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주인공 캐릭터 상품도 인기몸살...‘천외마경’ 필수 구매 목록

[PC Engine]

PC엔진(PCエンジン, TurboGrafx-16)은 1973년에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아마추어 무선숍으로 출발한 허드슨(Hudson Soft Company, Limited)과 NEC(일본전기, 日本電気株式会社)에서 당시 시작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닌텐도의 패미컴에 맞서 출시한 가정용 콘솔 게임기다.

유럽에서는 TurboGrafx(터보그래픽스)라는 이름과 북미 시장에서는 TurboGrafx-16(터보그래픽스 16)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다.

허드슨과 함께 PC엔진이라는 게임기를 개발한 NEC는 1899년 설립되어 닌텐도와 함께 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기업이다. 본래 사무용 기기나 컴퓨터를 제조 생산하던 전자 업종이었고 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CPU와 반도체 및 슈퍼컴퓨터를 제조하던 ‘일본의 IBM’이라 불렸다.

2018년 기준 자회사만 무려 300개가 넘고 총 11만 명 이상이 종사하는 초대형 IT 대기업으로 전자장비나 컴퓨터 등의 사업만 하던 업체가 갑자기 게임기 사업에 진출했던 이유는 자사의 PC를 범용적으로 활용하려면 게임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내부의 의견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자회사였던 ‘NEC 홈 일렉트로닉스’의 기존 게임유통 판매 사업에서 진보하여 직접 게임기 제조 및 판매까지 하고자 하는 계획이었다.

당시 NEC는 기술력이나 생산설비, 인력 그리고 자금력에서 게임기 사업을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안 할 이유가 없던 상황이었지만 NEC의 게임기 사업은 PC-FX 기종의 출시 이후 실패로 끝이 나고 게임기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대신에 게임기 사업의 경쟁사였던 닌텐도의 ‘닌텐도 64’ 에 핵심 부품인 ‘VR4300’칩을 납품하며 세가의 드림캐스트에는 ‘NEC-Video Logic PowerVR2 CLX2’칩을 납품하는 등 본래의 CPU, 반도체 제조업으로 복귀하였다(닌텐도와 세가가 차세대 게임기로 한창 싸우기 바쁠 때 양사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 은영전의 페잔 자치령이 떠오르게 한다).

최초로 출시된 PC엔진은 1987년 HuC6280A라는 8비트 CPU를 탑재한 8비트 게임기였다. 닌텐도의 패미컴이 256 x 240 해상도에 동시 발색 수 25색을 표현하는데 비해 PC엔진은 256 x 240, 512 x 240 해상도에서 총512(9비트)컬러 중 동시 발색 482색을 표현할 수 있었다(배경 241컬러, 스프라이트 241컬러).

덕분에 같은 8비트 게임기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함을 보여주었다. 게임 카트리지는 위에서 꽂는 기존의 콘솔 게임기와 달리 옆으로 밀어 넣는 방식의 HuCARD(휴가드)라는 타입의 카트리지를 사용했다. HuCARD는 이전에 MSX용으로 허드슨과 미쓰비시가 공동 개발한 BEE CARD의 확장개선 모델이다.

PC엔진은 비록 8비트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게임기였지만 자신들이 지목한 경쟁상대였던 닌텐도의 패미컴에 비해 10배 이상에 달하는 색상 표현력과 풍부한 음원 성능을 통해 당시 오락실에서 유행하던 게임들을 거의 원작에 가깝게 이식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닌텐도의 패미컴으로 이식된 게임과 PC엔진으로 이식된 게임만 놓고 같이 비교해보더라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한눈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PC엔진은 8비트 게임기 중에서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PC엔진은 패미컴 이후 출시한 닌텐도의 슈퍼 패미컴과의 경쟁에서도 닌텐도의 슈퍼패미컴을 능가할 순 없었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게임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유일하게 8비트 게임기로 16비트 시장에서까지 경쟁하던 기종이었다.

PC엔진이 8비트 게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16비트 시장에서까지 당당히 한 영역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롬 카트리지 방식의 닌텐도나 세가의 게임기와는 다르게 대용량의 CD-ROM을 채택하면서부터였다. PC엔진은 별도의 확장기기를 통해 CD-ROM²와 연결이 가능했다.

[PC Engine – Interface Unit] 출처=tradergames

PC엔진이 게임 업계 최초로 CD-ROM을 채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PC엔진의 설계 배경 자체가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PC엔진 출시 당시에 라이벌로 지목했던 닌텐도의 패밀리 컴퓨터(패미컴)는 이름에 컴퓨터만 붙어있던 8비트 게임기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PC엔진은 NEC라는 컴퓨터 제조 및 생산을 하는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회로와 코어 등의 설계로 실제 PC와 같은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그래서 닌텐도나 세가에 비해 다양한 주변기기들을 연결하는 것도 쉽게 가능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탁월했던 선택이 CD-ROM의 채용이었다.

PC엔진 초기의 휴카드(HuCARD)는 아무래도 기본적인 용량의 제한이나 카트리지 제조 비용 등의 이유로 PC엔진의 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1988년 12월 4일 NEC 홈 일렉트로닉스에서 PC엔진용 주변기기로 CD-ROM²를 출시한 이후 PC엔진 게임기는 대용량의 이점을 살린 게임들을 연달아 출시하며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PC Engine – Interface Unit]

PC엔진과 CD-ROM 시스템은 당시 상당히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천외마경’과 같은 게임을 접해 본 사람들에게 게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짐작 가능할 만큼 그 수준이 달랐다. PC엔진의 CD-ROM 채용 이후 16비트 가정용 콘솔 게임기 경쟁에서 다른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CD-ROM 탑재를 고민하게 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의 새턴 게임기도 PC엔진의 CD-ROM의 가능성을 보고 최초에 계획했던 롬 카트리지 방식을 버리고 CD-ROM으로 저장매체를 확정했을 정도로 게임 업계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PC엔진의 CD-ROM²는 이후 ‘슈퍼 CD-ROM²(Super D-ROM²)’라는 이름으로 1991년 12월 13일 출시됐다.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고가였던 4만 7800엔(약 54만 9695.22원)의 가격이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대용량 게임에서 제공하는 애니메이션과 Full Voice(음성지원) 기능은 많은 사람들이 PC엔진과 CD-ROM²를 구매하는데 기여했다.

[PC Engine DUO]

하지만, 고가의 가격정책과 별도의 시스템을 구비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으로 생각만큼 판매량이 확대되지는 않았는데 이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PC엔진 듀오’라는 선택지가 있었다.

PC엔진 듀오는 슈퍼 CD-ROM²와 비슷한 시기인 1991년 9월 21일 발매된 PC엔진의 후속 모델이다. 특징으로는 기존의 PC엔진 본체가 HuCARD만 사용 가능하여 별도의 CD-ROM장치를 연결해야 했던 것에 비해 HuCARD 기능과 CD-ROM 기능을 본체 하나에 합치고 시스템카드가 내장되었다는 것이다.

출시 가격은 5만 9800엔(약 68만 7694.02원)으로 적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별도의 구성을 갖추는 것보다는 하나의 본체로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 있는 PC엔진 듀오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후 본체의 색상 변경과 헤드폰 단자나 배터리 단자 등을 생략한 PC엔진 듀오 염가판인 ‘PC엔진 DUO-R’이 3만 9800엔(약 45만 7680.10원)의 가격으로 출시되었다(그걸 또 다시 염가판으로 만든 PC엔진 DUO-RX가 2만 9800엔(약 34만 2708.94 원)에 출시).

PC엔진 듀오는 당시 게임업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신생 소니(SONY)의 프로젝트 기종(플레이스테이션) 저장 매체 방식을 CD-ROM으로 결정짓는 계기가 된 기종이기도 하다. PC 시장에서 CD-ROM이라는 매체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라는 것을 생각하면 PC엔진 듀오의 CD-ROM탑재는 시대를 앞서간 것이었다.

[Windows95 출시]유튜브(/watch?v=5FpA5Z8vESg)

1990년대 PC시장을 생각해보면 DOS라는 운영체제가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사용자들은 일일이 타이핑해서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다.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배우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에 비해 Windows 3.0 / 3.1 이후 어느 정도의 GUI(Graphic User Interface)가 구현되어 사용 편의성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DOS 위에서 실행되는 반쪽짜리 어정쩡한 운영시스템이었다.

이후 출시된 Windows 95부터가 진정한 GUI형 OS로 인정받는데 이때 Windows 95의 출시를 시작으로 PC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연일 뉴스에서 엄청난 일인 것처럼 보도되었고 당시 현역으로 잘 사용하고 있던 386, 486 기종들의 일대 교체가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XT(8086, 8088)는 저물어 가고 286(AT)도 종종 쓰이고 대체적으로는 386, 486 기종이 주였다.

하지만, 여전히 운영체제는 시꺼먼 화면에 글자들만 가득한 MS-DOS였고 잘해야 Windows 3.1을 쓰는 정도였다. 물론 ‘MDir’이라는 필수 유틸리티가 있어서 사용 편의성은 증대됐지만 별도의 유틸리티를 사용한다고 해도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컴퓨터 사용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였다.

당시 가장 많이 쓰인 유틸리티 중에는 NCD, NDD와 같은 노턴 유틸리티와 PC-TOOLS 그리고 국산 프로그램이었던 MDir 등이 있었다.

이런 유틸리티들은 기존에 DOS에서도 명령어로 제공하고 있던 기능들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들이었다. 이런 시기에 등장한 그래픽 운영체제 Windows 95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기술 혁명으로 도배되며 뉴스 화면에도 등장할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이렇게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기에도 PC시장에서 하드웨어의 발전은 더디게 흘러갔다는 점이다.

이미 게임기시장에서는 1988년부터 CD-ROM이라는 저장매체를 사용했는데 PC시장에서의 CD-ROM 드라이브 보급은 상당히 오래 걸렸다. 일단 비용도 굉장히 고가였고 600MB가 넘는 고 용량을 다 채울만한 소프트웨어도 당시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PC 게임에서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이나 CG등이 사용되기 이전이었고 고해상도의 3D게임이 활성화된 시기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초기 CD-ROM 타이틀들은 교육용 매체로 광고되는 경우가 많았고 사진 자료들이 가득 담긴 백과사전이나 학습용 프로그램으로 보급된 경우가 많았다.

Windows95도 출시될 때 CD-ROM으로 출시를 했지만 당시 CD-ROM 드라이브의 저조한 보급률을 감안하여 플로피 디스크로 버전으로도 출시되었을 정도였다. Windows2 95의 플로피 디스크 버전은 3.5인치(1.44MB) 20 장으로 출시되었는데 이 때가 이미 1996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PC시장에 CD-ROM 드라이브의 보급이 상당히 더디게 보급됐음을 알 수 있다.

아마 1990년대 말 학번으로 대학을 다닌 분들이라면 3.5인치 디스켓을 들고 과제물을 저장하고 다닌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5.25인치 디스크를 3.5인치 디스크가 대체하던 시절이었다.

현재는 3.5인치 드라이브조차 아예 생산되지 않거나 장착된 PC를 찾아보기 힘들다. Windows 98이 출시됐을 때도 플로피 디스크 39장과 CD-ROM으로 병행 출시했고 Windows 98 SE에 가서야 CD-ROM으로만 출시됐을 정도로 PC시장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몰아내고 CD-ROM이 정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PC시장하고 비교해보면 콘솔 게임기 시장의 CD-ROM 채용이 10년 정도 더 빨랐던 셈이다.

[PC엔진 Super CD-ROM 구동 화면]유튜브(/watch?v=vqY6-LWJu58)

 그렇게 PC엔진 듀오와 PC엔진 + 슈퍼 CD-ROM²는 당시 멀티미디어라는 용어가 정착하기도 전에 이미 멀티미디어 시대에 돌입했다. CD-ROM의 대용량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CD-DA와 성우들의 음성 지원으로 게임의 수준을 몇 단계나 끌어 올려 기존 다른 업체의 콘솔 게임기들이 용량 제한에 허덕이던 롬 카트리지 방식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훨씬 수준 높은 게임들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당시 닌텐도나 세가에서 사용하던 롬 카트리지 방식의 게임들은 BGM(배경 음악)이나 이펙트 사운드 정도만 지원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 몇 마디 음성을 정도 듣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만 PC엔진용 게임 중 CD타이틀로 출시된 게임들은 조금 과장하면 거의 하루 종일 떠들어댈 정도로 음성지원에 신경을 썼다(사실 당시 게임들의 그래픽 수준에서 CD용량을 다 채우기에는 벅찼고 비교적 용량이 큰 음성파일들을 채우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후에 닌텐도나 세가도 CD-ROM 주변기기를 통해 자사의 게임기에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등의 계획이 있었지만 닌텐도의 경우 소니와 합작하여 ‘슈퍼 패미컴 CD-ROM 어댑터(Super Famicom CD-ROM Adapter)’를 계획했지만 결국 개발이 완료되어 출시되지 못하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의 원형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지난 게임별곡 소니편 참조) 

[도키메키 메모리얼(ときめきメモリアル)]유튜브(/watch?v=vqY6-LWJu58)

PC엔진은 수많은 명작 게임들을 출시했는데 ‘도키메키 메모리얼(ときめきメモリアル, 두근두근 메모리얼)’로 알려진 게임만 해도 당시 용산 전자상가에 가면 새로 나온 애니메이션인가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멍하니 서서 화면을 바라보다가 게임 화면임을 알고 깜짝 놀랐던 사람들이 많았다.

‘도키메키 메모리얼’은 PC엔진 슈퍼 CD-ROM²용으로 출시되었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새턴, 슈퍼패미컴, Windows 95, 게임보이, PSP 등 거의 모든 게임기와 PC용으로도 출시되었고 이 게임 하나로 코나미는 일약 중견 게임 개발사에서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게임의 주인공 중에 한 명으로 등장하는 ‘후지사키 시오리(藤崎 詩織, ふじさき しおり)’는 여러 가지 캐릭터 상품으로도 출시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게임의 주인공이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은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유례없는 한국어 더빙으로도 출시됐을 정도로 1990년대 게임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 원래 이름인 ‘도키메키 메모리얼’보다는 ‘도키도키 메모리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도키메키(ときめき)’와 ‘도키도키(ときとき)’는 비슷한 것 같아도 조금 다른 의미인데 한국어로 번역될 때 ‘두근두근 메모리얼’이 되면서 운율을 맞추기 위해 일본어로 ‘도키도키 메모리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 하다.

도키메키 메모리얼은 기존의 2D 기반의 연애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대다수였던 상황에서 특히 차별화 된 게임으로 인기가 높았다. 당시에는 속칭 ‘야겜’으로 불리는 성인 등급의 게임이 대부분이었고 단순히 캐릭터들의 이미지와 화면에 뿌려지는 글자만으로는 주인공이나 캐릭터들 간의 감정 전달과 몰입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도키메키 메모리얼은 대용량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비록 3D 실사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캐릭터 마다 고유의 음성지원으로 마치 실제 살아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상의 게임 속 캐릭터이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단순히 이미지와 음성지원만으로도 그 느낌을 잘 전달하여 이 땅의 많은 연알못(연애를 알지 못하는)들에게 ‘게임으로 배우는 연애(연애를 게임으로 배웠어요.)’를 가르쳐 주었다.

후에 한국에서도 ‘캠퍼스 러브스토리’라는 연애 시뮬레이션이 출시되었는데 ‘도키메키 메모리얼’은 ‘미연시’라 불리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연애와 육성 등의 시뮬레이션 요소)이라는 장르를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킨 주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도키메키 메모리얼은 실제와 같은 음성지원으로 화면 속 캐릭터와 대화 하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시오리가 말 할 때 한 번도 대꾸 안 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천외마경 풍운 가부키전]유튜브(/watch?v=Vnt580P9tq4)

 또한 ‘천외마경’과 같은 게임도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PC엔진에 특화된 게임으로 손꼽히는데 1989년 출시된 ‘천외마경 : 지라이야’는 당시 중세 서양이나 판타지 세계관의 RPG들이 많았던 것에서 탈피하여 일본의 색채를 잘 살린 RPG로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다.

한국에서는 일본색이 너무 짙다는 이유로 대놓고 홍보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던 시대적 상황이었지만 워낙 그래픽 수준이나 애니메이션이 뛰어난 게임이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게임이 되었다.

특히 이후 출시된 2편 ‘찬외마경II : 만지마루’는 개발인력이 300여명이 넘게 투입된 현재 기준으로도 대작 스케일의 게임이었고 RPG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게임의 내용을 잘 몰랐던 사람들조차 게임의 홍보 영상을 보고 PC엔진을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금의 닌텐도 스위치에 ‘동물의 숲’ 게임이 필수 조합이라면 당시 PC엔진에 ‘천외마경’이 비슷한 위치에 있었을 정도로 PC엔진으로 발매된 게임 중 필수 구매 목록에 포함된 인기 게임이다. 

[랑그릿사]유튜브(/watch?v=zCOrd9Q0eIQ)

 ‘천외마경’과 더불어 PC엔진 게임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랑그릿사(Langrisser)’는 원래 1991년 메가드라이브용 게임으로 출시됐던 게임이었다.

메가드라이브용으로 출시했던 게임을 업그레이드 해서 PC엔진으로 이식한 버전은 CD라는 대용량을 적극 활용하여 애니메이션과 같은 비주얼씬과 새롭게 음성을 전부 다시 녹음하여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었다.

특히 크리스와 더불어 많은 인기를 얻은 나므(ナーム, 나암)의 음성지원은 많은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눈을 깜빡거리며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모습에 매료되어 한 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본 사람들이 많았다(물론 필자는 금방 깨어났다).

PC엔진 버전의 ‘랑그릿사’ 이후에 출시 된 플레이스테이션용의 랑그릿사는 비주얼씬이 삭제되고 풀보이스조차 지원하지 못하는 퇴보된 모습으로 출시되어 오히려 이전 기종보다도 못하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대체로 PC엔진으로 출시 된 게임들이 다른 기종의 게임기나 PC로 출시되는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이나 음성 지원들이 대폭 삭제되어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서 PC엔진은 자신만의 특화 된 고 품격 게임시장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다음 편에 PC엔진 명작 게임편이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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