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봄숲, 화가가 그려놓은 풍경처럼 아름다워

비가 그친 5월 숲의 풍경은 거름을 가득 담고 배부른 모양 나무 사이로 단맛의 바람을 산객(山客)에게 뿜어낸다. 산 능선 사이사이 가랑이마다 계곡은 넘치도록 풍부한 물소리를 내려 노래를 부르는데...

그 물소리가 계곡 하류에서는 합창으로 들리고 상류에서는 작은 물소리와 함께 숲의 정령이 혼자 부르는 독창처럼 예쁘고 고요하다.

물소리를 만드는 비가 차고 넘치도록 내리면 인간은 자연이 주는 모습에 힘들다며 불평을 하다가 오늘처럼 적당하게 대지를 적시며 비축하는 날이면 변덕을 부리듯 이 자연에 자신이 사는 이유를 대며 술잔을 부딪친다.

생각해보면 자연이 주는 그 고마움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수작일 뿐이다. 비가 내린 후 산을 오를 때 계곡의 낮은 바닥 수로를 자세히 보면 작은 송사리들이 몰려 있는 걸 발견된다.

깊은 상결에는 큰 물고기가 몰려있고 그 아래에 중결에는 사람처럼 움직임이 둔한 늙고 큰 물고기들이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작은 세계에서 사는 우주와 같은 이런 자연의 풍경을 보며 어떤 피조물도 쉽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게 없다고 배운다.

다시 숲은 어떨까 하며 숲의 정령들의 안내를 받고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황토색 카펫 길을 걸어 보았다. 어떤 숲은 물의 계곡과 유사하다. 물과 나무만 바뀔 뿐 봄이 주는 에너지에 모두가 공평하다.

어느 날 봄이 왔다는 신호를 알리며 흔들어 대던 작은 나무들 중에는 이미 잎이 커져버려 쑥스러워 주먹을 쥐듯 손을 오그라들었다.

주엽나무, 늘어진 벚꽃나무, 목련, 산돌배 같은 나무는 시간을 가다리지 못하고 먼저 몸을 활짝 펴서 제 꽃을 뽐내고 있다.

그렇듯 봄 사이 뽐을 내는 작은 나무들 사이로 새순을 빼꼼 보이며 졸린 눈을 비비고 빨리 떨어지고 말 범꽃의 나무들까지 그리고 급하게 화장하며 뽐을 낸 나무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산사나무, 아카시아 나무, 물푸레나무, 모감주나무가 가지 끝에 연록색의 새순의 잉태를 준비하고며 나오고 있다.

봄의 숲을 겨울에서 봄까지 그리고 새 생명을 잉태하듯 변해가는 나무들의 어울림과 숲의 노래를 기억하자면 정말 어렵다. 

매년 꽃을 피우고 화장하는 나무들을 보는 장승처럼 변하지 않은 녹색의 스트로보 잣나무와 소나무는 시끄럽게 소란스러운 나무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크기나 모양이 같은 갈침 나무는 주변 꼬임에 넘어가 이미 잎을 여름처럼 활짝 폈다.

봄소식을 바람이 전해주는 것에 서둘러 준비해서 숲을 만드는 나무들이 있는 반면 아직도 한 겨울 나무처럼 그대로 잠을 자고 있는 핀참나무, 벽오동을 보며 봄이라고 아무리 전령의 바람이 소리를 쳐도 게으른 나무는 아직도 이른 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겨울의 숲에서 점점 시야를 연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숲은 가을 숲만큼 가장 예쁘고 화려하다. 연두색 화판에 개나리, 철쭉, 진달래, 목련, 늘어진 벚꽃을 그리듯 노랑, 분홍, 옥색, 백색을 풀어 놓은 산은 이미 화가가 그려놓은 풍경처럼 아름답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 프로필

1992년 세영 애니메이션 총괄 제작 프로듀서
KBS 옛날 옛적에, 은비까비, 일본 합작 ‘나디아' 제작 프로듀서
1994~미국 할리우드 게임 JOY CINE 총감독
경민대 만화예술과 출강.일요시사 정치삽화 ’탱자가라사대‘ 연재
1998~ (주)프레임엔터테인먼트 슈퍼패밀리 원작, 각본, 감독
2001~2004 KBS TV시리즈 날아라 슈퍼보드 스토리보드, 감독
2004~㈜ 선우엔터테인먼트 스페이즈 힙합 덕 총감독
2005~2010 한국 KBS,중국CCTV '도야지봉' 원작 및 총감독. 상하이미디어그룹(SMEG). 상하이 술영화제작소 총감독.
2010 하문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해외심사위원
중국 SMG 방송 TV 시리즈, ’토끼방’ 기획, 데모제작, 총감독
2014~한국MBC,중국CCTV ‘판다랑’ 원작, 각본, 총감독
웹툰협회 고문/음원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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