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 개발자킷 300달러-소니 HMD 999달러

11월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축제 ‘지스타2013(G-Star)’에선 인기 있는 부스들은 거의 바깥을 둘러싸고 있었는데요. 흔히 벽부스라고 부르는 이런 부스들 외에도 중앙에서도 긴 줄을 가진 부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오큘러스 리프트’ 입니다. 행사장에서 머리에 뭔가 쓰고 허공에 팔을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게 뭔가 하셨던 분들도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큘러스는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HMD, 즉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입니다. 차세대 가상현실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홍보하고 있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소니에서도 질 수 없었는지, 자신들의 신형 HMD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HMZ-T3W 를 투입해서 맞불을 놓고 있었지요.

며칠 전엔 '둠'의 아버지중 한 사람인 존 카멕이 id소프트를 공식적으로 퇴사하고 오큘러스 리프트에 집중하겠다고 해서 한번 더 화제를 끌어모으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도 지원할 것이라는 CEO의 인터뷰도 있었지요. 오큘러스가 새로운 게임 문화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흥미로운 뉴스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큘러스가 처음 킥스타터에 출현했을 때 사람들이 정말 흥분했었는데요. 사람들이 가장 흥분했던 포인트는 아마 가격 아니었을까요? 오큘러스의 개발자 킷은 300달러 정도입니다.

물론 개발자 킷이라 성능이 그렇게 훌륭한 편은 아니고요. 실제로 써보면 렌즈를 통해 시야각을 확보하는 오큘러스의 특성 탓에 화면이 굉장히 거칩니다. 브라운관 TV를 바로 앞에서 보는 것 같은 기분이지요. 하지만 소니의 HMD가 999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파격적인 가격입니다. 게다가 소비자용으로 판매될 제품도 일단 가격은 이 정도로 맞추려고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구요.

게다가 이번 지스타에서 공개된 HD 버전은 기존 개발자 킷이 가지고 있는 해상도 문제점을 해결한 버전이기도 합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것 같은 이런 장비가 현실화 되려면 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 써본 느낌은 ‘굉장히 근접했다’라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일단 디스플레이 장치이기 때문에 기존의 3D 게임에도 어렵지 않게 오큘러스를 이용해 가상현실 게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양쪽 눈에 다른 화면을 보여줘서 만드는 3D 효과와, 시야를 렌즈로 확장하여 시야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스크린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대단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입체효과보다도 대단한건 바로 헤드 트레킹인데요. 오큘러스는 단지 "디스플레이를 머리에 쓴다"에서 더 넘어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헤드 트레킹 센서를 추가하였습니다.

헤드셋을 장착한 사람이 어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요. 그것을 통해서 고개를 돌리면 실제로 보이는 화면도 바뀌게 해주어서 360도 원하는 곳을 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3D를 넘어 가상현실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인 셈이죠.

눈을 다 가리는 디스플레이 때문에, 조작이 힘들어지는 단점이 있긴 한데요. 이미 해외의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개발킷을 구매하여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다양한 게임들을 만들어서 내놓고 있습니다. 오큘러스가 가지고 있는 한계나, 문제점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점점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이 오큘러스는 저번에 소개드렸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250만달러 가량 펀딩에 성공하기도 했는데요, 그 외에도 벤처캐피탈들로부터도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LS 미래원의 구자홍 회장의 외손자인 구본웅 대표가 운영하는 포메이션 8에게도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 그도 여기서 미래를 본게 아닐까 싶네요.

오큘러스가 실제로 게임에 얼마나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게이머를 과연 TV와 모니터에서 끌어내서 소파에 앉아 헤드셋을 쓰고 게임을 하게 만들 수 있을지 정말 기대됩니다.

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기자 krucef@gmail.com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회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와일드카드 이사와 새거모어 수석 엔지니어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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