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세계 게임 3대 강국을 향해…

 

지난달 하순 문화관광부 장관이 참석한 게임업계 CEO간담회가 있었다. 모처럼 현장 실무자와 정책 담당부서장이 무릎을 맞댄 귀한 자리였다.

얘기의 시작은 한국의 게임이 이제 산업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영화 매출이나 음반 매출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글로벌 콘텐트로서 성장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2006년을 도약의 전기로 삼아 보자, 민.관이 협력하여 2010년에는 10조 매출을 달성하여 `세계 게임 3대 강국`의 하나로 올라서자는 결의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 결성된 `2010 전략위원회`에 대한 기대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놓고 만들어진다. 선진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출 시장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면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30~40%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G스타 같은 국제게임쇼를 열 만큼 국내외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장애물도 많다. 아직 국민들 사이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 세계 진출에 대한 인식 또한 부족하다. 먼저 게임몰입(이 자리에선 게임중독 대신 게임몰입을 공식 용어로 쓰자고 했다)에서부터, 범죄.사행성으로 인식되는 것을 걷어내야 한다. 게임이 부가가치가 높고 원자재가 들어가지 않는 국가 산업으로의 인식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게임으로 인한 사건.사고 화면에 e스포츠 프로게이머의 모습을 비추는 비상식도 재고되어야 한다.

게임 산업은 문화관광부가 주도하고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주지만 온라인 장르 특성상 모든 것이 얽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정통.문화.외교통상.재경 등 주무 부처를 벗어나면 일처리가 더뎌지고 느려진다. 이러니 문화부에서 허브 역할을 해주고, 주도적으로 글로벌에 대한 시야를 갖춰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해외 정보가 아직 부족한데 다른 언어권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에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밖에 문화부에 게임산업 파트가 독립이 안돼 있다는 지적과 CEO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훈.포장도 격을 높여주기를 희망했다.

다행히 문제점을 톺아보고 있는 장관은 범정부적인 차원의 협의 기구 설치와 정보의 공유를 약속했다. 25개국에 걸쳐 시장 상황을 DB화하겠다는 시원스런 답변도 나왔다.

영화.음반 한류 보도가 자주 나오는 요즘, 실제 해외에서 제대로 하는 한류는 사실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 비해 머리 쓰고 개척하여 장악의 단계까지 오른 분야는 게임이 유일하기 때문이리라.

간담회 자리를 마치고 나올 때 유독 NHN 최휘영 대표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게임의 콘텐트 경쟁력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산업에 대한 의지 등이 말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 통로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게임을 한다는 것이 예전보다 덜 외롭다."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일간스포츠 200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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