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울펜슈타인’서 출발, '두 존'의 '둠' 이후 가장 사랑받은 장르

게임 장르 중 현재 살아남은 장르는 PC 온라인 게임 시장을 기준으로 AOS, RPG, FPS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는 게임은 이 세 장르에 편중되어 있다. AOS의 경우 거의 ‘롤(LOL)’ 게임이 AOS 장르를 평정했으며, RPG 게임의 경우 N사의 게임들이 거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FPS 게임 역시 한 두 게임이 전체 FPS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이 관계가 깨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같은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AOS’ 라는 장르 명칭에 대해서도 글을 쓰면 책 한 권 쓸 만큼의 분량이 나오겠지만, 편의상 ‘AOS’ 라 칭함).

[오퍼레이션 울프]
FPS 게임의 시초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지만, 위키백과에서도 그 기준을 ‘현대의 FPS 장르는 1990년대 초기에 발생했다. 그때부터 기초적인 3차원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그릴 수 있을 만한 성능의 컴퓨터가 나오기 시작했고,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던 이드 소프트웨어의 울펜슈타인 3D과 둠 등이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정의하고 있다.

물론 위키백과가 무조건 맞는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게이머들 역시 그런 의견에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1990년대 초기 이전에 1987년에 오락실에 등장한 ‘오퍼레이션 울프’가 조금 더 FPS 게임의 시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FPS 라는 장르의 뜻 자체만 본다면 1인칭 슈팅 게임(First-Person Shooter, FPS)이라는 의미에서 보다 더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게이머에게 ‘FPS’ 라는 의미는 ‘총 쏘는 게임’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1인칭 시점의 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비행기를 소재로 한 게임들 역시 FPS 라고 부를 수 있겠다.

[억지를 부리면 이것도 FPS라면 FPS다.]
또한 ‘1인칭 시점’이라는 기준으로 대상 범위를 넓히면 사실상의 시초는 1970년대 발매한 ‘Maze War’와 같은 게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다시 대상을 일반적으로 상식으로 통하는 ‘총을 쏘는 1인칭 시점의 게임’의 본점으로 돌아온다면 그 게임의 시작이 아마도 ‘오퍼레이션 울프’와 같은 게임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건콘 게임 ‘오리사냥’ 이라던가 하는 것들도 있지만, 밀리터리의 느낌까지를 ‘FPS’ 게임에 더한다면 이것도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겠다.

[TOP-GUN 영화와 함께 미치도록 조종간을 흔들게 만들었던 게임 : 애프터버너]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1인칭 시점의 슈팅’ 게임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게임을 ‘FPS’ 게임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이 당시에는 ‘FPS’라는 용어 자체도 없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도 이런 게임들은 단순히 ‘비행슈팅’ 정도로 분류하는 것이 고작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FPS’ 게임의 기준을 본다면 ‘1인칭 시점의 총을 쏘는 밀리터리적인 느낌의 게임’ 이라는 다소 협소한 의미로 축약되는 느낌이다. 간혹 판타지 느낌의 FPS 게임이라던가, 중세시대 컨셉의 FPS 게임도 등장하기는 했지만, 왠지 게임 안에서 화약 무기를 발사하는 총류가 등장하지 않으면 그 느낌이 ‘FPS’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본연의 의미라기보다는 본 의미에서 새롭게 재해석된 의미가 본 의미를 대신하는 용어 중에 하나가 이 ‘FPS’ 장르가 아닌가 한다. 특히 PC 온라인 게임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다수의 FPS 게임들은 ‘밀리터리 FPS’ 게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보통은 이런 ‘밀리터리 FPS’ 게임을 ‘FPS’라고 부르기 때문에 ‘FPS’라는 용어 자체의 느낌이 여기에 맞춰진 것이 아닐까 한다.

[총도 쏘고 밀리터리 느낌에 이게 딱 FPS!]
이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역시 FPS 게임의 시초는 ‘오퍼레이션 울프’ 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전에 등장한 게임 중에서도 비슷한 게임들이 있긴 했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필자는 이 게임을 시초로 생각해 본다.

특히나 영화 ‘람보’가 세상을 한 번 휩쓸고 간 뒤라 우리들 마음속에 누구나 한 번쯤 원 없이 총을 갈기고 싶은 ‘람보’가 되고 싶은 생각을 안 해 본 아이가 없을 정도였으니, 오락실에 이 게임이 등장했을 때 자연스레 빙의가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런 류의 게임들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발전하여 ‘타임 크라이시스’ 와 같은 명품 게임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도 ‘4D 체험장’이나 간판만 바꿔 달은 오락실에 가면 한두 대 정도는 이렇게 화면에 대고 총을 쏘는 게임들이 있을 정도이다. 최근에 탐방한 경험에 의하면 보통 총 쏘는 게임, 농구대 게임, 레이싱 게임 정도가 구비되어 있고, 그 밖에 지난 시절 기판 게임들 정도가 있는 것 같다(‘철권’ 게임은 반드시 있는 반면에 필자가 좋아하는 ‘버파’ 시리즈는 거의 없는 것이 슬프다).

이렇게 혼자서 총을 쏘는 게임들이 최근에는 둘이서 함께 협동 모드로 총을 쏘거나 최대 4인까지 동시에 총을 쏘면서 전투를 진행하는 게임들도 출시되어 있다. 하지만, 별 인기가 없었는지 금세 사라졌다.

■ 혼자서는 외로워. 동료와 함께 싸우자!

[카발 : 카발온라인 아닙니다.]
그 다음해에 나온 게임이 ‘카발’ 이었다. 지금은 검색엔진에 ‘카발’이라고 치면 ‘카발 온라인’이 나오지만, 예전에 ‘카발’ 이라고 하면 바로 이 총 쏘는 게임이었다. 처음에 ‘카발 온라인’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총 쏘는 게임이 온라인으로 나오는 줄 알고 엄청 기대했다가 실상은 RPG 게임.. 인 것을 알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내 등이 보이지?]
하지만, ‘카발’ 게임은 엄격하게 분류 한다면 ‘FPS’ 게임이라기보다는 ‘TPS’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근에 ‘TPS’ 게임들도 그냥 ‘FPS’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보면 넓은 의미에서 본 주제에 해당한다고 본다. ‘TPS’ 게임은 ‘FPS’ 게임과 같다면 같고 다르다면 다른 게임이다.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라면 ‘FPS’가 1인칭 시점의 게임인 반면에 ‘TPS’ 게임은 앞에 ‘T (Third)’ 가 의미하듯이 ‘3인칭 시점’의 게임이다. 1인칭 시점의 게임들은 화면 자체가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자신의 팔이나 총 정도가 보이지만, 3인칭 시점은 제3자의 입장에서 주인공 캐릭터를 보는 시점이다. 그래서 캐릭터의 뒷면(등짝)이 보인다. ‘TPS’ 장르에서 대표적으로 유명했던 게임으로는 ‘기어스 오브 워’ 같은 게임이 있다. 

[원제는 ‘블러드 브러더즈’ 이지만, 그냥 ‘카발2’로 불린 게임]
이 ‘TPS’ 게임들이 ‘FPS’ 게임과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면 캐릭터 전체가 보이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춘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옆으로 구른다던가 하는 식의 액션이 가능하다. ‘FPS’ 게임에서 옆으로 구르기 액션을 했다가는 화면 전체가 빙글빙글.. (아 쏠려..) 게임 행사나 소개를 할 때 ‘TPS’ 게임 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FPS의 새로운 진화!’ 와 같이 ‘FPS’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아직도 ‘FPS’라는 장르에 비해 ‘TPS’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예전에 ‘온라인 TPS’ 게임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런데 그 당시에는 더욱이나 ‘TPS’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시간보다는 ‘TPS’ 가 무슨 뜻이고 ‘FPS’하고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시간이 더 많기도 해서 결국 광고에 실리는 장르 소개 문구는 ‘FPS’라고 한 적도 많았다.

어쨌든 화면 전체가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보이는 ‘FPS’ 게임에서는 옆으로 몇 번만 굴러도 화면이 빙글빙글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구르기 액션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간혹 앞으로 구르거나 옆으로 구를 수 있는 ’FPS’ 게임들도 있는데, 이 때도 구르기 액션을 할 때만 잠시 ‘TPS’ 모드로 변경되었다가 다시 ‘FPS’ 모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 ‘TPS’ 게임에서 가능한 연출은 구르기 액션 외에도 ‘은폐’와 ‘엄폐’가 있다. ‘기어스 오브 워’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엄폐물 뒤에 숨어서 총만 내밀고 쏘는 동작을 기억하실 것이다. FPS 게임에서는 사실 쉽지 않은 연출이다. 간혹 고개만 내미는 액션이 가능한 게임들도 있지만, 본격적인 엄폐 스킬은 사용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기어스 오브 워 : 이런 것이 엄폐 사격이다.]
■ 울펜슈타인 3D
[그래픽은 이렇게 보여도 긴장감은 쩔었다구!]
앞서 위키백과 소개에 나온 FPS게임의 시초격이라고 하는 게임이 바로 이 ‘울펜슈타인 3D’ 게임이다. PC 게임 중에서는 아마 시초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도 물론 이런 시점의 게임들은 많이 있었지만, ‘총을 쏘는 1인칭 시점의 게임’ 이라는 주제 한정적인 분류로 본다면 이 게임부터가 FPS 게임이 시작된다고 보는 많다. ‘FPS’라는 용어가 없었던 출시 당시에는 ‘액션’ 또는 ‘액션 시뮬레이션’ 등으로 분류되기도 했었다.

정확한 시나리오는 잘 몰라도 독일군 진영에서 포로로 잡혀 있던 주인공의 대 탈주극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문 뒤에 뭔가 있을지 모르는 긴장감과 함께 독일군이 음성으로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쫓아 오는데 그 긴장감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었다.

지금 해보면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저 당시에는 정말 쫓기는 느낌에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특히나 총알은 떨어져 가는데 등 뒤에 독일군들이 쫓아오고 지금 눈 앞에 문이 닫혀 있는데, 이 문을 열면 그 앞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대개는 독일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 만장일치 최고의 FPS 게임 / FPS게임의 선조
많은 게이머들이 ‘FPS’ 게임의 원조 하면 ‘둠’을 떠올리는데 ‘둠’ 게임은 이전에 없었던 대히트를 기록한 게임으로 기본적으로 집에 ‘둠’ 게임 하나는 PC에 깔려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오죽하면 그 이후 등장한 ‘FPS’ 게임들도 그냥 ‘둠 아류’ 정도로 취급되거나 그나마 잘 만들어진 게임도 ‘둠 같은 게임’ 정도로 취급되곤 했었다.

[둠2 : 주인공 눈이 돌아갔다.. ]
‘둠’ 게임이 이토록 ‘FPS’게임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둠’ 시리즈 게임들이 대중들에게 새로운 장르에 대한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게임들은 많이 있었지만, ‘둠’만큼의 충격을 주지는 못했었다.

다양한 무기체계와 퍼즐적인 요소의 도입, 특히 네트워크 대전 시스템 등 기존에 없었던 또는 있었으나 그리 유용하지는 않았던 내용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개발사의 시각으로 훌륭하게 만들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인정받을만 하다. 애플(Apple)이 두 명의 ‘스티브’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이 게임 역시 두 명의 ‘존’에 의해 만들어졌다. (존 카맥, 존 로메로) ‘둠’ 게임을 개발한 전설적인 천재 프로그래머로 인정받는 ‘존 카맥’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 필자의 잡소리
‘둠’ 게임의 전설적인 흥행 이후로도 ‘FPS’게임 장르는 그 인기를 등에 업고 부흥을 계속하였다. 현재까지도 게임 엔진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는 ‘언리얼 (에픽게임즈)’이 ‘언리얼’ 시리즈를 발매하였으며, ‘퀘이크’, ‘디센트’, ‘헥센’, ‘듀크뉴켐 3D’, ‘레인보우 식스’를 거쳐 ‘하프라이프’ 까지 그야말로 ‘FPS’ 게임의 전성기가 도래했었다.

물론 지금은 한풀 꺾인 기세이긴 하지만, 그 시장은 다시 PC 온라인으로 옮겨 ‘PC 온라인 FPS’ 게임들 역시 여전히 인기가 한창이다. ‘둠’ 이후의 게임들은 지면 관계상 FPS 특집 2편을 기획하던가 해야겠다. 본 [게임별곡]은 PC 온라인 게임 이전의 고전 게임들 위주로 소개하는 내용으로 현재 유명한 PC 온라인 FPS 게임들을 따로 언급하지 않은 이유이다. 앞서 소개한 게임이나 지금 열거한 게임들을 제대로 쓰려면 게임 당 한 회씩 써도 부족할 만큼 얘깃거리가 많이 있지만, 훑어본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정리해 본 시간이었다.

[이 게임도 1인칭 시점이었지.]
필자를 한 동안 공포에 몰아넣고 밤에 불 끄기가 무섭게 만든 문제의 게임 ‘엘비라’도 따지고 보면 1인칭 게임이지만, ‘FPS’ 라기 보다는 그 당시에는 ‘던전형 RPG’ 정도로 불렸던 것 같다. 다른 스크린샷을 보여 주고 싶어도 너무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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