형이다. 일종의 만능 게임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유하자면 전 과목이 80점 이상인 우등생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현존하는 유일한 엔진은 유니티이다. 편리한 에디터와 쉬운 스크립팅으로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술 진입 장벽을 크게 줄였으며, 기획자와 아티스트들에게는 코딩을 배우면 당신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

추천 대상 :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기획, 아티스트 직군, 초급 프로그래밍 수준의 게임 입문자, 무난하고 빠른 게임 개발을 목표로하는 인디 팀.

2. 2D 게임의 강자 유형-코코스2D-X

1번 유형이 모든 과목에 두루두루 능하다면, 2번은 2D 게임만 죽어라 파는 유형이다.

성능적으로 높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직접 사용한다는 면에서 초기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으나, 전통적인 프로그래머들에게는 깔끔하게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환영받는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엔진 중 선두주자는 코코스2D-X, 코코스2D, 코로나가 있다. 최근 코코스2D-X의 경우 편리한 기능의 에디터인 코코스튜디오를 같이 지원하면서 진입 장벽을 점점 더 낮추는 시도를 하고 있다.

추천 대상 : 2D 아트에 강점이 있고, 최적화된 2D 게임 구현이 가능한 기술력 있는 인디 팀.

3. 3D 게임의 강자 유형-‘파격 가격 주목’ 언리얼 엔진4

3번은 2번과 동일하게 환상적인 3D 게임을 선사하는 유형이다.

예전에는 대작만 만드는 큰 스튜디오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사용하는 엔진이었다. 그러나 이번 2014년 3월에 열린 GDC에서 파격적인 정책으로 공개되었다. 렌더링효과뿐만 아니라 고성능의 물리엔진이 탑재되어서 실감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언리얼 엔진4는 아티스트들에 익숙한 노드 방식으로 코딩이 필요 없는 개발 환경도 제공하고 있어서 앞으로의 발전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공개된지3주가 조금 넘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고 미래의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차근차근 지켜보면서 도입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추천 대상 : 3D 아트에 강점이 있어서, 남들과 차별화된 화려한 그래픽을 선사할 수 있는 인디 팀.

4. 심플한 2D 게임 유형-게임메이커, 게임샐러드

4번은 논리적인 사고력이 있으면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유형이다.

예전에는 이들 엔진은 프로그래밍 개념을 학습하기 위한 교육 도구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이를 사용한 몇몇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이를 진지하게 도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엔진으로 게임메이커, 게임샐러드가 있는데, 코딩 지식 없이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가벼운 2D 게임 혹은 유아용 앱 및 인터액티브 책과 같은 앱을 빠르게 만들 때 적합할 것으로 보여진다.

추천 대상 : 2D 아트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 없이 가볍고 빠른 컨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인디 팀.

게임 엔진의 춘추 전국시대는 이제 막을 올렸다. 앞으로 각자의 독특한 색깔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발전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게임 엔진의 향후 전망

■ 게임 엔진을 사용할 때 고려할 점.

게임 제작 과정에서 게임 엔진을 한번 도입하면 나중에 다른 게임 엔진으로 바꾸기는 상당히 힘들다.

게임 엔진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문제지만, 출시를 하면서 몸소 얻어가는 삽질의 경험이 정말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게임 엔진을 도입한다는 것은 이러한 삽질을 한 번 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게임 엔진을 도입할 때는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을 추천하며, 고려할 사항을 정리해보았다.

1. 지원 플랫폼
게임 엔진을 사용해서 출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잘 살펴봐야 한다. 사실 요즘은 대부분의 게임 엔진들이 멀티플랫폼을 지원하지 못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라 이는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2. 게임 엔진의 라이선스 정책
이제 모든 게임 엔진들은 인디 개발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가격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엔진사들이 제공하는 라이선스 정책을 세부적으로 잘 살펴보고 초기 투자 비용, 로열티, 플랫폼 별 발생하는 부가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3. 안정적인 기술 지원과 커뮤니티
세상에 만능인 소프트웨어는 없다. 어디선가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는 편이 덜 스트레스 받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살펴볼 것은 기술지원과 커뮤니티다. 특히 출시를 위해 경험하게 될 삽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커뮤니티의 힘은 정말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게임 엔진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올해는 특별히 여러 게임 엔진들이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기고가 인디 게임 개발의 시작에서 엔진 선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한경닷컴 게임톡 이득우 객원기자 dustin@indp.kr

이득우는?
유니티 엔진의 한국 지사 이사로 근무하면서 유니티 엔진을 국내에 소개하는 기술 전도사로 활약했다.

 지난해 5월에 1인 기업의 꿈을 안고 독립하여 대한민국 인디개발자들의 총회 인디개발자서밋, 인디게임잼 행사 인디게임위크엔드, 국내 최초 지스타 인디게임부스전시, 인디게임개발자들의 클럽 파티 인디나이트 등과 같은 다양한 인디게임개발자행사를 만들어 국내에 소개해 한국 인디개발자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

현재 스킬트리랩 평생교육원에서 인디 게임 개발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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