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엔씨 김택진 사장, 모처럼 웃은 까닭

한국 최고의 게임사인 김택진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사장이 모처럼 웃었다.

지난해 여름 그는 "학교에 그냥 있을 걸, 사업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한다"라며 기자에게 격정을 토로했다. 엔씨의 대학생과 함께 하는 국토 순례 행사인 문화원정대의 빗속에서였다.

엔씨는 지난해 2월 명의 도용 건으로 이슈메이커로 등장한 이후 아이템 거래, 자동 사냥 이용자 제명에 따른 고발 건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홍역은 창립 10년을 맞은 올 4월까지도 계속되었다.

올 4월 이후에야 악재가 거의 사라졌다. 먼저 북미에서 희소식이 날아왔다. 자사 게임 '길드워'가 3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클로즈베타 중인 '리처드 게리엇의 타뷸라라사'는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다"(PC게임)는 호평을 얻었다. 김택진 사장은 타뷸라라사를 직접 해보고 나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진행 중인 여러 소송건도 잘 마무리됐다. 5월엔 명의 도용 피해자 소송에서는 이겼다. 1심서 승소했지만 "영구제재는 심하다"며 항소한 불법 자동사냥 프로그램 사용자 제재 건도 정리됐다. 항소한 두 명 중 한 명에겐 기각, 1300만원 배상을 요구했던 다른 유저에겐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경미한 판결이 나왔다.

6월 들어선 엔씨 최초로 타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두 개나 오픈했다. 5일 '에이트릭스'에 이어 14일에는 'SP잼'도 오픈 베타에 들어간다. 이 두 게임은 엔씨의 숙원(?)인 캐주얼 장르에 대한 진입의 선봉장으로 엔씨의 게임포털 플레이엔씨의 '패밀리 플랫폼'에 첫 입성한다.

김택진 사장은 지난달 16일 플레이엔씨를 새롭게 정비하고 "비교 대상인 피망·한게임 등 타사 게임포털에 '가족'이란 컨셉트가 없으니, 플레이엔씨를 가족 사이트로 만들자"라고 제안했다.

1위 기업이지만 몸집이 둔하고 포용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엔씨로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후속책도 발빨랐다. 엔씨는 플래시 전문 회사인 J인터랙티브을 인수하고 플레이엔씨에 가족 컨셉트에 맞는 50종 이상의 플래시게임을 제공했다.

하반기 이후 김택진 사장은 이래 저래 웃을 일이 많을 것 같다. 엔씨의 차기 기대작인 MMORPG '아이온'을 하반기에 공개하고, 내년 이후에도 '길드워2' '리니지3'라인업이 예정되어 있어 이미 10%나 오른 주가 전망치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김택진 사장이 웃기에는 아직 이르다. 엔씨는 그동안 게임업계 맏형으로서 게임의 산업화, 문화콘텐트로서의 접근 등 이미지 개선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엔씨가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일정 부분 왜곡해왔다는 누명 아닌 누명을 벗을 때, 그가 비로소 웃음다운 웃음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다.

박명기 기자 2007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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