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물질' 4대 중독법, 셧다운제 등 중첩 규제 '문화탄압 그만'

19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마징가 Z’를. 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그 뒤를 이어 나오는 ‘선가드’에서 ‘가오가이가’로 이어지는 용자로봇 시리즈와 ‘세일러문’이 익숙할 것입니다.

그 사이에 잠시 ‘아기공룡 둘리’나, 2020년의 ‘원더키디’도 있었고, ‘날아라 슈퍼보드’나 ‘레스톨 특수구조대’ 같은 국산 명작도 있었지만, 사실 그 무렵의 우리는 팝송과 일본 만화에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당시 어린이가 충격 받는 것 중 하나가 ‘마징가 Z’가 일본 것이었다 라는 것인데, 동네에서 ‘마징가 Z’를 일본 만화라고 했다가 싸움이 일어났다는 에피소드도 심심찮게 들리는걸 보면 당시 아이들의 쇼크가 상당히 컸던 것이겠죠. 이후 일본문화가 개방되고, 아이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것이 일본 만화라는 것을 인지하고 즐기는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기운 센 천하장사”로 시작하는 그 주제가는 당시 유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한 모두가 아는 만화 주제가였기 때문에 일본과의 축구 국가대표전에서도 불렸던 것이겠죠. 당시 일본의 응원단인 울트라니폰은 한국 응원단이 ‘마징가 Z’를 부르자 ‘저 들이 자기네 ‘마징가 Z’ 주제가를 전부 준비해서 부를 정도로 자신감에 넘치는구나‘하는 충격에 받았다는, 쓴웃음이 나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만큼 당시 청소년기를 보내왔던 사람들에게 일본만화는 굉장히 익숙한 문화코드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캐주얼 게임이 대중화되면서 국내에서 만들어진 게임의 콘텐츠가 그 자리를 조금씩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개그프로에서 넥슨의 카트라이더 배경음악이나. 온라인 게임의 시스템을 가지고 웃기는 등의 코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죠.

학생들이 공유하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경험을 한국 게임이 차지하기 시작한 겁니다. ‘메이플 스토리’나 ‘카트라이더’ 등에서 쓰이는 은어나, 혹은 게임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게임에서 나타난 조어나 단어들을 실제 생활이나 인터넷에서 사용하게 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게임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해외 문화 콘텐츠를 즐겨온 사람들이에요. 그 때 우리는 딱히 즐길 수 있는 국산 콘텐츠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일본만화나 미국의 애니메이션. 팝송 등이 굉장히 일반적이었지요.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라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인생이. 자신의 경험이 묻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까지 즐겨왔던 콘텐츠들을 한국이라는 상황에 맞게 무의식적으로 녹여내고 있는 것일 겁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반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생산된 콘텐츠들이 해외의 게이머들에게, 그리고 국내의 게이머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국산 게임을 즐겨왔던 친구들이 게임을 만들면 아마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좀 더 독특한 한국만의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랬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한국 게임 산업은 그런 문화풍토를 갖추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중독물질에 포함시킨다는 4대 중독법부터, 셧다운제, 멀게는 게임심의를 받지 않고 게임을 제작, 유통하면 범법자가 되는 법률까지. 소규모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하는 규제는 굉장히 크고 높은 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물며 게임이 중독물질이다? 우리는 과거에 광장에 만화들을 쌓아놓고 불태우던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끝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여전히 빈사상태로 해외 하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만화는 겨우 웹툰으로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찍이 게임이 문화콘텐츠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해외 콘텐츠에 자신들의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굉장히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것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문화적인 면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국민을 미국문화 혹은 외국문화에 길들이지 않고 중국을 위한 콘텐츠를 국내에 제공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정책도, 규제도 문화의 다양성을 담보하기에 너무 힘든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국내 시장을 버리고,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국내 인디 음악 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내수시장이 없이는 창작자들이 창작을 하기도 힘든 환경입니다.

부디 정부는 문화 주권을 다른 나라로 넘겨버리는,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압박하는 문화탄압을 그만 하고 산업과 문화의 육성에 신경을 써주거나 아니면 그냥 좀 놔두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입니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와일드카드 이사와 새거모어 수석 엔지니어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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