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드 'GTA5' 동급, 내용은 정반대....비즈니스-마케팅 접목 선구자

아주 오래 전에도 ‘도둑’이라는 특색 있는 직업은 존재했다. 인류 역사 이례로 도둑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도둑 중에서도 유명한 네임드급 도둑들도 있다. 소설에서는 물론 현실 세계에까지 등장하는 그들이 게임이라고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게임이라면 ‘GTA(Grand Theft Auto)5’를 생각해 볼 수 있겠고, 조금 오래 전에 게임이라면 그 중에 하나가 ‘카멘 샌디에고는 어디에?(Where is the world is Carmen Sandiego?)’라는 게임이 아닐까 한다.

[태평양이 아닌 대서양인 것만 봐도 서구의 기준]
이 게임은 애플II 기종으로도 출시됐는데, 필자는 AT(286) 컴퓨터로 접했다. 게임의 내용은 ‘GTA’와 완전히 반대다. ‘GTA’가 참을 수 없는 악한 인간본성을 끌어내어 온갖 악행을 가상 세계 속에서 펼쳐 보인다. 이로 인해 점차 선(善)에서 멀어져 가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완전히 반대의 개념으로 게임 제목에 등장하는 ‘카멘 (Carmen)’은 여도둑이다. 게임의 주인공은 그녀와 그녀의 조직을 체포하는 형사로 나오지만, 그녀가 더 주인공 같은 것은 어쩔 수 없나?

그녀는 원래 국제 스파이였지만, 후에 대도녀(大盜女)가 되었다. 한술 더 떠 그녀는 세계 최고의 악질들만 모아서 국제 범죄동맹이라고 하는 ‘VILE’이라는 조직을 창설하기에 이른다. 이 조직의 멤버들만 보아도 심상치가 않다. 최고의 도둑이자 조직의 두목이자 이 게임의 주인공인 ‘카멘 센디에고’는 그렇다치고 최고만 훔치는 것으로 유명한 ‘루스 리프 (Luce Leaf)’라든가 그림 틀 제작자인 ‘매트 나이프(Matt Knife)’ 같은 캐릭터까지도 이해가 가지만, 뜬금없이 요리사 ‘척 로스트(Chuck Roast)’ 같은 캐릭터는 어째서 ‘VILE’ 조직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지? 아마도 최고의 요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서 그런 것인가? (오그라든다).

[애플(APPLE) 버전]
그녀는 어찌나 잘 도망 다니는지 이 게임은 월드 버전 외에도 U.S.A편과 유럽(Europe)편이 존재한다. 정말 전 세계를 뒤지며(여행하며) 여기저기 잡으러 다니는 형사의 역할이라니.. 그것도 꽤 괜찮지 않을까 싶다(응?). 이밖에도 ‘Time’편이라던가 ‘우주’편도 있고 꽤 많은 편이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1985년에 게임이 첫 출시된 이후 1986년과 1988년 계속 시리즈가 출시되어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 게임은 지금 젊은이들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을 것 같은 ‘브로더번드 소프트웨어(Broderbund Software)’라고 하는 회사다. 한국에는 ‘브러더번드’로 많이 알려진 이 회사는 1980년대에만 해도 대한민국에서도 재미있는 게임들을 많이 만들기로 꽤 유명한 회사였다.

‘로드러너’ 게임부터 해서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까지 그 당시 유명했던 게임들의 많은 부분이 이 회사의 소유였다. 여기서 개발이 아니고 소유라고 한 것은 실제 개발을 한 게임 개발사는 따로 있고 그들이 유통-배급을 맡은 게임들도 있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도 ‘브러더번드’는 과거 개발사-팀과의 로열티 지불 문제로 좋지 않았던 말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비단 이 회사뿐만 아니라 퍼블리셔의 甲질에 치를 떠는 약소업체들의 피눈물 나는 이야기는 늘 술자리 안주거리이다).

게임 회사로 예전만큼의 명성을 떨치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도 회사는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게임업체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교육용 프로그램, 도서 및 악기 등 양한 항목을 사업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도 홈페이지에 가면 ‘Broderbund’ 라는 회사 로고 밑에 ‘Quality Software For Over 30 Year’ 라는 문구를 넣어 이 분야에서 30년 넘은 장인정신을 느끼게 한다. 

■ 단순히 게임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은 이 게임에서 자신의 역할이 형사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녀를 따라 다니는 사생팬 같은 게임의 주인공은 탐정이다. ‘애크미(ACME)’ 탐정 사무소라는 번듯한 직장도 있고, 자리도 창가에 있는 것을 보면 꽤나 괜찮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이 게임의 특이한 점이라면 과거에 게임 출시 당시 미국의 컴퓨터-게임 소개 관련 잡지에서 카테고리가 ‘Game’이나 ‘Entertainment(오락)’가 아닌 ‘Education(교육)’이라는 항목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이 게임이 아닌 교육용 목적의 것이라니?

지금까지도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하면 게임처럼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30년 전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일까? 참고로 이 게임이 진짜 교육용으로 쓰일 수 있다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세계지리?’가 아닐까 한다. 월드편에 이어 U.S.A편과 Europe편을 해보게 되면 저절로 세계지리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 밖에 도덕 과목도 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고 정치외교는 잘 모르겠네..

최근 다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에 대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비즈니스-마케팅과 관련해서 게임적인 내용을 접목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소개한 책과 글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게임이 바로 이 ‘카멘 센디에고는 어디에?’라는 30년 전의 게임이다.

■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관계 같은데?

[여도둑과 그녀를 따라다니는 탐정?]
아주 오래 전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던 ‘천사소녀 네티’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름만 천사지 사실 도둑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만, 실제로 일본에서는 ‘천사’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고 원작은 ‘괴도 세인트테일(怪盗 セイント・テール)’이다. 일본에서 ‘괴도(怪盜)’가 바다 건너 한국으로 건너가면 ‘천사’가 되는가 보다. 아마도 애들이나 보는 만화에 어렵게 쓰지 말고 그냥 여자니까 천사로 해버리자 라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아직도 만화나 게임을 애들 것으로만 치부하는 몇몇 단체에 대해 아주 강력한 경.. 뭐 그렇습니다. 한국명 ‘천사소녀 네티’는 애니메이션으로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열혈액션물 팬인 필자도 빠짐없이 챙겨 봤으니.. (사실 남자들이 더 많이 본 거 같기도?) 어쨌든 만화를 보면 왜 ‘천사’라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도둑과 그녀를 따라다니는 경찰?]
지난해 말에 개봉한 영화 ‘캐치미(2013)’가 있다. 이 영화에서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이 여도둑과 그녀를 따라다니는 남자(탐정, 형사)가 등장한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로맨스라니.. 현실 세계에서는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나 소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된 것이 아닐까? 사람들 중에 일부는 간혹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을 꿈꾸기도 하니까.

그래도 두 남녀의 로맨스 앞에 가끔은 무시되기도 하는 남의 피눈물 나는 재산상실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훔쳐가는 놈 따로 있고 쫓아다니는 놈 따로 있지만, 정작 잃어버린 놈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 않은 것이 설정의 디테일함의 문제를 떠나 ‘신의성실의 원칙(信義誠實의 原則)’에 따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라라 크로프트(Lara Croft)’도 도굴꾼으로 볼 수 있지 않나? 하지만, 그녀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탐정이나 형사가 없는 관계로 생략.

■ 쉽지 않은 게임, 현실 같은 내용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뭔가 애니메이션 효과도 없고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도 없고 그냥 떡하니 화면에 그림 한 장에 글자만 잔뜩 나와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 접한 게임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어라서 게임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지만, 사실 한글로 나왔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었을 것 같다.

[최근까지도 학교 교육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게임의 내용을 보면 탐정이 된 주인공이 ‘카멘’을 잡으러 시공간을 넘나들며 뛰어 다니는 ‘4885’같은 현장 스토리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단서를 찾는단 말인가? 게임을 하다 보면 모든 사건의 종결자이자 구원자처럼 등장하는 사건의 ‘목격자’가 있다.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도둑이 최근 ‘크로네(krone)’ 단위의 환전을 해갔다는 제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때 제보와 연결되는 도시를 찾아보면 ‘몬트리올’, ‘런던’, ‘오슬로’가 나오는데, 아시다시피 (사실 필자는 몰랐음) ‘크로네 (Krone)’라는 화폐단위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쓰는 화폐단위이다. 여기서 몬트리올은 캐나다, 런던은 영국, 오슬로는 노르웨이의 수도다. 즉, 도둑을 쫓으려면 일단 노르웨이의 ‘오슬로’라는 도시로 가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아무데나 다 둘러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어진 시간과 일정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용이 틀리면 다시 되돌아와서 진행해야 되는 관계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이 게임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게임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이해를 필요로 한다. 정말 탐정이 된 듯한 기분으로 게임 안에 주어진 단서를 조합하여 퍼즐을 풀어나가야 한다.

[진짜 장수 타이틀이다. 올해 연세가?]
이 게임이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바로 현실과도 같은 ‘시간제한’ 때문이다. 어디론가 이동하는 경우 여지없이 시간이 흘러가게 된다. 이것은 현실도 마찬가지로 도둑을 쫓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을 간다고 하면 이동수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1시간 안에 부산을 왔다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은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도둑이 다른 도시에 있을 경우 부산을 갔다 오면 그만큼의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다. 그리고 도둑을 검거해야 하는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여행하듯이 여기저기 쏘다닐 여유가 없게 된다. 한 번 장소를 움직일 때마다 치밀하게 생각하고 계산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게임에는 계급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는데, 계급이 높아질수록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시간도 짧게 주어진다.

재미있는 점은 도둑의 단서를 조합해서 도둑을 찾아내도 체포영장(Arrest Warrant)을 받아 두지 않으면 영장이 없어서 체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게임의 매우 많은 부분이 현실 세계에서 참고한 듯한데, 그것이 꽤나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그래서 어렵다).

이 게임의 월드편에서는 도둑들이 전 세계 30개의 도시에 숨어 있다. 게임 도중에 입수하게 되는 단서들은 도둑들이 도망간 도시나 국가를 암시할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이 내용을 잘 유추하고 추려내야만 10명이 넘는 용의자 중에 정확히 누가 도둑인지 찾아낼 수 있게 된다. 그 도둑 중에서 제일 잡기 어려운 도둑은 당연히 게임의 이름이기도 한 ‘카멘 샌디에고’ 최고 대빵도둑이다.

[아테네 신전이 저런 것이었구나?]
게임에 등장하는 도시-국가를 보면 미국이나 캐나다, 맥시코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꽤 유명한 국가들이 등장한다. 양쪽 옆 나라 중국과 일본도 있는데, 그 가운데 한국만 쏙 빠진 것이 꽤나 아쉽다(서울에도 숨을 곳 많은데..). 미국편의 경우 50개 주(State) 또는 컬럼비아 특별구(District of Columbia)의 어느 한 도시에 숨어 있다. 일당도 16명으로 늘어나며, 진급 단계도 월드편에서 신참(Rookie)부터 최고참(Ace Detective)까지 5단계였던 것이 10단계까지 늘어난다.

■ 필자의 잡소리
필자는 사실 한 번도 ‘카멘 샌디에고’를 잡아본 적이 없다. 몇 몇 잔챙이들을 잡아봤을 뿐이지만 게임의 재미는 충분했다. 혼자서 즐겨도 재미있지만, 친구와 같이 즐기는 재미도 꽤 있었는데, 예를 들어 ‘부다페스트’가 어디에 있는 도시인지? 뭐 하는 곳인지? 서로 이게 맞다 저게 맞다 하면서 싸우던 기억도 나는데,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 다 ‘카멘 센디에고’는 잡지 못 했다.
[NDSL 괜히 팔았어!]
필자는 중-고교 시절 딱딱하고 재미없어서 떨어지던 고개 앞에 졸음을 이기기 어려웠던 ‘국사’ 과목을 이 게임에 접목시키고 글로벌 세계에 필요한 세계지리 등에 대한 내용으로 다시 만들어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교육부에서 투자해 주시면 게임 개발해 드리겠습니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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