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권’ 등 이색 이름 난무...전국 방방곡곡 이소룡 흉내 열풍

멀쩡한 이름 ‘더블 드래곤(Double Dragon)’을 놔두고 오락실은 저마다 개개인의 작명 센스를 뽐냈다. ‘쌍용권’ ‘쌍용’‘용형호제’‘용호난투’ 등 필자가 본 다른 이름만 해도 족히 10개는 게임이다.

보통 전국적으로 널리 쓰인 이름은 ‘쌍용권’이다(하지만 부산에서 전학 온 친구가 ‘쌍용권’을 몰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의 동네는 다른 이름이었다고 한다).

무려 3편까지 나오고도 모자라 여러 가지 번외 편까지 나온 시리즈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2편은 기억도 없이 망해버려서 보통 ‘쌍용권’하면 1편을 얘기한다고 보면 된다. 3편 역시 1편만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번외 편들 역시 나오는 족족 망하기 바빴고, 코믹(만화),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등장하기도 했으나, ‘쌍용권’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지켜내지는 못했다.

쌍용권
■ 영화 ‘더블 드래곤’
영화 '더블 드래곤'

‘인기 있는 게임은 언젠가 영화로도 나온다’는 법칙을 여지없이 지켜낸 게임이다. 이 게임 역시 영화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동양의 판타지가 서양으로 넘어가면 꼭 한국의 김치가 미국으로 건너가면 이상한 맛의 김치가 되는 것처럼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물론 자국의 입맛에 맞춰 로컬라이징 되었다고 볼 수 있긴 하지만..).

최근에야 영화가 게임으로 게임이 영화로 나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지만, 이것은 애초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게임과 영화를 공통적인 소재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는 CG기술의 발달로 게임, 영화에 공용으로 쓰일 만한 리소스를 구축하기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전에는 게임을 만들고 나서 다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기획하고, 또는 영화가 나온 것을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게임이 영화로 나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확실한 흥행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다. 게임과 영화를 동시에 제작하기 위한 고려는 획기적인 시도였고 그런 획기적인 시도는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

무언가 ‘더블 드래곤’스럽지 않은 ‘영화 : 더블 드래곤’이다. ‘드래곤 볼’도 서양으로 넘어가 영화화된 적이 있는데, 역시나 영화를 보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게임 또는 게임 같은 내용이 영화로 제작 되어 성공한 케이스는 ‘캐러비안의 해적’ 정도가 아닐까? 그 정도의 흥행 성적을 낸 게임 같은 소재의 영화는 사실 많지 않다.

■ 게임의 시작

납치되는 정체 모를 여인
처음 오프닝은 정체 모를 여인(아내 아니면 애인일까?)이 역시나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저 셔터 문이 열리면서 멋지게 등장하는 주인공. 납치 될 동안 셔터 구멍으로 숨어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일까?

일반적으로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애인이겠구나 하겠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저 여인을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있었다. 저 여자는 집주인이다. 그래서 구하러 가야 된다(뭔가 좀 서글픈 것 같기도 하네.) 또는 속지 마라. 저 여자는 깡패들과 한 패다(나중에 엔딩에서 알게 된다.)

결국 우리 둘 중에 하나를 처치하기 위한 미끼이다.부터 해서 다양한 해석이 있었지만, 정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고 사실 저 여인은 ‘마리안(Marian)’이고 게임 주인공 캐릭터인 ‘빌리(Billy Lee)’의 연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파란 옷이 ‘빌리’이고, 빨간 옷이 ‘지미’이다. 저 여인은 빌리의 연인이지만, 지미 역시 그녀에게 반했다는 설정이 되어 있다. 그래서 엔딩 장면에서는 그런 내용이 묘사되어 있다.

■ 다양한 무기

아악...조그만 더 채찍이 좋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보이는 사물 대부분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프부터 야구 방망이는 물론 심지어 드럼통까지 집어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듯이 채찍도 쓸 수 있지만, 무언가 의미심장한 화면이다. 물론 이 게임이 아동용 게임은 아니지만, 본격 성인 취향의 코드가 담겨있다고 봐야 되는 것일까?(채찍에 맞는 아저씨 표정이 왠지 즐거워보여..)

화면에 보이는 저 드럼통을 역도 들듯이 들어올려 집어 던지면 던진 방향으로 굴러간다. 드럼통에 치인 적군은 데미지를 입는데, 보통 한 번에 적군을 처리하기는 힘들고 그 뒤에도 여러 번 때려줘야 한다. 화면에 보이는 나이프 역시 집어던질 수 있다.

그 외에도 컨베이어 벨트 위에 박스도 집어 던질 수 있다. 남의 귀한 택배 박스를 집어 던진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죄악시되는 행동이므로 현실에서는 집어던지지 말자. 비교적 다양한 물체를 집을 수 있고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기존의 제한된 물체(오브젝트)에 적용 되던 부분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물론 이 게임 외에도 게임 내 다양한 물체를 사용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정 장착된 무기만 사용할 수 있다거나 제한 된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식의 게임진행이 많았던 시절이다.

지금도 여러 게임을 해보면서 화면에 보이는 물체마다 클릭을 해보곤 하는데, 손으로 집을 수 없는 물체를 볼 때마다 그저 장식일 뿐 사용할 수 없는 배경 같은 물체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게임의 최고의 무기는 나이프나 드럼통 따위가 아니다. 바로 일격필살 ‘팔꿈치 치기’이다. “훕!” 하는 소리와 함께 팔꿈치를 밀어 쳐 올리는 저 동작을 따라 해 본 사람이 필자만 있을까? 저 당시에 게임을 해 본 동네 아이들은 모두 만날 때 마다 한동안 “훕!”, “훕!” 하면서 저 동작을 흉내 내곤 했다.

물론 서열에 따라 하위 등급에 속할 경우 아무에게나 함부로 시전했다가는 뒷감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시전 해서는 안 되는 동작이다.

친구들끼리 놀이를 할 때 상대방의 “훕!”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뛰어올라 바닥에 드러눕는 동작을 콤비로 하게 된다. 실제로 게임에서도 타이밍에 맞춰서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훕!” 하는 소리와 함께 “팔꿈치 치기” 공격을 하고 그 팔꿈치 공격에 맞은 캐릭터는 번쩍 뛰어올랐다가 바닥에 드러눕는다. 화면에 보이는 저 대머리 아저씨는 공중에 뛰어올랐다가 곧 바닥에 드러눕게 될 것이다.

이 팔꿈치 공격만 잘 해도 생명에 위협 없이 끝판왕을 만날 수 있다. 얼마나 위치 선정을 잘 하고 얼마나 타이밍에 맞춰서 팔꿈치 공격을 잘 하는가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다. 팔꿈치 공격 외에도 다양한 액션을 할 수 있으나 펀치 공격, 발차기, 뛰어올라 발차기, 머리 끄댕이 잡아 무릎으로 친 후 집어 던지기 등.. 제일 많이 쓰고 반격의 위험성이 적으며 유효한 공격은 팔꿈치 공격이었다.

실제로 팔꿈치 공격을 잘못해서 배에 맞아 한동안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던 친구도 있었으니 현실 세계에서는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위험한 행동이다. 물론 그만큼의 위력적인 공격이라는 것도 증명됐다고나 할까?

방방이는 들었지만 쓸 시간이 없네.
이런 스테이지에서는 밑에 구멍이 뚫려 있는 지형인데, 보통 싸우기 귀찮으면 여기에 적군을 집어 던지곤 했다. 물론 반대로 잘못해서 추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레버(스틱) 조정이 민감하게 세팅되어 있지 않은 불성실한 주인 아저씨가 있는 오락실에서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었는데, 이런 지형은 구멍 근처에 가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롭다.

게임 중 격노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면 적과 함께 ‘논개’의 재현을 보게 될 것이다. 항상 냉정하고 침착함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게임이 바로 ‘더블 드래곤’인 것이다. 잊지 말자. 팔꿈치 공격 “훕”. 냉정하고 침착하게 “훕”.

회전 회오리 킥
점프해서 킥을 하는 순간 좌우연타를 하면 우리는 그것을 “회전 회오리 킥” 또는 “와리가리”라 불렀다. 원래 “와리가리”라는 용어는 “파이날 파이트” 게임에서 보스를 상대할 때 주로 쓰던 기술로 기술 연타를 시공하면 보스가 뒤로 자빠졌다가 다른 위치로 이동하고 졸개들을 보내는데, 펀치 2번을 보스에게 시전 하고 뒤로 돌아 펀치 1번, 다시 펀치 2번 보스에게 시전, 뒤로 돌아 펀치 1번 하는 식으로 좌, 우 연타를 하면 보스가 반격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제 자리에서 계속 펀치를 맞아준다. 이런 상태의 기술 시전을 “와리가리”라 불렀다.

“왔다리갔다리” 해서 “와리가리”라는 설이 있는데, 정확한 어원의 의미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립 게임용어 연구원에서 정확한 어원과 유래에 대해서 정의해 주기를 바란다.

■ 모든 시작은 이소룡으로부터..

ATLUS社에서 2004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더블 드래곤 어드밴스’다. GBA(Game Boy Advance)기종으로 출시되어 뒤에 ‘어드밴스’가 붙은 것 같다. ‘쌍용권’ 게임은 이 외에도 다양한 기종으로 이식되었는데, 원판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졸작들도 상당히 많아서 지면에 소개하는 것 자체가 낭비적인 일이라 생각되어 소개하지 않았다.

자, 이것이 진짜 패러디이지
이 게임은 예전에 무협(무술)영화 좀 봤다 하는 분들이라면 어디선가 눈에 익은 장면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이 게임 표지 자체가 ‘이소룡’의 영화 표지를 패러디했기 때문이다. ‘더블 드래곤’ 게임의 디렉터인 키시모토 요시하사는 이소룡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게임에도 곳곳에 ‘이소룡’에 오마쥬가 숨어있다. 게임의 캐릭터 이름들은 대부분 영화에서 나왔던 이름들이 많다. (한 번 찾아보기 바란다.)

사진에서는 포즈나 손의 위치까지 똑같이 표현되어 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빌리(Billy Lee)’라는 이름 역시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맡았던 역할이 ‘빌리’라는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소룡의 영화를 모두 본 다음에 이 게임을 해본다면 느낌이 남다를 것이다. 물론 필자가 게임을 하던 시절에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지 알고 있지는 못했고,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에서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적 캐릭터들 역시 영화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묘사했다거나 이름을 따온 것들이 많다.

■ 단순한 액션만 있는 게임이 아니다 

이거 분명히 박스 처리가 이상해
역시나 자주 빠지던 물웅덩이.. 이 다리 점프해서 건너야 하는데, 꼭 한 번씩을 빠진다. 무사히 잘 넘어가면 다행으로 그 날은 역시 ‘운수 좋은 날’에 해당한다.

가끔 쇼맨십에 심취한 친구들은 저 위치에서 점프 후 “와리가리” 시전을 하곤 했는데, 대부분은 “와리가리” 후 물에 빠져 아까운 생명 하나를 잃곤 했다. 가끔 성공할 경우 ‘너도 할 수 있겠어?’ 하는 표정으로 득의양양하며 필자를 바라보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런 시시한 도발에 넘어가는 순간 아까운 생명 하나를 잃게 된다. (아니 왜 정상적으로 점프해서 넘어가면 비겁한 것이냐?)

가끔은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다리로 무사히 넘어가면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가끔 여기서 장난 치다가 화면이 강제 스크롤 될 때가 있는데, 그러다 물에 빠진다. 때로는 매우 진지하지만 때로는 매우 생명경시풍조가 느껴지는 게임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단에 캐릭터 얼굴 이미지와 숫자 그리고 그 옆에 다섯 개의 네모 칸이 보이는데 저것이 바로 체력 게이지이다. 공격을 당할 때 네모 칸이 하나에서 두 개씩 소모 된다. 5개가 다 소모되면 숫자 1에서 0으로 바뀌게 된다. 즉, 생명 1개당 체력 게이지가 5칸씩 있다. 오락실에 따라 달랐는데, 생명이 1개만 있는 오락실도 있는 반면에, 생명이 2개나 되는 인심충만한 오락실주인 아저씨가 운영하는 오락실도 있었다. 오락실 주인 아저씨에게 부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다.

■ 자 이제 마지막 순간이다.

마지막 보스전
문제의 최종 보스전이다. 세 쌍둥이까지 처리하고 나면 기관총을 들고 나타난 보스를 처리해야 한다. 저놈의 기관총 스치기만 해도 안녕이다. 사나이가 주먹으로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치졸하게 총을 들고 설치다니, 분노를 금할 수 없는 보스전이다.

문제는 보스를 처리하고 난 뒤에 벌어진다.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와 정체 모를 여인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마지막 남은 “진짜” 결투를 해야 하는 어찌 보면 잔혹한 내용의 게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조금 전까지의 동료가 인생 최대의 적이 되는 순간 한 여인을 두고 두 남자는 결투를 벌이게 된다.

보통은 둘이 남아서 싸우기도 하지만, 간혹 멋을 아는 놈들이 있었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화면 하단으로 떨어지면 즉사하게 된다. 한 여인을 두고 친구와 싸우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 (물론 실제 자살이 아니라, 게임상에서 자살이다. 여러분 실제 상황에서는 그러지 말아요. 게임과 실제를 혼동하면 정신이상입니다.)

■ 필자의 잡소리
아직도 더블 드래곤 하면 엔딩 음악과 함께 그 장면이 기억난다. 엔딩이 기억나는 게임은 많이 있지만, 특히 이 게임만큼 임팩트가 컸던 게임은 흔하지 않았다. 상생, 소통, 상호협력,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시대상을 반영하듯이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구나.) 당시의 게임들은 서로 돕고 악을 물리쳐 선을 이룬다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납치 된 연인을 구한다는 명목하에 자유롭게 폭력을 구사하는 다소 폭력적인 게임이다. 그렇다고 그 폭력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던가 혐오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그저 게임적인 요소에서 액션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실제 사회에서 저렇게 아무에게나 주먹을 휘두른다던가 팔꿈치 공격을 하는 사람은 법치국가의 존엄하고도 냉엄한 현실이 어떤지 몸소 체험하게 될 것이다.

권선징악적인 내용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다소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종국에는 납치 된 연인을 구해내고 한 여인을 두고 두 남자가 최후의 선택을 앞 둔 결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 당시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드라마틱한 요소였다고 본다. (멜로 드라마 작가가 기획에 참여한게 아닐까?)

공포의 머리끄댕이 잡기 공격
그런데, 게임에 대머리 아저씨들도 나오는데, 대머리도 머리끄댕이 잡기 공격이 됐던가? 기억이 안나네..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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