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장 팔린 마인크래프트 30명 직원, "개발자들의 개발 자유를 달라"

주제랑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지만 '마인크래프트'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요. '마인크래프트'는 이제 너무 유명해져서 모르시는 분들보다는 아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2012년에 이미 2000만개가 넘게 팔린 이 게임은 개인 프로젝트에서 시작했고, '마인크래프트'의 제작사인 모장 역시 30명이 넘지 않는 직원을 가지고 있는 작은 회사입니다.

Minecraft.png (공식홈페이지)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이런 작은 회사가 낸 엄청난 성과와 '마인크래프트'의 인기겠죠. 마치 레고 블럭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는 '마인크래프트'는 요즘 게임의 트렌드와는 다르게 무한한 자유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 덕분인지,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만든 건물이라든가 장치 같은 것이 유튜브 등에서 자주 공유되고는 합니다.

Block by Block 에서 진행된 운두구 놀이터 ( http://blockbyblock.org )
UN 인간거주위원회와 모장이 손을 잡고 ‘blockbyblock’라는 서비스를 2012년에 시작하기도 했지요. 실제로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재건축이 필요한 건물들을 미리 모장이 제공하는 '마인크래프트' 게임 안에서 직접 건설해보고, 실제로 정부기관 등이 이렇게 마련된 가상공간에 지어진 주민들이 원하는 건물들을 살펴보고 실제 계획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레고블럭로 미리 건축을 해보는 것의 가상현실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웨덴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성과가 좋아서 전세계 규모로 확대된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에서 '마인크래프트'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요?

제 대답은 “아니다”입니다.

이번에 게임인재단에서 중소게임업체, 인디게임개발자들을 지원하겠다고 해서 모두들 반가운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입점이나 상금 등의 지원을 보고 고개를 좀 갸우뚱거린 인디게임 개발자들도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인디게임이 무엇이냐 라는 것에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그래도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위한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지시보다도 적은 규모로 온전히 자신의 게임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겠죠.

해외에서 인디게임의 기본시장은 당연히도 PC인데요, 그 이유라면 아무래도 비디오 게임 시장에 진입하려면 플랫폼 홀더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개발을 위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하며, 게임을 판매하는데도 금액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은 각 플랫폼 홀더들도 인디를 위한 혜택 등을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성공한 인디게임들은 그런 제약을 무시하고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PC 게임은 누구나 마음먹으면 자신의 게임을 만들기 가장 손쉬운 환경이란 것을 부정 할 수 없지요.

한국에서도 당연히 초기 게임 개발자들은 PC 게임을 만들어왔고, 가장 먼저 인디게임들이 등장한 것도 PC입니다. 흔히들 아타리쇼크로 잘못 알려져있는 1983년에 일어난 북미의 비디오게임 시장 붕괴 때도 사실은 당시 등장했던 강력한 파워를 가진 해커들의 장난감인 애플2 와 TRS-80 등으로 계속 게임이 나오고 있었으며 새로운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RPG 브랜드중 하나인 ‘울티마’시리즈의 아버지인 리처드 개리엇 또한 그 첫 게임 ‘아칼라베스’를 애플2로 만들어서 집 근처의 컴퓨터 가게에서 판매를 시작했었죠. 그렇게 등장한 게임들은 퍼블리셔들에게 흡수되고 대형 개발사로 성장하거나 계속 독특한 게임을 내는 식으로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하는 토양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동인게임 혹은 인디게임 등으로 개인 제작자들이 수많은 게임을 만들었는데요. 인디게임 개발자나 소규모 게임 제작팀이 게임을 제작한 후 첫 번째로 부딪치는 문제인데 한국에서는 게임을 만들 자유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하려면 게임제작업으로 국가에 등록해야합니다. 개인은 안되구요. 그리고 그 게임을 주변에 할 수 있도록 배포하면 돈을 받든 아니든 게임제공업을 등록해야합니다. 이렇게 허가받거나 등록되지 않은 업체들은 게임을 제작하거나 유통할 수 없고, 당연히 게임심의를 받지 않은 상황이라면 PC로 게임을 출시도 불가능하죠.

이런 상황 덕분에 최근 들어서는 개인적으로 만들어서 적은 인원이 돌려가면서 하는 게임이 민원을 통해 신고되어서 폐쇄된다던가, 1000장도 팔리지 않는 적은 규모의 게임들이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당해서 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이 게임 개발을 중단한다던가 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애플과 구글이 앱스토어를 내세워서 한국 시장을 흔들어 준(?) 덕분에 오픈마켓이란 게 생겨서 예외적으로 개인들이 오픈마켓을 통해서는 복잡한 절차 없이 게임을 서비스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애플이나 구글 등에게서도 간섭받지 않고 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겐 그리고 애플 기기나 안드로이드 기기가 없는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죠.

국내 서비스를 하지 않는 인디게임 개발팀 터틀크림.
한국 게임 시장을 포기하고 바로 해외에서 직접 서비스를 하는 등의 선택을 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그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할 수 있는 자유 아닐까요?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와일드카드 이사와 새거모어 수석 엔지니어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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