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출시한 명작이지만 일본에 국한된 인기로 끝난 비운의 게임

[천외마경 II]유튜브(/watch?v=249jpZet1Xw&feature=emb_logo)

‘천외마경2(天外魔境 II) 卍MARU(만지마루)’는 1편의 개발사 레드 엔터테인먼트가 2편도 개발을 맡게 되었다.

회사의 대표이자 ‘슈퍼 그랑조(마동왕 그랑조트, 魔動王グランゾート)’의 원작자로 유명한 히로이 테루히사(広井照久)와 캐릭터 디자인이나 원화의 ‘辻野芳輝(츠지노 요시테루, TuzinoYositeru)’, 게임 전체의 음악을 담당한 음악 감독 ‘히사이시 조(久石 譲)’가 힘을 합쳐 만든 역작이다.

‘천외마경2 만지마루’는 PC엔진판 ‘드래곤퀘스트’를 만든다는 거창한 야망을 품고 계획된 게임이다. 막대한 개발비와 대규모의 개발 인력을 투입했으니 흥행의 결과가 당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막대한 개발비와 대규모의 개발 인력을 투입하고도 흥행에 실패한 게임도 많았던 것을 보면 단순히 ‘천외마경2 만지마루’의 인기 요인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 ‘가부키 단주로’, 유명한 실존 인물 모티브 별도 개별 작품 출시 인기

‘천외마경2 만지마루’는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캐릭터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 지을 수 있도록 캐릭터의 성격이 명확하게 기획된 게임이다. 오프닝 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만 봐도 게임의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각각의 성격을 잘 살려냈다.

특히, 화려하고 튀는 것을 좋아하는 자칭 지팡구 제일의 멋쟁이라 칭하는 ‘가부키 단주로’(風雲カブキ伝​)의 경우 별도의 개별 작품으로도 출시되는 인기를 얻었다.

주인공 가부키 단주로는 극중 또 다른 주인공 ‘전국 卍丸(센고쿠 만지마루)’보다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통통 튀는 개성적인 성격으로 등장한다. 악역 같지만 악역이 아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보니 캐릭터를 좀 더 살려서 개별 작품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으로 시작한 가부키 단주로 프로젝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천외마경 II – 가부키 단주로]유튜브(/watch?v=249jpZet1Xw&feature=emb_logo)

‘천외마경2 만지마루’는 센고쿠 만지마루와 키누, 가부키 단주로, 고쿠라쿠 타로 이렇게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불의 일족이자 주인공 중에 한 명으로 등장하는 센고쿠 만지마루는 게임 이름 자체도 그의 이름을 따서 부제가 정해졌을 만큼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이었다 보니 별도로 따로 게임을 출시할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센고쿠 만지마루와 마찬가지로 불의 일족의 후예 중 하나인 ‘키누’의 경우 연약해 보이지만 실은 굉장히 무서운 사람으로 등장하는 설정이긴 해도 주인공의 보조 역할 정도로 설정되어있다.

딱히 개별 작품으로 뺄 만큼의 캐릭터성은 없었고 ‘고쿠라쿠 타로’의 경우 아저씨의 아저씨의 아저씨의 아저씨 정도(설정상 1024세)이다 보니 1000살이나 넘은 아저씨 같은 캐릭터는 실제 주인공 네 명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낮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게임 스토리 중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고 행동이나 언행 등이 다른 셋보다 유난히 특별난 가부키 단주로야말로 캐릭터가 확실한 인물로 번외 작품의 주인공으로 쓰기에 손색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가부키 단주로는 일본 전통 문화에 기인한 캐릭터로 일본 전 국민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캐릭터였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데 특장점을 지닌 캐릭터였다.

■ 외전격으로 출시 ‘천외마경 풍운가부키전’ 영국의 런던 무대

[천외마경 II – PS2]유튜브(/watch?v=jVZ6oaPFsEk&feature=emb_logo)

넷 중에서 가장 캐릭터가 살아있는 가부키 단주로는 이름 그대로 가부키 배우처럼 생겼다.  ‘가부키’란 원래 17세기부터 시작된 일본의 전통 연극을 뜻한다. 노래와 춤과 연기가 가미되어 현대판 뮤지컬이라고 볼 수 있다. 에도 시대에 서민들의 대표적인 유흥거리로 당시 가부키 배우는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다.

가부키라는 말 자체에는 ‘색 다르고 새로운 모양을 하며 자유롭게 행동한다’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가부키 단주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부키 단주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천외마경’의 외전격으로 출시된 ‘천외마경 풍운가부키전’은 1993년 출시하여 전편들이 일본(지팡구)을 주무대로 했던 것에 비해 영국의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게임이 진행된다.

시대상으로는 ‘천외마경1’편의 세계로부터 4년 후, 2편으로부터 1년 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천외마경’의 설정집을 보면 ‘천외마경’의 세계관은 서기 17XX년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때는 일본이 에도 시대(1603년~1868년)라 하여 막부가 통치하던 시절이라 에도 막부 시대라고도 한다.

[풍운가부키전]유튜브(/watch?v=KLC7SX5SgDU)

■ 가부키 단주로, 일본의 전통 문화 가부키에서 ‘천외마경’ 게임 등장

에도 시대에 가장 유명했던 일본의 전통문화인 가부키는 모든 출연자가 남성이다. 극중 등장하는 여성도 실제 여성이 아니라 남자가 여장을 한 것이다. 초기에는 여성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당시 막부 시대에서 미풍양속을 크게 어지럽게 하는 풍기문란의 이유로 1629년 여성 배우의 출연을 금지시킨 이후로 262년 동안 메이지 24년 신파(新派)에서 여배우가 등용될 때까지 가부키는 남자 배우들만 공연할 수 있었다.

가부키는 일본의 전통 문화 중에 하나로 대중 문화로까지 파급된 영향력이 대단했는데 한국에서도 소위 잘하는 장기를 말할 때 쓰는 ‘십팔번’이 가부키에서 말하는 ‘오하코(十八番)’에서 유래 된 말이다.

[가부키]https://jw-webmagazine.com/meet-the-world-of-kabuki-in-tokyo-eda18cf04160/

에도시대에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가부키 공연은 ‘사카타 도주로(坂田藤十郎)’와 ‘이치카와 단주로(市川團十郎)’라는 명 배우가 등장하여 당시 ‘서쪽에 도주로, 동쪽의 단주로’라는 말이 있었다.

가부키 문화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는 일본의 전통 문화로 ‘천외마경’ 게임에 등장하는 가부키 단주로라는 캐릭터는 바로 이런 일본의 역사적인 설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아마도 일본의 전통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가부키 단주로라는 이름만 듣고서는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모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가부키 단주로라는 이름만 듣고도 어떤 캐릭터인지 금방 연상이 될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천외마경’에 등장하는 가부키 단주로는 많은 인기를 얻은 캐틱터이기도 하다.

반대로 말하면 일본을 떠나 다른 나라로 넘어갈 경우 받아들이는데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게임 자체는 잘 만든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일본색이 강해 한국에서의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애초에 가부키를 잘 모르거나 가부키를 알아도 단주로를 잘 모르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유명 가부키 배우였던 이치카와 단주로는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다.

[이치카와 단주로(市川團十郎)]http://www.naritaya.jp/profile/danjuro.php

유명 가부키 배우의 경우 그 이름을 후대가 이어받는 관례가 있다. 이를 습명(襲名)이라 하여 이치카와 단주로의 경우에도 현대 12대째가 그 이름을 이어받았다.

12대 단주로는 2013년 2월 3일 별세하고 지금의 그의 아들이 ‘이치카와 에비조’를 이어받았는데 이치카와 가문에서는 친자 또는 양자가 선조의 계승자가 될 만큼의 기예를 갖추게 되었을 때 비로소 단주로나 에비조(2번째로 높은 예명)를 부여받게 되어있다.

현재까지 단주로(최고 예명)는 12대가 마지막이고 12대 단주로였던 이치카와 단주로의 아들이 이치카와 에비조로 활동하고 있는데 언젠가 그도 선조의 계승자의 자격을 갖추면 13대 단주로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 12대 단주로 역시 1985년까지 10대 에비조였다. 정해진 숙명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단주로가 생을 달리하고 마감할 때 그의 후손이 단주로의 이름을 이어받아 사람은 갔어도 이름은 남겨 결국 단주로는 영원불멸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풍운가부키전]유튜브(/watch?v=KLC7SX5SgDU)

■ 독립작품 출시 ‘천외마경 풍운가부키전’...일본색으로 해외서는 인기 불발

그렇게 가부키 단주로는 현실의 이치카와 단주로를 모티브로 하여 다른 나머지 세 명의 주인공과도 확연히 다른 본인만의 톡톡 튀는 색으로 본인의 이름을 건 독립작품으로 출시될 정도로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가부키 단주로는 역대 어떤 게임의 캐릭터보다도 확실히 남다른 면모를 자랑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외향적인 면에서도 확실히 튀지만 PC엔진 CD-ROM의 대용량 미디어의 장점을 최대로 살려 음성 지원으로 그의 목소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가부키 단주로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는 ‘야마구치 캇페이(山口 勝平)’라 불리는 ‘야마구치 미츠오(山口 光雄)’가 맡았다. 야마구치 캇페이는 명탐정 코난의 쿠도 신이치나 이누야사, 란마1/2, 은하철도 999, 데스노트, 유유백서, 크레용신짱, 캡틴츠바사, 날아라 호빵맨, 아기와 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소년탐정 김전일, 십이국기, 원피스, 유희왕 몬스터즈, 개구리 중사 케로로, 강철삼국지, 클레이모어, 포켓몬스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성우이다.

[야마구치 캇페이(山口 勝平)]https://ja.wikipedia.org/wiki/山口勝平

야마구치 캇페이는 원화가 이상의 실력을 지닌 작가이자 배우, 성우로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상당히 좋아한다. 자신의 딸 이름조차 란마 1/2에 등장하는 텐도 아카네(天道 あかね)의 이름을 따서 ‘야마구치 아카네’라고 지었을 정도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성우 히다카 노리코, 야마데라 코이치, 타카야마 미나미, 하야시바라 메구미, 이시다 아키라, 야지마 아키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가부키 단쥬로의 캐릭터를 완성한 것은 그의 목소리 덕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실제 존재할 것만 같은 누군가를 설정하여 완벽하게 가부키 단주로에 맞는 목소리를 만들어 냈고 영상과 음성이 합쳐진 가부키 단주로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었다.

그냥 해도 재미있지만 알고 하면 더 재미있는 게임이 ‘천외마경 풍운가부키전’이라는 게임이다. 물론 일본이 아닌 나라의 경우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일본의 전통문화까지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것은 이 게임이 지난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부분을 의식해서인지 게임의 무대도 일본(지팡구)가 아닌 영국의 런던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 전체에 남아있는 일본의 색을 완벽히 지우지는 못했다. 일본 내에서는 한때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더불어 3대 국민 RPG로 추앙 받던 명작 게임이었다.

하지만 자국의 전통문화의 색이 지나친 것이 발목이 되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가 아직도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국한된 인기로 끝난 비운의 게임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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