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엔진 간판 게임 ‘천외마경’ 플스로 출시...새 플랫폼서 리메이크 부활 기대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유튜브(/watch?v=nLhDgesBCCA)

‘천외마경3(天外魔境3) 나미다’는 시리즈 2편 卍MARU(만지마루)의 히트 이후 후속작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계속되는 연기 발표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천외마경’은 PC엔진을 대표하는 게임으로 당연히 후속작도 PC엔진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간이 흘러 PC엔진 시장이 쇠퇴해감에 따라 PC엔진의 후속 기종인 PC-FX로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PC-FX는 허드슨과 NEC 홈 일렉트로닉스에서 만든 PC엔진의 후속 기종이었다. 코드명 ‘아이언맨(Iron man)’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아이언맨은 PC-FX 이전 1992년 개발된 32비트 개발키트 프로젝트 이름이다. NEC가 자체 개발한 32비트 CPU를 사용했다. PC-FX는 1994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4만 9800엔(약 55만 9991.04원)의 가격으로 출시했다.

PC-FX의 FX는 F(Future)와 X(미지의 것)의 의미인데 SEGA 새턴과 SONY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동시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성능은 동시대에 출시한 게임기들에 비해 고가의 가격도 문제였지만, 가격은 둘째치고 게임기의 성능 역시 다른 게임기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사양으로 그 이전에 출시한 16비트게임기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군다나 세상은 이미 3D로 진입했는데 3D기능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2D게임기로 출시했다.  그래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고집을 내세우다 결국 40만대 판매량을 끝으로 철저하게 외면받은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전작인 PC엔진이 580만대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보다도 더 적은 수량으로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래도 가는길에 3DO와 함께여서 외롭진 않았지만 PC-FX용 소프트웨어도 달랑 62개만 발매되었을 정도로 시장에서 외면받고 결국 가정용 게임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천외마경III - NAMIDA]

PC엔진이 당시 콘솔 게임기 시장 1위였던 닌텐도의 슈퍼패미컴이 4910만대 판매했을 때 PC엔진은 580만 판매량으로 1위와의 차이는 8.4배였다. 이에 비해 PC-FX가 맞붙을 플레이스테이션1은 1억 249만대, 플레이스테이션2가 1억 5768만대 팔린 것에 비해 PC-FX는 40만대 팔렸다. 1위와의 격차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벌어져 도저히 PC-FX로 출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PC엔진의 간판 게임이라고 할 수 있던 ‘천외마경’을 PC-FX로 출시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가 되었고 시장에서 외면받고 철수하게 될 기기로 출시하는 것은 게임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시간이 흘러 PC-FX마저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자 ‘천외마경 3–나미다’는 거의 13년이나 지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로 출시되었다.

[천외마경 ZERO]유튜브(/watch?v=BBLQLGX2ZWo)

PC-FX로 발표하려고 하다가 시장에서 철수한 게임기인 PC-FX로 발매가 불가능해지자 플레이스테이션2와 닌텐도 게임큐브로 발매한다고 했지만 결국 게임큐브용은 출시하지 않았고 플레이스테이션2용만 출시하여 닌텐도의 팬들에게 원망과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게다가 이미 출시 계획이 잡힌 이후 개발과 발매까지 13년이나 지났지만 실제 게임의 퀄리티는 13년만큼의 기다림을 채워줄 정도가 되지 않아 ‘천외마경’의 팬들의 원성을 받았다. ‘천외마경2’ 이후로 정식 넘버링으로는 13년만에 나온 ‘천외마경 3편 나미다’는 대작 시리즈로 거듭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편 이후로 이렇다할 대작을 내놓지 못하고 시리즈의 운을 다하게 되었다.

‘천외마경’은 시리즈 1편 자이지라를 시작으로 시리즈 2편 만지마루 외에도 천외마경 데덴노덴 가부키전, 천외마경 풍운 가부키전, 가부키 일도양담, 천외마경 진전, 천외마경 전뇌락조 격투전, 천외마경 ZERO,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 오리엔탈 블루 푸른천외, 천외마경 3 나미다, 천외마경 지팡 7 등 다양한 작품을 출시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외면받고 사라진 작품들이 되었다.

한때 PC엔진하면 대표 게임으로 꼽을 만큼 PC엔진의 대용량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대작 게임에서 플랫폼의 몰락과 함께 타기종으로 출시를 하면서 게임 역시 점점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리즈 3편 나미다 외에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편도 출시했지만 ‘천외마경’이 처음 시리즈를 시작할 때 서양에서 잘못 본 일본(지팡구)을 무대로 했던 것에 비해 반대로 일본에서 잘못 본 서양을 컨셉으로 하면서 정통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天外魔境 第四の黙示録)’이 세가 새턴으로 출시를 결정할 때는 이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에 ‘파이널판타지7’이 출시되면서 게임기 시장을 거의 장악해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다른 게임사들이 ‘파이널판타지7’의 출시와 맞붙는 것은 승산이 없다 생각해서 출시를 연기할 때에도 당당하게 ‘파판7’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출시를 했다. 전체 시리즈로 치면 시리즈 8번째 작품이지만 지금까지의 시리즈와 다르게 일본에서 바라보는 서양의 모습을 배경으로 미국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

부제인 묵시록(默示錄, Apocalypse)은 원래 신약 성서의 마지막 권에 기술하는 세계의 종말과 최후의 심판, 새로운 세계의 도래에 대해 기록한 내용으로 초현실적이고 극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으며 예술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많은 주제로 차용되었다.

묵시록을 차용한 것 중에 유명한 영화 중에 하나로 ‘지옥의 묵시록’이라던가 하는 제목의 영화도 많은데 대부분 암울하고 무거운 주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은 게임의 부제답게 게임 내용도 종교 이론이나 전쟁론과 같은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다.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https://yagino.net/game-review/hardware/ss/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天外魔境 第四の黙示録)’은 1997년 세가 새턴(SS)용으로 출시한 이후 기존의 작품과는 다르게 호러(공포)의 콘텐츠를 추가한 작품이다. 기존의 작품들이 진지하지만 다소 유쾌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면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은 묵시록이라는 이름답게 세상말기의 암울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이 출시될 때만 해도 세가새턴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피 튀는 경쟁모드에 돌입하던 때였다. 아직 콘솔 게임기 시장의 승자가 가려지지 않았던 때이다.

세가새턴용으로 출시한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은 플랫폼 2위 시장만 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세가새턴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철저하게 패하고 시장 철수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천외마경’은 PC엔진과 PC-FX에 이어 세가새턴까지 줄줄이 시장에서 물러나는 악운의 행진이 이어졌다.

결국 ‘천외마경 3–나미다’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출시되었지만 오랜 기다림에 지친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퀄리티로 많은 실망감을 자아냈다. 당시 차세대 기종으로 시장을 석권한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출시하여 미진했던 과거의 불운을 씻어내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으려 했지만 이미 세상은 많이 변했고 시대가 바뀌었다.

[천외마경III - NAMIDA]유튜브(/watch?v=D2oAOw7Mq9A)

그래도 ‘천외마경’의 팬들 덕분에 ‘천외마경3–나미다’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는데 등장할 시기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컸다.

국내에서도 ‘천외마경’은 2편의 성공 이후 팬층을 형성했지만 3편의 등장이 1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잊혀져가는 게임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원래 게임의 시나리오는 1995년 마스다 쇼지(桝田省治)에 의해 진작에 완성됐지만 출시는 그로부터 10년이나 지난 2005년에 이루어졌다.

‘PC원인’이나 ‘모모 타로전설’, ‘천외마경 II 만지마루’ 등에서 시나리오 감독과 게임 디자인을 했던 마스다 쇼지는 ‘천외마경2’에 이어 3편 역시 메인 스토리를 완성했지만 출시하기로 했던 PC-FX의 시장이 점차 사양추세로 접어들면서 도저히 보급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기껏 개발해 놓은 3편을 중도에 접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1997년에 세가새턴용으로 발매한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을 끝으로 허드슨에서 게임 발매 출시 라인에서 지워졌기 때문에 더 이상 후속편의 출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개발을 주도했던 레드 엔터테인먼트의 히로이 오지 대표조차 결정권은 허드슨에 있다며 에둘러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천외마경 I, II, 풍운가부키전 합팩 (PSP). 사진=아마존 베스트 컬렉션]

마스다 쇼지 역시 허드슨과의 저작권 정리 문제로 이렇다 할 발표를 할 수 없던 상황에서 ‘천외마경’의 판권에 대한 허드슨과의 관계가 정리된 2003년 6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의 게임큐브용으로 ‘천외마경’ 정식 넘버링 3편이 발매된다는 발표를 했다. 결국 닌텐도의 게임큐브 출시를 포기하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전용으로 발매를 하여 닌텐도 게임큐브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천외마경’이라는 걸작 게임은 시리즈의 힘이 다해가는 모습을 보여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PC엔진이 살아있고 후속기종이 제대로 시장에 안착됐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수모를 겪었다. 세가의 세가새턴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의 게임큐브로 왔다갔다를 반복하며 어느 플랫폼 시장에서도 주도적인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천외마경’ 게임은 PC엔진의 시리즈 2편 만지마루와 풍운 가부키일 정도로 당시 큰 호응을 얻으며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라는 칭송까지 받았던 명작 게임이었다.

그런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듯해서 참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다. 이후 과거 시리즈를 합팩으로 모아 PSP나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도 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후였다.

[[PC-FX Console-Set]

시리즈 3편이 당시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만 출시되었더라도 시리즈의 명맥이 조금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발매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시리즈의 연속성이 떨어져 다른 게임들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물론 과거의 게임이 다시 리메이크되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아직 ‘천외마경’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시 한 번 새로운 플랫폼으로 리메이크 되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주기를 바란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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