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성 같은 인재 집결, PC엔진 대작 게임 시리즈 연달아 두 개 흥행

[천외마경 II]유튜브(/watch?v=uBnzrhQOVMU)

‘천외마경2(天外魔境II) 卍MARU(만지마루)’는 3여년의 개발기간 동안 연인원 300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했다.

게임 개발 규모로 본다면 현재 기준으로도 대작 게임에 해당하는 규모로 ‘천외마경2’는 PC엔진 CD-ROM 미디어에 맞는 대용량의 동영상과 풀 보이스 음성 지원으로 대작 게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개발사였던 레드 엔터테인먼트는 대작 게임을 위한 준비로 건물 하나를 통으로 빌려서 개발실을 꾸렸을 만큼 시리즈 2편에 거는 기대가 컸다.

‘천외마경2’는 전작 시리즈 1편의 개발사 레드 엔터테인먼트가 시리즈 2편도 개발을 맡게 되었다. 전작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랐다가 깜짝 놀란 개발사가 시리즈 2편은 1편에서 아쉬웠던 점을 대폭 개량하여 제대로 한 번 만들어보자 하는 각오로 새롭게 만든 게임이다.

■ 속편 ‘천외마경2’ 뿌리의 일족이 새로 등장...15세의 소년의 모험기

시리즈 1편인 지라이아의 속편으로 기획된 ‘천외마경2’는 시리즈 1편에 등장했던 불의 일족 외에도 뿌리의 일족이 새로 등장했다.

이히카 일족은 기술 특화된 일족으로 이야기의 한 축으로 게임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세계 지팡을 장악하고 그 뒤 불의 일족과 수천 일의 전쟁을 통해 불의 일족과 함께 멸망해 버리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뒤로 천 년의 세월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이야기가 되었을 무렵 뿌리 일족을 봉인할 때 사용했던 7개의 성검을 찾기 위해 지팡 서쪽 지방의 통치자가 등장하고 시골 마을에 살고 있던 ‘전국 卍丸(센고쿠 만지원)’이라는 15세의 소년의 모험기가 게임의 주요 스토리이다.

시리즈 2편 ‘卍MARU(만지마루)’ 게임의 주인공 ‘전국 卍丸(센고쿠 만지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게임 이름에 쓰인 ‘卍(만)’은 종교적 상징물로 사용되는 문양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 문양으로 사용되면서(좌우대칭으로 변환)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언뜻 보기에는 ‘卍’자와 ‘卐’자를 구별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하켄크로이츠라 불리는 나치의 문양 때문에 이후 리메이크나 타 기종 이식작에는 ‘MANJI MARU’라고 타이틀을 수정했다.

[히로이 테루히사(広井照久)]https://geitopi.com/

■ 히로이 오지가 설립한 레드 2편도 맡아...‘사쿠라 대전’ PC엔진 성공 일등공신

게임의 개발사인 레드 엔터테인먼트는 본명 히로이 테루히사(広井照久)인 히로이 오지(広井王子)가 설립한 회사다.

히로이 테루히사(広井照久)는 立教大学(릿쿄대학)법학부 중퇴로 릿쿄대학은 도쿄 6대학 중 하나다. 도쿄 6대학은 와세다대학, 게이오기주쿠대학, 메이지대학, 호세이대학, 릿쿄대학, 도쿄대학으로 도쿄의 대학 야구 연맹에 소속된 6개의 대학을 일컫는 말이다.

도쿄 6대학은 야구연맹 결성을 시작으로 각 대학간의 야구 경기 외에도 예술, 문화, 학업에 관련된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

히로이 테루히사는 그의 본명이지만 테루히사(広井照久)라는 이름이 스텝롤(Credit)에 올라갈 때 복잡한 한자 때문에 뭉개져 나오는 걸 보고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당시 한참 즐기고 있던 ‘드래곤 퀘스트’에서 왕자(王子)라는 단어를 보고 글자도 깨끗하게 잘 찍히고 알아보기 쉬워 이름을 테루히사(広井照久)인 히로이 오지(広井王子)로 바꿔 쓰게 되었다고 한다.

[레드 엔터테인먼트]https://red-entertainment.co.jp/

‘천외마경’ 게임의 개발사 레드 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한 히로이 테루히사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슈퍼 그랑죠(마동왕 그랑조트, 魔動王グランゾート)’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고교 시절부터 영화 감독이 장래 희망이었던 히로이 테루히사는 롯데(일본)의 장난감 상품이었던 ‘네크로스 요새’를 시작으로 ‘마신영웅전 와타루’의 원작자로 콘텐츠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 이후 ‘마신영웅전’ 와타루를 소재로 한 게임 개발에 자금 지원을 했던 것을 계기로 허드슨에 방문한 차에 허드슨에서 신규 제작하는 ‘천외마경’이라는 게임 제작에 참여하게 되어 ‘천외마경’과 인연을 맺었다.

‘천외마경’ 시리즈의 성공으로 레드 엔터테인먼트는 또 하나의 대작인 ‘사쿠라 대전’ 시리즈를 개발하게 되어 PC엔진 대작 게임 시리즈를 연달아 두 개나 만들어 버린 일등공신이 되었다. 히로이 테루히사(広井照久)가 설립한 레드 엔터테인먼트(レッド・エンタテインメント)는 애니메이션 외에도 게임과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하는 종합 크리에이터 회사다.

초기에는 주로 세가와 작업하여 사쿠라 대전과 같은 걸출한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다. 설립자부터 범상치 않은 레드 엔터테인먼트는 ‘천외마경2’를 개발할 때 막대한 개발비와 대규모의 개발인력을 투입했는데 게임의 핵심 멤버 역시 최고의 베스트들로 구성되었다.

■ 츠지노 요시테루, 일본의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애니메이터

[辻野芳輝 트위터]https://twitter.com/TuzinoYositeru

캐릭터 디자인이나 원화의 경우 ‘辻野芳輝(츠지노 요시테루, TuzinoYositeru)’가 맡았다. 츠지노 요시테루는 일본의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애니메이터로 ‘사쿠라 대전’이나 ‘천외마경’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본명인 츠지노 요시아키 말고도 ‘辻野寅次郎(츠지노 토라지로)’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이한 이력으로는 1992년 ‘운명의 역전(運命の逆転)’이라는 TBS(일본) TV 드라마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운명의 역전’이라는 드라마의 정식 타이틀은 ‘운명의 역전 훔친 영업 비밀!( 運命の逆転 盗まれた企業秘密! )’이라는 이름으로 특이하게도 ‘천외마경 2(天外魔境II) 卍MARU(만지마루)’의 게임 개발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다.

일본의 원로 배우 중 한 명인 야마우치 아키라와 쿠도 유키, 후지 요시 쿠미코 등의 배우와 함께 천외마경의 작화 감독이었던 츠지노 요시테루도 이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출연 때는 본명 대신 ‘츠지노 토라지로’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運命の逆転]유튜브(/watch?time_continue=1528&v=L0bdLa5jYvU&feature=emb_logo)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구로사와 카지히코는 ND전기의 사원이었지만 개발 소프트웨어를 뺏기고 퇴사하는 사건을 계기로 ‘천외마경2’의 제작을 결심한다.

실제 배우는 ‘나카이 키이치(中井 貴一)’가 맡았다. 나카이 키이치는 한국에서도 일본 문화 개방 이후로 여러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배우다. 주요 작품으로는 ‘바람의 검, 신선조’와 ‘쿠모키리 니자에몬’, ‘올빼미의 성’, ‘음양사 2’, ‘무사시’ 등 주로 일본 사극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다(일본 사무라이 영화 보면 꼭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아저씨다).

이렇게 특정 게임을 소재로 드라마까지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당시 게임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천외마경2’는 당시 용산전자상가에서도 TV로 틀어놓으면 지나가다가도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게임이다.

■ ‘천외마경2 만지마루’하다 크게 3번 놀란다...비주얼-음악-게임

‘천외마경2 만지마루’는 PC엔진 게임 중에서도 최고의 게임 중에 하나로 꼽힌다. 이 게임을 하면 크게 3번 놀란다는 말이 있다.

처음 게임을 실행하면 만화영화와 같은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놀라고 다음으로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웅장하고 미려한 배경음악에 놀라고 다음으로 게임을 하면 할수록 재밌게 빠져드는 시스템에 놀란다는 말이 있다.

[辻野芳輝 – FF XIV 5주년 기념]https://jp.finalfantasyxiv.com/5th_anniversary/

사람들을 놀라게 한 영상에서 ‘천외마경’의 그림을 담당한 것이 辻野芳輝(츠지노 요시테루)였고 랑그릿사에 우리사하라 사토시가 있다면 천외마경에는 츠지노 요시테루가 있다고 할 정도로 그의 그림체는 게임의 비주얼적인 부분의 전부를 담당하고 있다.

츠지노 요시테루는 별외 작업으로 FFXIV 5주년 기념 특설 사이트에 FFXIV 신생 5주년 기념 일러스트 작업도 했었다.

게임의 보여지지 않는 기획적인 부분을 제하고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영상과 음악으로 나눈다면 영상(그림)에는 츠지노 요시테루가 있었고 음악에는 히사이시 조가 있었다.

‘천외마경’의 가장 큰 핵심 요소인 그래픽과 사운드에는 각각의 영역에서 최고의 인재로 평가 받는 그 둘이 있었기에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천외마경’의 음악을 담당한 음악 감독 ‘히사이시 조(久石 譲)’는 음악신동으로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유치원 때부터 아버지에 의해 매년 수백 편 이상의 영화를 보고 자라면서 영화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중학교 시절에는 이미 악보를 쓰고 작곡을 공부하여 장래 희망을 작곡가로 말할 만큼 주변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히사이시 조(久石 譲)]https://www.fashion-headline.com/article/1659

 고등학교 시절에는 화성과 대위법 등의 음악 이론을 섭렵하여 국립 음악 대학 재학 시절에는 콘서트의 악보 작업과 프로듀서를 담당하기도 했다.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시작으로 ‘천공의 성 라퓨타’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30년 넘게 지브리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애니메이션 외에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기쿠지로의 여름’ 등의 영화 음악도 여럿 작업했는데 다른 작품 외에도 자신의 작품으로 솔로 앨범도 다수 발표했다.

처음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을 의뢰 받았을 때만 해도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 정도로 생각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열정적인 모습과 작업에 임하는 자세를 보고 감화 되어 단순히 멜로디로만 작업할 것을 생각하다가 작품의 깊이 있는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곡으로 변경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히사이시 조는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음악을 작곡하는 작곡가를 뛰어넘어 편곡과 오케스트라 지휘뿐만 아니라 뛰어난 실력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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