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과 제주 오름, 샤려니숲...“역시 제주도다운 풍경이 남아야 한다”

오랜만에 방문한 제주의 느낌은 물가도 비싸고 생각보다 크게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음식도 서울에 비해 비싸며 육지에 웬만한 맛집들은 모두 있으니 먹거리에 특별한 차별도 없고 전주나 광주의 음식들에 비하면 가격도 비싸다.

올레길을 걷다가 먹은 8000원 비빔국수나 제주 관광 지도에 선정된 유명 식당도 육지에 비해 맛과 질 모두 제주다움이 없어 다시 찾지는 않을 듯하다.

제주는 땅 투기가 심한 지역으로 부동산값이 많이 급등해서 육지의 집값보다 비싸며 사람들이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심리도 강하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얼마 전 방문한 전주가 나이들면 살기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토착민보다 좋은 집을 가진 육지 사람들과 이분된 삶,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는 화산섬이라는 관광지로서 지리적 특성을 갖춘 이곳은 노후에 내가 살기보다 가끔 백패킹을 오면 좋을듯하다.

길을 걷다가 예쁜 빈 집이 많았는데 물어보니 육지 사람들이 구매를 하고 가끔 놀러 온다고 한다. 투기의 원인이다.

제주는 제주 도민에게 돌려주고 그 돈으로 필요할 때마다 자주 와서 현지 가계에 도움이 되는 게 훨씬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일 년에 열 번 정도 온다 해도 굳이 집을 사 놓을 필요가 있을까? 해안을 걷다가 작은 현무암 돌로 쌓은 담벼락 너머 20평 정도의 작은 슬라브집을 보았다.

말 그대로 문을 열고 올레길을 나오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그런 집이다. 할망이 굽은 허리를 보이며 망태 하나를 들고 어디론가 가는 풍경에 제주는 역시 제주도다운 풍경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니 개인적으로 살고 싶은 곳은 산도 있고 물도 있는 속초, 양양, 동해쪽 풍경이 아른거린다.

그래도 두모악과 제주 오름, 그리고 귤농사를 짓는 농부와의 대화, 해녀들의 땀, 바람, 붉은오름의 샤려니숲 등 눈에 담고 입으로 제주의 공기를 실컷 마셨다.

삶에서 자신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다. 2021년 혼자 걷는 올레길 트레킹은 계속해서 완성하기로 하고 답답한 도시 서울로 다시 돌아간다.

제주로 오기 전 호텔을 제공해 준다는 분도 계셨고,다른 접대를 해준다는 성의를 모두 거절한 이유가 혼자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며 숙소를 제공해준 후배 용기에게 특히 감사를 전한다. 고맙수다 다시 오쿠다양!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 프로필

1992년 세영 애니메이션 총괄 제작 프로듀서
KBS 옛날 옛적에, 은비까비, 일본 합작 ‘나디아' 제작 프로듀서
1994~미국 할리우드 게임 JOY CINE 총감독
경민대 만화예술과 출강.일요시사 정치삽화 ’탱자가라사대‘ 연재
1998~ (주)프레임엔터테인먼트 슈퍼패밀리 원작, 각본, 감독
2001~2004 KBS TV시리즈 날아라 슈퍼보드 스토리보드, 감독
2004~㈜ 선우엔터테인먼트 스페이즈 힙합 덕 총감독
2005~2010 한국 KBS,중국CCTV '도야지봉' 원작 및 총감독. 상하이미디어그룹(SMEG). 상하이 술영화제작소 총감독.
2010 하문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해외심사위원
 중국 SMG 방송 TV 시리즈, ’토끼방’ 기획, 데모제작, 총감독
2014~한국MBC,중국CCTV  ‘판다랑’ 원작, 각본, 총감독

웹툰협회 고문/음원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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