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게임 한국 멍들게 하는 불법 복제

최근 닌텐도 코리아는 웃었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라이트(이하 NDSL)가 한국 진출 후 8개월 동안 58만 개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매달 7만 대씩 팔린 셈이니 웃음이 나올 만하다.

이제 DSL붐은 20대에서 어린이에게로 옮겨 가는 추세다. 특히 초등학생 중 '오피니언 리더' 격인 열혈 유저의 입소문을 타고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도 떼쓰는 아이들에 못이겨 선물 목록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하지만 닌텐도의 웃음 뒤에는 말 못할 속병이 있다. 게임기 판매량 증가가 좋기는 하지만 자칫 게임기는 팔고 정작 이익이 더 나는 소프트웨어는 팔지 못하는 현상이 굳어질까 봐서다. 이보다 덜하긴 하지만 소니의 PSP(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도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나돌고 있다. 지난 1월 닌텐도 코리아가 한국 진출 이유로 "불법 복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다.

DSL의 경우 현재 불법 복제 사이트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다운받기가 성행하고 있다. 입소문으로 알게 된 아이들에 이어 부모들까지 불법 복제용 소프트웨어를 사러 용산에 나온다. 한 기사는 다운로드를 가능케 하는 비품을 닌텐도의 정품이라고 당당히(?)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한 TV 드라마에서는 DSL을 하는 어린이의 손에 버젓이 불법 복제 카드가 꽂혀 있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급기야 닌텐도 코리아는 지난 9월 불법 게임 프로그램 제공 게임 사이트 및 무단 게시자를 형사 고소했다. 이후 중국서 운영하던 그 사이트는 폐쇄됐지만 여전히 유사한 사이트가 난무한다. 게임사로서는 미꾸라지처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그들의 행태를 일일이 대응하기가 벅차다.

불법 복제는 기존의 복제 사이트나 용산 등 전자 상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국의 불법 복제의 또 다른 온상은 P2P와 웹하드다. '프리즌 브레이크' 등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순식간에 불법 전송하는 이 '블랙 마켓'의 시장만도 4조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FTA가 타결되면 지적 재산권의 최우선 대상이 P2P와 웹하드·온라인 사이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그래서 나온다.

소니 등 비디오 게임사들은 불법 복제 신고 센터 등을 운영하며 관련 글 삭제 요청과 대법원 불법 판례 등을 근거로 상가 등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지만 막무가내다. 문제는 불법 복제가 부르는 빈곤의 악순환이다. 게임사들은 판매량이 보증되지 않으면 한글화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소프트웨어의 해외 동시 발매도 늦어지고, 외국과의 게임 격차는 더욱 커진다. 유통사는 언제 도산할지 모르게 된다.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게임의 불법 복제에 불감증이다. 예전에 윈도우의 불법 복제에 강력 대처해 정품 구매를 늘린 것처럼 게임의 불법 복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래야 "해외 게임사라서 단속 덜하나"라는 볼멘소리를 잠재우고, 정당한 콘텐트를 당당히 인정하는 게임 한국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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