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27일 130개 강연, 이나후네 케이지-캔디크러쉬사가 개발노트 눈길

매년 3월 무렵에는 게임 언론은 내신과 외신 모두 GDC란 단어로 가득 찹니다.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 Conference, 이하 GDC)는 전세계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게임 개발 관련 행사입니다. 보통의 게임 행사라면 세계 3대 게임쇼 같은 이름으로 여러 개를 꼽지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 관해서는 GDC는 부동의 세계 최고의 행사입니다. 매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미국 전역, 그리고 세계 전역에서 모이는 게임 개발자로 붐비지요.

1988년 개발자들이 모여서 뒷마당에서 조촐하게 모인 행사는 지금은 개발자만 2만 명이 넘게 참가하는 대형 행사가 되었습니다. 개발자들이 서로의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개발 노하우를 나누는 각종 강연과 함께, 밤에는 개발자들의 교류를 위한 파티들이 벌어지고 인디게임 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에 하나인 인디게임 페스티발과 마찬가지로 게임쪽에서 가장 명예로운 타이틀인 게임 디벨로퍼 초이스 어워드의 수상행사 역시 함께 진행됩니다.

NDC(넥슨개발자컨퍼런스)에서 강연하는 오영욱씨.
특히 인상깊은 것이라면 각 회사들이 나와서 아낌없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풀어놓고 자랑하는 독특한 개발 문화입니다. 특히 북미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는 이런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로 논쟁하는 해커문화가 많이 발달해있는데요, 이것은 다른 나라의 게임산업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다른 나라의 게임산업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야 일본밖에 없지요.

그런데 한국에도 이런 개발자들만의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KGC입니다. 사실 한국의 게임개발자들은 PC통신에서 많은 교류를 이미 해오고 있었고, 그 시절부터 강연 행사등을 많이 진행해왔습니다. 꾸준히 그런 행사가 계속 되어오다가 PC 통신 동호회로 시작된 한국 게임개발자 협의회가 2001년부터 꾸준히 행사를 진행해왔고, 이제 벌써 13회째가 됩니다.

시작도 처음엔 작은 규모로 지방의 연수원을 빌려서 하던 행사가 지금은 코엑스를 빌려서 6000명 가까이 참가하는 대형행사가 되었습니다. 2003년부터는 해외 개발자들의 강연도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최고의 게임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GDC가 기업 주도로 진행되는 행사인 반면 KGC는 사단법인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문화부 후원으로 진행하다는 데 차이점이 있는데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KAMEX나 G-STAR 같은 게임쇼와 같이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G-STAR가 부산으로 가면서 이후엔 독립적으로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산업 종사자나 학생이 아니라면 생소할 수밖에 없는 행사인데요. 이런 행사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지난해 같은 경우는 Define the Future : Smart Revolution 라는 주제로 총 14개의 트랙. 130여개의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게임 산업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내놓는데 별로 인색하지 않은 편인데요. 아무래도 미국 게임 산업의 노하우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해커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밍 노하우나, 기획 노하우, 심지어 게임 제작과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했는가. 같은 자신들의 기술에 대한 공유부터, 개발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게임 개발 도구 들의 최신 기술에 대한 설명이나, 아니면 새로운 상품의 홍보의 장이 열리기도 합니다.

또한 학계에서도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개발자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준비해서 나오기도 합니다. 다른 학계나 산업계에서도 기술 공유나 심포지엄 같은 행사가 이루어지긴 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규모로 진행되는 컨퍼런스는 아무래도 찾아보기 쉽지는 않은 편이죠. 그렇다고 입장료가 비싸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3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가 10만원을 넘지 않으니 굉장히 싼 편입니다. 학생 할인도 있구요.

올해에도 KGC가 열리는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추석 다음주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인 9월 25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KGC는 ‘Games for Everyone’ 이란 테마로 130여개의 강연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요 몇년간의 한국 게임 업계는 그야말로 ‘카오스’란 말이 정말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는데요. 매년 KGC 때의 인기강연들이 바뀌는 거 보면 정말 그런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질 정도입니다.

게임산업의 방향을 쉽게 점칠수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게임, PC 온라인 게임, 해외 게임 산업쪽을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 나와 현재 트렌드를 이야기 해주는 것도 놓칠 수 없는 경험 중 하나입니다.

이번엔 ‘록맨’의 정신적 계승작인 ‘Mighty No.9’으로 킥스타터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을 이끌어낸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가 와서 히트작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던가.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의 개발자가 그 후속작 ‘Bad Piggies’를 어떻게 출시하였는지. 그리고 요즘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캔디크러쉬사가’의 개발사 킹에서 그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해외 개발자들의 강연은 아무래도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기대됩니다.

한편 ‘삼국지를 품다’의 모바일 게임 개발 후기나. 모두의 게임의 개발후기 공유, PC 온라인 게임 ‘블레스’의 개발 철학 같은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노하우 공유들도 포진해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컨퍼런스는 노하우 공유도 노하우 공유지만 조금 ‘자랑’ 중심으로 세션이 진행되는 것도 사실인데요. 아무래도 요즘 국내 PC 온라인 게임회사들은 자랑할 거리가 좀 부족한 탓인지 강연이 적은 것도 좀 아쉽습니다.

그 외에는 유니티를 필두로, 아마존 웹 서비스, 하복, 넷텐션 등이 게임 개발자들에게 자신들의 기술을 자랑하고 소개하는 세션들도 관심을 가져볼만 합니다. 점점 미들웨어를 잘 사용하는 것이 게임 개발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술이 힘을 가지고 게임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게임개발 외에도 정책이나 시리어스 게임 같은 아직은 마이너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놓칠 수 없는 시간이죠.

3일 동안 130개의 강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한사람이 모든 강연을 듣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어떤 강연이 도움이 될지 골라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울에서 게임 개발자가 가장 많이 모이는 행사중 하나일 텐데요. 9월 25~27일 코엑스엔 아마 게임개발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겁니다. 내년의 한국 게임 개발 트렌드를 예측하고 싶다면 놓칠 수 없는 행사일 겁니다.

아 참. 그리고 저도 강연자 중 한 명으로 나갑니다. 게임 개발에 대한 내용은 아니고 책 한국 게임의 역사에 대한 주제로 한 세션을 맡게 되었네요. 그래서 이번 KGC는 저한테도 몹시 기대되는 행사입니다. 과연 어떨지 궁금하네요.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