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 장자 ‘붕새’ 이야기 보며 창작의 고통 떠올리다

꿈이란 분명 어렵고 혼란스러우며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효과가 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흘러가는 꿈에는 뿔로 만든 문과 상아로 만든 문이 있어 상아를 잘라 만든 문을 통과한 자는 기만적이며 무가치한 소식을 전하는 반면 갈고 닦은 뿔로 만든 문으로 나온 자는 보통 사람에게 진정한 결과를 전해준다.

- 호메로스

아침부터 호로메스의 글을 읽고 창작은 일반적 사고가 아닌 다른 결과를 놓고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범하다는 건 마르셀 뒤샹의 '샘'이란 작품과 장자의 ’붕새‘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없고 이해를 할 수도 없다.

마르셀 뒤샹은 당시 화장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평범한 남성용 소변기를 출품했다. 그것도 다른 사람으로 이름으로 말이다. 뒤샹이 한 것은 단 하나, 소변기에 제작사 이름(R. Mutt)의 서명을 한 것뿐이다. 

당시 큐레이터는 "이게 무슨 예술이야"이라고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전시 후에는 쓰레기인줄 알고 버려졌다. 화제가 되자 다시 찾아보았지만 끝내 못 찾았다. 현재 복제품만 전시하고 있다.

이 소변기에 서명된 이름은 만화 '머트와 제프(Mutt and Jeff)'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머트다.  뒤샹은 끝까지 작품이라고 밝히지 않고 그 상황을 즐겼다. 이 작품이 큰 파급력을 갖자 뒤샹이 17개의 복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복제품이지만 엄연한 원본으로, 이제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장자》〈소요유편〉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 '붕새'는 북쪽 바다에 사는 상상의 물고기 ‘곤’이 변해서 된 새다. 크기가 몇천 리나 되고, 붕새 또한 등의 길이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한번에 9만 리를 날아오른다. 날개는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고 파도가 3000리에 이를 정도로 큰 바람을 일으킨다. 

창작이란 인간의 끝없는 불가능에 도전과 같고 없는 무형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다. 뿔을 갈고 닦는다는 건 상아를 쉽게 잘라 만든 것과 다르게 필수 불가결한 노동과 정신적 손실이 필요하다.

그것은 진주가 조개의 살을 찢고 나오는 고통과 침전된 땅 속에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탄소의 결정체가 빛을 발할 때까지의 기간이다.

새로운 걸 만든다는 건 금방 쇳물을 녹여 똑같은 칼이나 괭이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예술과 장인의 차이는 상아를 자르는 것과 소뿔을 갈고 닦는 것처럼 전혀 다른 가치를 두고 있다.

창작의 고통 없이는 좋은 작품은 그래서 나올 수가 없고 흔히 말하는 “혼이 빠져 있다”는 말은 그 가치가 결여되어 있다는 말이다.

아침부터 글 한 문장에 예술가인 척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몇 분이 떠올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예술도 가짜가 있고 진짜가 있다. 난 짝퉁은 싫다.

그들이 벗겨지고 탈색된 같은 사발에 탁주를 따라 마시며 같은 테이블에 마주하고 있다 해도 진짜 예술가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예술은 없기 때문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 프로필

1992년 세영 애니메이션 총괄 제작 프로듀서
KBS 옛날 옛적에, 은비까비, 일본 합작 ‘나디아' 제작 프로듀서
1994~미국 할리우드 게임 JOY CINE 총감독
 경민대 만화예술과 출강.일요시사 정치삽화 ’탱자가라사대‘ 연재
1998~ (주)프레임엔터테인먼트 슈퍼패밀리 원작, 각본, 감독
2001~2004 KBS TV시리즈 날아라 슈퍼보드 스토리보드, 감독
2004~㈜ 선우엔터테인먼트 스페이즈 힙합 덕 총감독
2005~2010 한국 KBS,중국CCTV '도야지봉' 원작 및 총감독. 상하이미디어그룹(SMEG). 상하이 술영화제작소 총감독.
2010 하문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해외심사위원
 중국 SMG 방송 TV 시리즈, ’토끼방’ 기획, 데모제작, 총감독
2014~한국MBC,중국CCTV  ‘판다랑’ 원작, 각본, 총감독
웹툰협회 고문/음원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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