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마케팅비 총 2800억, 뉴욕 이은 LA 등장 '코리안타운' 눈길

락스타 게임즈에서 GTA 시리즈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굉장히 말이 많은 게임이죠. 여기서는 우선 엄청난 개발비와 하루만에 발생한 매출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개발비와 마케팅비는 2억6000만 달러가 투입 되었다고 하구요. 발매한 후 24시간 동안의 매출은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에 의하면 8억 달러라고 하고, 3일만에 10억 달러를 넘었다고 합니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요.

GTA 5 가 발매된 지 3일만에 기록한 10억불 판매는 영화 '다크나이트' 극장흥행 수입과 같은 금액이기도 합니다. 3일만에 10억 달러이고 아직 PC 버전이 나오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후 판매량은 더 늘어나겠죠.

2억6000만 달러는 한화로 2800억 원입니다. '아키에이지'의 개발비가 400억, '테라'가 350억의 개발비를 사용했다고 하고, 한국 영화 '마이웨이'가 300억을 사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금액입니다.

2800억 원이 한 게임에 투입된 것이 드물기도 하지만 락스타 게임스는 지금까지 GTA 시리즈에서 얻은 개발 노하우를 GTA V에 모두 집어넣어 엄청난 오픈월드를 만들어냈습니다.

GTA 시리즈의 무대가 되는 도시는 모델이 있습니다. 전작인 GTA4의 무대였던 리버티시티가 뉴욕이라면, 이번 GTA5 의 모델이 되는 산안드레아스의 로스 산토스는 캘리포니아의 LA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정말 LA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LA 근처까지만 가본 저에게도 실제로 미국 도시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제작비에 걸맞게 도시에서 걸어다니는 NPC와 자동차 모두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습니다. 총을 꺼내들면 사람이 도망간다든지, 길가다가 부딪치면 욕설을 내뱉고 피하거나 주인공을 공격하거나 합니다. 실사를 방불케하는 그래픽 덕분에 높은 곳에 올라가면 멋진 풍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LA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코리아타운을 모델로 한 구역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리틀서울’이란 곳에 가면 명백하게 전형적인 한국아줌마의 복장을 한 아줌마가 한국어로 떠들면서 돌아다니고 있다던가, 밤에 옹기종기 앉아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더니 한국어로 욕을 하면서 저를 쫓아내더군요.

전세계 사람들이 GTA 5를 하면서 리틀서울에 가면 한국 게임에서도 들을 수 없는 한국어 욕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미묘한 기분입니다. 그 정도로 사실적으로 도시를 재현했다는 것이죠.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다른 동네가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슬럼에 가면 더욱 심해지죠. 저 게임에선 양복을 잘 차려입은 아저씨도 교통사고가 나면 욕부터 나오는 동네니까요.

GTA5가 행인을 공격한다던가, 차를 훔치는 막강한 자유도의 게임으로 많이 알려져있지만, 소재가 은행털이나, 범죄 등을 다루고 있다보니, 게임의 진행도 불법적인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 만들어진 범죄영화를 보는 기분인데요. 한편 이렇게까지나 구현해놓은 오픈월드를 보면 불황인 미국 동네가 어떤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느낌입니다. 상가 건물마다 '임대중'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좀 묘해지네요.

차를 타면 나오는 수많은 라디오 채널이라던가, TV도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인터넷도 접속할 수 있고, 그때 그 때 게임의 시점에 맞추어 다양한 뉴스나 트위터의 패러디 서비스에 사람들이 올리는 글들도 읽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조금 극단적으로 치우쳐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게임이고, 미디어가 가질 수 있는 과장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은 감안해야겠죠. 실제로 로스산토스가 LA의 지도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면 게임이 정말 재미 없어졌을테니까요.

게임 중에 등장하는 IT 업계의 사무실에 들어가보면 일반적인 컴퓨터 괴짜들을 굉장히 과장해서 표현해놓은 사람들이 춤을 추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좀 과장되어있는데요, 사무실은 정말 그럴싸하더라구요. 넓은 휴게실과 투명한 사무실 공간들, 포스터들 비치되어있는 게임기 같은 것을 보면 ‘정말 미국 IT회사 같다’라는 느낌입니다. 게임 내에서는 전반적으로 이런 무대연출들이 사실적입니다.

실제로 자기가 그 동네에 있다는 기분을 체험한 것은 '어쌔씬 크리드2' 시리즈에서 베니스와 로마를 돌아다닐 때 이후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입니다. 몇 십 년 후에는 이 때의 힙스터 문화나 갱 문화를 보기 위해 이 게임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GTA 5가 구현해놓은 무대는 정말 넓고 사실적입니다. 게이머는 자동차를 모는 것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시내를 날아다닌다던가, 야경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현실에선 하면 안되는 일까지 게임에서는 할 수가 있죠.

덧붙이자면 GTA 5는 미성년자는 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아이가 이 게임을 가지고 있거나,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혼내주세요. 일부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어른들도 이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게임의 일부분만 가져와서 폭력적이라고 비난하던가, 아니면 자기가 사고를 쳐놓고 게임 핑계를 대시는 분들 도 있습니다만, 로스 산토스에서 생활을 제대로 체험해 볼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감안하면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스토리가 너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비판도 있긴 합니다만 집에 플레이스테이션3 나 혹은 XBOX360이 있고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다면 현세대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을 한번 즐겨보세요. 솔직한 기분으로는 이후에도 이 정도 스케일의 게임이 나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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