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길드워가 대만으로 간 까닭은?

"대만에서 뜨면 반드시 중국과 동남아에서 뜬다."

이 말처럼 대만은 외래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강하고 화교권에 대한 전파력이 강한 나라다. `한류`라는 말의 탄생지도 대만이다. 일본의 식민지 경험이 있음에도 중국처럼 반일 감정으로 표출되는 건 좀체 보기 힘들다. 성장 과정에 미국의 지원이 있어서인지 서양인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이 너그럽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대만게임쇼도 이런 그들의 특성을 잘 보여줬다. 한국의 게임쇼 `G스타`에 비하면 규모가 절반도 안됐지만 외국 게임, 특히 한국 게임업체가 주도하고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2003년 설립한 현지 법인 NC타이완은 가장 큰 부스를 차렸다. 대만에서 5년여 동안 게임 순위 수위를 달리고 있는 <리니지> 외에 이번에 첫 선을 보인 게임 포털 `PLAY NC`를 통해 <리니지2> 등 6개의 게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길드워 월드 챔피언십`은 스크린을 통해 대전 장면을 실시간으로 현장 중계했다. 바로 옆 대형 부스에는 웹젠이 대작 게임 <썬>과 중국 시장을 노리는 무협 야심작 <일기당천>을 보여주며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이 밖에 현지 업체에 의해 퍼블리싱되는 한국게임 <마비노기>(넥슨)와 <열혈강호>(M게임)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국 메이저 게임업체들은 왜 대만으로 몰려갔을까.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적잖은 성공을 거둔 타이틀 <길드워>의 월드 챔피언십을 왜 대만에서 치렀을까. 이런 의문들은 현장에 서 보니 하나 둘씩 풀려나갔다.

엔씨소프트는 요즘 계정 문제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된 <리니지> 시리즈를 통해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게임업체의 하나로 성장했지만 그 뒤를 이을 성장 동력을 찾는데 고심해왔다. <길드워>는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기대작이요,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의 시험작이라 할 수 있다. 북미.유럽에 이어 동남아 시장을 확보하면 단일 서버로 서비스되는 전 세계적인 게임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랬다. <길드워>가 한류와 아시아 화교 문화의 허브인 대만에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온.오프라인 예선을 거쳐 선발된 북미.유럽.한국의 상위 2개팀의 최종 결선은 게임쇼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점도 절묘하다. <길드워>의 대만 유료 서비스일인 지난 7일로부터 열흘도 채 안된 상태라 마당 쓸고 돈 줍는 격이었다. 아쉬운 대목은 한국팀끼리 결승전을 벌이게 돼 `집안잔치`로 끝난 점 정도였다.

`오래 묵을수록 값이 높고 맛과 향이 좋아진다`는, 대만인들이 좋아하는 `보이차`처럼 대만과 한국은 한류를 통해 깊은 친구가 되었다. 대만에서 <리니지>를 통해 콘솔을 밀어내고 온라인 게임을 등장시켜 업계 판도를 확 바꿔어놓았던 엔씨소프트가 이번에도 `서남풍 전략`으로 아시아시장에서 성공적인 연착륙을 이뤄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2006.02.23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