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별곡 연재 필자 큐씨보이 30회 이메일 소감

벌써 30회! 게임톡 인기연재 ‘게임별곡’이 연재가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8일. 30년 동안 세상에 나온 웬만한 게임을 다 해본 ‘큐씨보이’의 현란하면서 무시무시한 추억 스캔으로 독자들이 환호했다. 

1980년대 초기 삼촌을 따라간 다방에서 ‘알카노이드’라는 벽돌깨기 게임기를 발견하며 5세에 게임에 입문했다. 이후 12년 개발자로 살다 현재 제주 칩거 중인 큐씨보이는 첫 연재에서 '죽음이 없는 내 인생 최고 게임'으로 푸세식 화장실 공포 이겨내준 ‘원숭이 섬의 비밀’을 소개했다. 

원숭이 섬의 비밀
이후 ‘삼국지2’ ‘죽음의 경주’ ‘윙크멘더’ ‘고인돌 가족’ 등 게임사의 불멸의 타이틀을 추억의 뼈와 살을 발라내 독자들에게 푸짐한 상찬을 차려냈다. 필자는 자신에 대해 "적게 벌어 적게 쓴다”며 제주살이를 소개한 그는 “자기 이름을 달고 자랑스러운 게임을 만들고 싶은, 아직은 갈 길이 먼 게임 개발자”고 전했다. 아래는 이메일로 30회 연재의 심경을 전한 인터뷰다. <편집자주> 

-게임별곡 연재 30회의 소감은? 

원래 100회 정도 연재하고 책으로 내볼까 했는데, 30회까지 쓰는데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 '롤(LOL)'하고 밤에 게임 개발하고 새벽에 글 쓰고.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안 썼을 거다.   그리고 책으로 한 번? 하고 물어 보는 출판사도 없다.

-직장의 일과 겹쳐서 힘들 때가 있을 때가 많을 것 같다. 그런데도 안 거르고 연재했다. 연재하는 원고를 쓸 때 가장 어려운 것과 가장 보람이 있는 것은?

원래 약속을 목숨처럼 지키는 편이다. 국민학교 6년, 중-고등 학교 6년, 직장 생활 14년 정도 현재까지 지각 0 회다. 그보다는 편집국장님의 '이제 슬슬 원고가 넘어올 때가 됐는데?' 하는 이른 아침 독촉 전화도 많은 힘이 되었다.

(그는 게임톡에게도 질문을 했다. “다른 기자 분들도 이렇게 국장님의 애정 어린 (독촉)전화를 받나?”  답했다.  “물론, 마감시간은 데드라인이다. 목숨을 걸고 사수해야 한다. 펑크 나면 대체를 마련해야 하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연재물을 몇 개를 맡았다. 이 때문에 필자에게 독촉하는 일은 이골이 난다. 물론 기자들도 마감 독촉을 많이 받다. 과거 그게 힘든 것 알아 그닥 심하지 많지만.) 

- 게임별곡 연재를 하며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추억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을 텐데 나의 경우는 지금까지 살면서 대부분의 추억이 "게임"에 관한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은 게임의 "재미"에 있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주제는 게임의 추억과 얽힌 “한 사람의 인생”이다. 

- 한국은 게임에 대한 '규제 중독'이다. 3중4중 규제, 게임을 마약-알콜 등 4대 중독법에 포함한 입법이 등장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는데, 아무리 줄여 써도 짧은 글이 되지 않아서 다음에 [특집 : 한국의 게임 시장 규제와 그 미래] 같은 주제로 글을 써 보겠다.  

오퍼레이션 울프
- 개발하고 있는 게임과 꼭 개발하고 싶은 게임은?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타워 디펜스 방식의 게임이었지만, 만든 사람도 재미 없는 게임을 세상에 퍼트리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꼭 개발하고 싶은 게임은 몇 종류 있는데, 하드에 잠들고 잇는 기획 문서 만든 것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우선순위에 상관없이 상위에 있는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나는 게임을 꼽으면..

1. 우주 전략 시뮬레이션: 가칭 “우주 영웅 전설”

2. 한국 역사 시뮬레이션: 가칭 “삼국시대”

3. 행성 개척 시뮬레이션: 문명 + 앵그리버드 + 스포어 + 대항해시대

죽음의 경주
4. 메카 전략 시뮬레이션: 미소녀 빠진 파워돌

5. 고전 RPG : 1인칭 시점의 주시자의 눈, 위저드리 같은 던전 RPG 느낌

6. 정말 신나는 슈팅 게임  

이 정도가 있는데, 너무 전략 시뮬레이션에 치중한 느낌도 든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유저의 선택과 판단의 자율성에 기반하여 전개되는 게임 방식의 특성상 리소스의 재활용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전략”적 요소의 자유도를 보장할 수 있는 세심한 기획 내용이 준비되어 있지 못하면 그것은 역시 “죄악” 이다.  

-스마트폰이 새로운 트렌드다. 콘솔과 온라인 게임,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의 맥락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게임성과 재미다. 게임별곡 필자로서 고전게임과 지금 각광을 받은 게임의 차이와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고전 게임들과 지금 인기 있는 게임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있다. 주위에 보면 “돈”을 벌고 싶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있고,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의 목표점이 “재미”가 아니라 “돈(수익)”에 있다면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그것은 재미가 없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본의는 “그것은 돈벌이가 되지 않습니다.”가 되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 

“돈”만 벌기 위해 넣은 기능은 아무리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한 척 해서 그 본의를 감췄다 하더라도 유저들은 불편하고 짜증나는 과정을 겪어 가면서 다 알아챈다.

- 개인적으로 인생의 게임은 뭐냐. 그리고 이유는?

이건 여러 번 얘기한 것 같다. 내 인생의 최고의 게임(인생을 변화 시킬 정도로)을 꼽으라면 '원숭이 섬의 비밀 1'이다. 어린 시절 시골 깡촌 동네에 살았던 필자는 지금처럼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라 집 외부에 있는 야외 화장실이 있는 집이었다. 

전설의 고향, 귀곡성 영화 등..그 때도 무시무시한 얘기들이 많았고 어린 시절 한 밤 중에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것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은 없었다. (대부분 아침까지 참는 애들도 많았을 만큼..) 

아타리쇼크
그 당시 나에게 “밤” 이란 “어둠, 귀신, 두려움, 공포” 따위의 기분 좋지 않은 것들이었고 늘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잤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에 '원숭이 섬의 비밀1'을 해보게 되었다. 비록 VGA 16컬러 버전이었지만 유독 “밤” 이라는 배경이 많이 나오는 게임을 하면서 “밤” 이라는 세계가 이렇게 재미있고 멋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점점 “소드 마스터”를 찾아가는 “가이브러시”처럼 모험을 떠난다 생각하며 화장실을 갔었고, 나중에는 “밤”의 세계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 이후로 우주, 천문, 별자리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그게 버릇이 되었는지 새벽에 클린 하우스에 쓰레기 분리 수거 하러 가는 핑계 삼아 동네 여기저기를 쏘다니고 있다.  

-제주에서 사는 재미는?

막연한 환상으로 제주에 이주해서 고생만 하다 다시 올라간 분들이 많다. 준비하고 내려와도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기지만.. 

“적게 벌어 적게 쓴다.”  

하늘, 산, 바다, 밤 하늘, 별, 바람, 그리고 그 모든 자연..자신의 인생을 아끼고 사랑 할 줄 알게 될 때 보이는 것들이다. 나를 알고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주위의 모든 자연 환경과 맞닿아 있는 제주에서의 삶은 매일이 “여행” 이다.

  -그리고 게임톡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게임 개발 할 수 있게 십시일반으로 투자 좀 해 주시죠.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큐씨보이는?
‘게임별곡’을 집필하는 한 큐씨보이는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30년째 개발자다. 스스로 ‘감히’ 최근 30년 안에 게임들은 웬만한 게임을 다 해보았다고 자부하는 열혈 게임마니아다.

그는 직장인 개발자 생활 12년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도에 은신 거주 중이다. 취미로 몰래 게임 개발을 한다. 하루 중 반은 게임을 하며, 반은 콜라를 마시는데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콜라 경력도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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